14일 중국 베이징 비구이위안의 주택 건설 현장 옆을 한 남성이 지나가고 있다. 베이징/EPA 연합뉴스
비구이위안 등 중국 대형 부동산 회사들이 채권 이자 지급에 실패하면서 ‘부동산 위기’가 중국 경제 전체를 휩쓰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과 일본에선 중국 경제의 위기가 ‘잃어버린 30년’을 겪은 일본보다 더 끔찍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 부동산 개발 회사들의 잇따른 채권 이자 미지급 사태는 중국 경제의 위기 상황이 시장을 통해 현실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 경제는 지난해 12월 코로나19 봉쇄가 해제된 뒤 가파른 반등(리오프닝 효과)이 기대됐지만, 좀처럼 탄탄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수출 부진이다. 중국의 수출은 5월부터 3개월 연속 하락해 7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14.5% 줄었다.
이에 더해 중국 경제 전망을 더 어둡게 하는 것은 불길한 물가 흐름이다. 지난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3% 하락했다. 중국에서 소비자 물가가 하락한 것은 코로나19 위기가 한창이던 2021년 2월 이후 2년5개월 만에 처음이었다. 생산자 물가는 이미 1월에 -0.8%로 돌아서 6월에는 -5.4%까지 떨어졌다.
물가가 떨어지면, 사람들이 소비를 미뤄 경기가 더 악화되는 ‘디플레이션의 늪’에 빠지게 된다. 중국공산당이 경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2020년 5월 처음 언급한 ‘쌍순환’은 결국 내수를 부양해 경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정작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난 뒤 기대했던 내수가 쉽게 회복되지 않고 있다. 이에 반해 올해 상반기 중국 가구의 저축은 12조위안(약 1조7천억달러) 늘어, 10년 만에 최대 상승세를 보였다.
뉴욕타임스·월스트리트저널·파이낸셜타임스 등 서구 언론들은 2년 이상 이어진 코로나19 봉쇄로 인해 중국 소비자들의 소득이 줄고 소비 심리도 크게 위축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소득 감소 외에 소비 심리를 위축시킨 중요 원인으로 꼽히는 게 2021년 가을 대형 부동산 회사 헝다 위기로 인해 표면화된 부동산 시장의 위기다. 대부분의 중국 가구에 부동산은 최대 자산인데, 자산이 줄며 소비를 제약하고 있다.
1980년대 개혁·개방 이후 중국 경제의 성장을 이끌어온 두 축은 수출과 국가 주도의 대형 개발 사업이었다. 국영 은행과 국가 보증 대출에 기댄 대형 건설 프로젝트로 인해 많은 일자리가 생겨났다. 이렇게 지어진 부동산 가격은 경제 성장의 틈을 타고 꾸준히 올라 소비를 촉진하는 역할까지 해왔다. 이는 고스란히 중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 됐다. 하지만, 무리한 건설 부양으로 지방정부는 막대한 부채를 안게 됐다. 또 고도성장세가 꺾이며 중국의 부동산 붐은 근본적 한계에 부닥치게 됐다.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이자 전략 전문가인 애덤 포즌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의장은 최근 포린어페어스 기고에서 중국의 경제 기적이 마무리되어 ‘미-중 대결의 승패가 판가름 났다’고 평가했다. 1997~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예측했던 노벨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도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중국은 제2의 일본이 될 가능성이 없다. 아마 더 나쁠 것”이라는 경고를 던졌다. 일본 언론도 중국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분석하며 “우리 나라의 잃어버린 30년보다 더 엄혹한 시기에 진입할 수 있다”(‘겐다이비즈니스’)고 우려했다.
세계 경제 성장의 40%를 담당해온 중국 경제의 침체는 세계 경제의 위기와 동의어이다. 대중 수출로 성장해온 한국 경제에도 큰 부담을 지울 수밖에 없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