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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하와이 휴가 중 300명 탈출시킨 조종사…경력 30여년 베테랑

등록 2023-08-15 12:01수정 2023-08-15 18:16

반바지 차림으로 조종간 잡아
산불로 적어도 96명이 숨진 미국 하와이제도에서 휴가 중이던 베테랑 조종사 빈스 에켈캄프가 공항에 발이 묶인 이들을 위해 조종간을 잡고 300여명을 탈출시켰다. 시비에스(CBS) 유튜브 갈무리
산불로 적어도 96명이 숨진 미국 하와이제도에서 휴가 중이던 베테랑 조종사 빈스 에켈캄프가 공항에 발이 묶인 이들을 위해 조종간을 잡고 300여명을 탈출시켰다. 시비에스(CBS) 유튜브 갈무리

산불로 최소 96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되는 미국 하와이에서 휴가 중이던 베테랑 조종사가 공항에 발이 묶인 이들을 위해 조종간을 잡고 300여명을 탈출시켰다.

미국 콜로라도주에 사는 빈스 에켈캄프는 아내·고등학생 딸과 함께 하와이 마우이섬으로 휴가를 왔다가 지난 8일 새벽 눈을 떴다. 이날은 에켈캄프 가족이 미국 본토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는 날이었다. 당시만 해도 에켈캄프는 비행기의 조종간을 잡을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에켈캄프의 아내는 13일(현지시각) 미국 매체 9뉴스에 “새벽 3시쯤 일어났는데 전기가 끊겼고 바람 때문에 호텔 창밖에서 화물 열차가 지나가는 듯한 굉음이 들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에켈캄프 가족은 일찌감치 카훌루이 공항으로 출발했다.

13일(현지시각) 미국 하와이제도 마우이섬 라하이나에서 산불로 불에 탄 집들과 자동차들의 모습. AP 연합뉴스
13일(현지시각) 미국 하와이제도 마우이섬 라하이나에서 산불로 불에 탄 집들과 자동차들의 모습. AP 연합뉴스

이때만 해도 에켈캄프 가족은 당시 막 시작된 산불이 적어도 96명의 목숨을 앗아간 최악의 산불 참사로 번질 것이라고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에켈캄프의 아내는 13일 시비에스(CBS)에 “전선이 쓰러지고, 나무가 쓰러졌다. 지붕 패널이 쏟아져 나왔다”며 “마치 소용돌이 속에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에켈캄프 가족은 교통 체증을 뚫고 가까스로 공항에 도착했다. 그러나 불길과 강풍이 겹치며 항공편은 줄줄이 취소됐다. 항공사들이 긴급 항공편을 띄우려고 해도 도로가 차단된 상황에서 기장과 승무원을 구하지 못해 발만 굴렀다. 에켈캄프 가족의 항공편도 33시간 연착됐지만 조종사가 없었다.

그는 미국 항공사인 유나이티드 항공 데스크로 찾아가 자신의 신분을 밝히며 인력이 부족하면 자신이 조종간을 잡겠다고 자원했다. 그는 3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유나이티드 항공의 베테랑 조종사였다. 그는 현재 훈련 매니저로 일하며 한 달에 한 차례 이상 조종석에 앉았다. 에켈캄프는 9뉴스에 “(마우리섬에) 아는 후배 조종사가 있어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며 “라하이나나 카나팔리에 머물렀던 승무원들이 공항에 오기 위해 버스를 탈 때쯤 라하이나가 곤경에 처했다”고 말했다.

결국 항공편은 취소됐고 에켈캄프 가족을 비롯한 사람들은 공항에서 하룻밤을 지새웠다. 이튿날까지도 다른 조종사를 구하지 못한 항공사 쪽에 에켈캄프에게 조종간을 맡아줄 수 있는지 물었다. 그는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하겠다”고 뜻을 전했다. 폴로셔츠에 반바지, 테니스화 차림의 그는 조종석에 앉았다. 300명 넘게 태운 여객기는 무사히 미국 본토에 도착했다. 이 비행기에는 그의 부인과 딸도 함께 탔다. 에켈캄프 부인은 시비에스에 “우리 친구들과 가족들은 그를 영웅이라고 불렀다”고 말했다.

산불로 적어도 96명이 숨진 미국 하와이제도에서 휴가 중이던 베테랑 조종사 빈스 에켈캄프가 공항에 발이 묶인 이들을 위해 조종간을 잡고 300여명을 탈출시켰다. 시비에스(CBS) 유튜브 갈무리
산불로 적어도 96명이 숨진 미국 하와이제도에서 휴가 중이던 베테랑 조종사 빈스 에켈캄프가 공항에 발이 묶인 이들을 위해 조종간을 잡고 300여명을 탈출시켰다. 시비에스(CBS) 유튜브 갈무리

에켈캄프는 9뉴스에 “집에 돌아와 안심됐다”면서도 “우리 마음은 마우이에 남아 있다. 그곳은 처참했다. 산불 피해가 하루빨리 복구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커다란 퍼즐의 작은 한 조각이었을 뿐”이라며 “마우이에 필요한 것은 너무나 많고 내가 한 일은 극히 작다. 내가 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덧붙였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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