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이스라엘 시위대가 두번째 ‘저항의 날’을 맞아 대거 거리에서 시위를 벌이자 이스라엘 보안군이 물대포를 써며 해체를 요구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사법부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사법개편안을 7월에 통과시키려는 이스라엘 정부의 움직임이 긴박해지면서 이에 대항하는 시민들의 저항도 절정에 이르고 있다.
18일 <타임즈 오브 이스라엘>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 시민들은 사법 개편안 입법을 저지하기 위한 두 번째 ‘국민 저항의 날’을 선포하며 이스라엘 전역에서 수만명이 모이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전국 고속도로의 절반 이상 봉쇄되고 주요 기차역은 시위대에 점거됐다. 수도 예루살렘에서는 시위대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사저가 위치한 도로에 진입하려다 경찰과 격하게 충돌했다.
일부 시위대는 텔아비브 증권거래소에 난입해 ‘부패한 정부’의 상징이라며 가짜 돈을 뿌리고 “스타트업 국가를 구하라”고 외치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시위대 수백명은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까지 고속도로를 따라 밤샘 행진에 나서기도 했다. 일부 시위대는 공원에서 노숙하며 쪽잠을 잔 뒤 이른 새벽에 일어나 시위를 계속했다. 경찰은 물대포와 기마경찰을 동원해 시위대의 해산을 시도했다. 이스라엘 경찰은 이날 전국에서 시위대 45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예비역 군인들의 복무 거부도 계속됐다. 이스라엘 공군 소속 예비역 군인 161명은 이날부로 복무를 중단하기로 했다. 예비역 준장이자 시위 조직자인 아그몬은 <로이터> 통신에 “이번 시위는 지금까지 가장 영향력 있는 군사적 시위이며 공군 준비태세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말했다.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은 장병들의 단결을 호소했다. 그는 이날 한 추모행사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이스라엘 방위군이 없다면 우리는 이 땅에 존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의사 협회 역시사법 개편안 강행에 반대하며 19일 두 시간 파업을 예고했다.
올해 1월부터 7개월째 계속된 반정부 시위는 열흘 내에 의회에서 사법개편의 핵심 요소가 담긴 이스라엘 기본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려는 정부의 움직임에 반대하며 치열해지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극우 연정은 지난 11일 크네세트에서 이 안의 첫 표결을 통과시킨 뒤 여름 회기를 마치는 이달 30일 이전에 2~3차 표결을 마친다는 방침이다. 야당 의원들은 강력한 이의를 제기하고 있지만, 120석 중 64석을 확보한 네타냐후 연정은 강행을 예고하고 있다.
18일 이스라엘 기마 경찰이 텔아비브에서 사법개편안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는 시민들과 대치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이날 이스라엘 건국 75주년을 맞아 미국에 초청된 이츠하크 헤르조그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양국이 공유하는 민주주의 가치에 기반한 국정 운영의 필요성을 논의했다.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언론 앞에서 공개적으로 사법개편안에 관한 언급은 피했지만, 사석에서 헤르조그 대통령에게 타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타임즈 오브 이스라엘>은 전했다. 회담 후 기자들과 세부 사항을 공유한 한 이스라엘 관료는 이 신문에 바이든 대통령이 헤르조그 대통령에게 연립 정부와 야당 지도자들이 사법 개혁에 대한 타협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 국내 불안이 중동의 평화를 진전시키는 것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덧붙였다.
백악관은 이날 회담 뒤 “두 정상이 공유된 민주적 가치의 토대를 바탕으로 한 양국 관계의 강점에 주목하고 사법개편안에 대해 합의에 기반한 접근 방식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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