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대만 타이베이 자유광장에서 대만 군인들이 국기를 게양하고 있다. 타이베이/AFP 연합뉴스
양안 관계는 물론 미-중 관계에까지 복잡한 영향을 끼치게 될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미국과 관계 강화를 내세우는 민진당이 후보를 확정한 가운데 중국과 관계를 중시하는 국민당이 6월께 후보를 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여당 민진당은 지난 12일 현 부총통이자 당 주석인 라이칭더(64)를 총통 선거 후보로 확정했다. 라이 부총통은 2020년 현 차이잉원 총통의 러닝메이트로 출마했다. 차이 총통이 지난해 11월 지방선거 참패 이후 당 주석을 사임했고 1월 라이 부총통이 그 자리를 이어받았다.
라이 부총통은 행정원장(총리) 시절이던 2018년 한 포럼에서 자신을 “대만 독립 지지자”라고 칭한, 강경한 ‘대만 독립론자’로 알려져 있다. 그가 당선되면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며 양안 관계가 다시 격랑에 휩쓸릴 수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총통 후보 확정 뒤 연 기자회견에서 “대만에 통일·독립 문제는 없다. 이번 선거는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어느 쪽인가를 선택하는 선거”라고 말했다. 자신의 ‘강성 독립’ 이미지를 줄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다.
민진당 역시 과도한 ‘반중 이미지’가 중도 성향 유권자의 표심을 얻는 데 좋지 않다고 보고 있다. 최근 대만에선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이 보여온 ‘소극적 태도’ 탓에 중국이 침략하면 미국이 정말 도우러 올지에 대한 의심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 반작용으로 중국을 지나치게 자극하면 안 되고, 평화 교류를 확대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중이다.
정권 탈환을 노리는 국민당에서는 허우유이(66) 신베이 시장과 전자회사 폭스콘의 궈타이밍(73) 창업자가 경쟁하고 있다. 허우 시장은 지난 12일 당내 행사에서 “모든 도전에 맞서겠다”며 사실상 출마를 선언했고, 궈 창업자도 지난 5일 출마 의사를 밝혔다. 허우 시장이 후보군 여론조사에서 앞서는 가운데, 대만의 부호인 궈 창업자는 ‘경제 대통령’ 이미지를 앞세워 반전을 노리고 있다.
국민당 역시 중도층의 표심을 잡기 위해 과도한 친중 이미지에서 벗어나려 노력하는 모습이다. 궈 창업자는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대만의 미래 발전을 위해 미국과 중국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한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새로운 중간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제3정당인 민중당에선 커원저(64) 전 타이베이 시장이 출마 채비를 하고 있다. 커 전 시장은 양대 정당인 민진당과 국민당에 실망한 중도층과 청년층의 지지를 얻고 있다. 3자 가상 여론조사에서 20% 이상 득표하는 등 선전하는 중이다. 선거 과정에서 야당인 국민당과 민중당 후보 간의 단일화 가능성도 거론된다.
대만민의기금회(TPOF)가 지난 9~11일 성인 1068명을 대상으로 한 총통 선거 가상 대결 여론조사를 보면, 라이 부총통(33.4%)이 허우 시장(29.7%)과 커 전 시장(22.6%)을 누르고 승리할 것으로 예상됐다. 궈 창업자가 국민당 후보로 나올 경우에도 라이 부총통(35.1%)이 궈 창업자(26%)와 커 전 시장(24.1%)을 눌렀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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