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군인이 우크라이나 군인을 참수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이 등장하자, 볼로미디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짐승들’이라며 강력 비판했다. 바르샤바/AP 연합뉴스
러시아 군인이 우크라이나 군인을 참수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이 온라인으로 빠르게 퍼지면서 국제적인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볼로미디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런 행위를 한 이들을 ‘짐승들’(beasts)로 묘사하며 강력 비판했고, 러시아는 영상의 진위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에프페>(AFP) 통신 등 외신들은 12일(현지시각) 위장복을 입고 마스크를 쓴 남성이 우크라이나군 군복 차림의 남성 목을 베는 장면을 담은 1분40초짜리 영상이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영상에는 희생자의 비명 소리가 잦아든 뒤 군인들이 목을 벤 이를 격려하는 소리와 희생자의 머리를 지휘관에게 전달해야 한다고 말하는 소리도 담겨 있었다. 이 영상이 언제 어디서 찍힌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 군인 2명이 머리와 손이 잘린 채 땅에 쓰러져 있는 모습을 촬영한 다른 영상도 나돌고 있다. 이 영상에는 러시아 군인들이 “우크라이나군이 우크라이나군을 죽였다”고 말하며 웃는 장면도 담겼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영상이 공개된 뒤 온라인 연설에 나서 목을 벤 이들은 ‘짐승들’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온 세상이 이 영상을 봐야 한다며 “세상의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이 짐승들이 얼마나 쉽게 사람을 죽이는지 말이다”라고 말했다. 또 “우리는 즉각 행동에 나서야 한다”며 “이 일이 잊혀질 것으로 생각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드미트로 루비네츠 우크라이나 의회 인권위원은 유엔에 이 사건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그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유엔 인권 최고대표, 국제적십자위원회 등에 이미 이를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다며 “포로를 공개 처형한 행위는 제네바 협약과 국제인도법, 인간의 기본권 침해를 보여주는 또 다른 표시”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에서 활동하는 유엔 인권 감시단도 “소름 끼치는” 행위라고 규탄했다. 인권 감시단은 “전쟁 포로에 대한 범죄 등 국제인도법을 심각하게 위반한 사실을 보여주는 자료들을 이미 상당수 확보한 바 있다”며 “이번에 드러난 사건도 적절하게 조사해 가해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이 영상을 보고 몸서리를 쳤으며, 가해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지지한다”고 말했다고 유엔 대변인이 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러시아 대통령궁) 대변인은 이 영상이 소름끼치지만 먼저 검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거짓의 세계에서는 영상이 진짜인지 꼭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러시아의 용병 집단 바그너(와그너)그룹이 지난해 봄과 여름에 루한스크주 포파스나에서도 비슷한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는 지적들이 있다며 우크라이나 군인 참수가 바그너그룹 용병들의 소행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