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러시아에서 구금됐다 포로 교환으로 풀려난 미국 여자프로농구(WNBA) 선수 브리트니 그리너가 최근 러시아 당국에 체포된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 기자의 석방에 미국 정부가 최대한 힘써야 한다고 성명을 냈다. 브리트니 그리너와 그의 파트너 셰렐 그리너는 1일 인스타그램 게시글에서 “우리는 에반 게르시코비치에 대해 심히 우려한다”고 밝혔다. 그리너 부부는 “미국인을 구하기 위해 바이든 행정부가 기울인 노력에 깊은 감사를 표한다”며 “미국 정부가 자국민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너는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일주일 전 모스크바 공항에서 마약 밀반입 혐의로 체포됐다가 같은해 12월 미국과 러시아의 포로 교환으로 10개월 만에 풀려났다. 그리너는 러시아 보안당국이 지난달 30일 <월스트리트 저널> 모스크바 지국에서 일하는 게르시코비치 기자를 스파이 혐의로 체포하자 이 같은 성명을 내 힘을 보탰다.
한편, 2일 미국과 러시아 외교 정상은 체포된 기자의 석방을 두고 전화로 설전을 벌였다. 미국 국무부는 누리집 성명을 통해 토니 블링컨 장관이 이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통화했다며 “러시아의 용납할 수 없는 미국 언론인 구금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또한 미 국무부는 “블링컨 장관이 그의 즉각적 석방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반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부 장관은 이날 통화에서 게르시코비치 기자는 법률에 따라 현행범으로 체포됐다며 “러시아 당국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 앞으로 그의 운명은 법원이 결정할 것”이라 답했다.
앞서, <월스트리트 저널>은 성명을 내어 러시아 정부가 게르시코비치 기자에게 간첩 혐의를 씌운 것은 외신 기자들을 압박하려는 “계산된 도발”이라고 했다. 이 신문은 자사 기자가 러시아에 체포된 뒤 기자의 석방을 촉구하는 기사를 연일 누리집에 띄우고 있다. 2일 신문은 “에반 게르시코비치의 체포는 인질 외교의 새 국면을 열었다”고 보도하며 러시아만이 아니라 미국과 협상을 벌여야 하는 여러 다른 나라들에서 미국 시민권자들을 부당하게 구금해 인질로 삼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구금된 미국인들의 석방을 위한 재단을 운영하는 빌 리처드슨 전 미국 하원의원은 신문에 “미국인 인질, 특히 언론인 인질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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