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이 미국 메릴랜드에서 열린 보수당 정치행동연합(CPAC)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지난해 말 대선 패배 후 미국에서 지내왔던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이 오는 30일 귀국할 것으로 보인다. 폐렴 증세 후 업무에 복귀하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현 대통령과 격돌이 예상된다.
28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브라질 대통령실은 이날 “룰라 대통령은 현재 정상적으로 회복하고 있다. 내일 업무를 재개할 것”이라 밝혔다. 룰라 대통령은 지난 23일 경미한 폐렴을 진단 받고 대통령 관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그는 예정됐던 중국을 방문 계획도 미루고 그동안 건강 회복에 집중해왔다.
지난해 대선에서 룰라 대통령에게 패배했던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미국 플로리다에서의 3개월 생활을 접고 30일 브라질로 귀국한다. 그가 속한 보수 성향의 브라질 야당 ‘자유당’은 지난 24일 소셜미디어에 “이틀 남았다. 캡틴이 돌아온다”며 지지자들의 결집을 주문했다. 이어 자유당은 “발데마르 코스타 네토 대표는 보우소나루가 30일 브라질로 돌아올 것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재선에 실패하자 룰라 대통령의 취임식 이틀 전인 12월30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하지만 그는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지난 1월8일 발생한 대선 불복 폭동을 미국에서 선동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브라질 검찰은 현재 그를 폭동 선동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올려놓고 있다. 또한, 그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에서 받은 수십억원의 사치품 선물을 불법 반입하려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최근 시계 등 고가의 선물 수령 목록이 계속 공개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두 전·현직 대통령은 각각 진보와 보수 진영을 대표하는 인물로 브라질 정치권에 격랑이 예상된다. 코스타 네토 자유당 대표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좌파 진영을 대표하는 룰라 현 대통령에 맞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당을 승리로 이끌어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자유당 관계자는 <로이터>에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자진 망명 생활을 접고 브라질로 와 야당을 이끌어야 차기 대선에서 우파의 재기를 위한 기반이 마련된다”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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