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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러시아 수출대금 위안화 비중 ‘껑충’…“금융제재 효과 약화”

등록 2023-03-01 10:50수정 2023-03-01 11:53

지난해 초 0.4%에서 지난 9월 14%까지 증가
러 국부펀드 위안화 비중도 늘리기로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 마련된 위안화와 달러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 마련된 위안화와 달러의 모습.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뒤 러시아의 수출대금 결제에서 중국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 이전보다 서른 배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개전 이후 미국·유럽연합(EU) 등 서방 국가들이 쏟아낸 경제 제재로 달러화 접근이 어려워진 러시아가 대체재로 위안화를 선택하며 의존도가 늘어난 모습이다.

28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 저널>은 러시아 중앙은행 자료를 인용해 러시아의 수출대금 가운데 위안화 결제 비중이 지난해 초 0.4%에서 지난해 9월에는 14%까지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기간에 과반을 차지했던 달러는 30%대로 줄었고, 유로화 결제 역시 감소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이어지면서 러시아가 달러에서 위안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가 지난해 2월 말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한 직후 잇따라 가혹한 제재를 쏟아냈다. 대표적인 조처가 은행 간 국제금융거래를 중개하는 스위프트(SWIFT) 시스템에서 러시아 은행들을 배제한 것과 러시아 중앙은행의 해외 자산 3000억달러를 동결한 것이었다. 이 조처 등으로 러시아는 달러나 유로를 통해 대금 결제를 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게 됐다. 이에 맞서 러시아는 천연가스 등 에너지를 구입할 땐 자국 통화인 루블화 결제를 요구하기도 했다. 러시아 국부펀드 역시 올해부터 위안화 비중을 30%에서 60%까지 대폭 늘리기로 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러시아는 2014년 3월 크림반도를 합병한 이후부터 달러 의존도를 낮추기 시작했다. 2018년에 미국이 추가 경제 제재를 부과하자 러시아는 미국 국채를 팔고 루블화와 다른 통화를 이용한 무역을 연구해 왔다”며 “지난해 달러 의존에서 벗어나려는 러시아의 노력은 추진력을 얻었고 탈피 대상의 범위를 유로화로 넓혔다”고 전했다.

달러를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러시아 정부와 기업이 자연스레 눈을 돌린 것은 중국 위안화였다. 알루미늄 기업 ‘루살’은 지난해 8월 모스크바 금융거래소에서 위안화 표시 채권을 발행했다. 금융시장 데이터 업체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 기업들은 위안화 채권을 70억달러 넘게 발행했다.

러시아 대출업체 ‘비스트로덴기’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야코프 로마슈킨은 “위안화를 빌리는 것이 루블화보다 훨씬 싸다”며 초반에는 시장이 위안화 채권 거래에 서툴렀지만 “점진적으로 문제가 해결되고 있고 처음보다 기술적인 문제도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개인들 역시 마찬가지다. 러시아 중앙은행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 국민의 위안화 예금 규모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해 초에는 영(0)에 가까웠지만 지난해 말에는 60억달러 수준으로 늘었다. 이는 러시아 가계가 보유한 외화 530억달러의 10%가 넘는 수준이다. 약 50개의 금융기관이 위안화 예금 계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러시아 경제 블로거 올가 고갈라제는 “위안화는 루블화보다 금리가 낮지만 루블화의 평가 절하를 우려하는 이들에게는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러시아의 위안화 사용을 ‘위안화가 세계 주요 통화로 달러화와 경쟁할 것인가’라는 오래된 논쟁의 시험 사례로 보는 이들도 있다”고 전했다. 다니엘 맥도넬 시러큐스대 교수는 “러시아의 위안화 사용이 달러 패권의 끝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금융 제재를 무기로 쓰는 미국의 능력을 약화해 더욱 분열된 시스템의 시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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