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8일(현지시각)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핵 발전 전시회에서 한 학생이 이란 국내에서 만들어진 원심분리기를 보고 있다. 테헤란/AP 연합뉴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에서 농축도가 83.7%에 이르는 고농축 우라늄 입자를 발견했다. 이란핵 문제가 북핵처럼 해결 불능의 사태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란이 마음만 먹으면 12일 만에 핵폭탄 하나 분량의 핵 물질을 만들 수 있다는 미국 쪽의 평가도 나왔다.
국제원자력기구는 최근 회원국에게 배포한 기밀 보고서에서 이란의 포르도 지하 핵시설에서 최대 83.7%의 농축 우라늄 입자를 발견한 사실을 언급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28일 보도했다. 83.7%는 핵무기에 사용하는 우라늄 농축 수준인 90%에 상당히 근접한 수준이다. 다만 국제원자력기구 보고서는 ‘입자’라는 표현을 사용해 이란이 60% 이상의 고농축 우라늄을 비축하지는 않았음을 시사했다고 <에이피>는 설명했다.
앞서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20일 두명의 고위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의 핵 활동을 감시해온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이 지난주 이란에서 순도 84%의 농축 우라늄을 발견했다고 전한 바 있다. 국제원자력기구의 기밀 보고서를 통해 이 보도가 사실임이 확인된 셈이다.
이란이 앞선 2015년 7월 미국 등과 체결했던 핵 협정인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은 15년 간 3.67% 이상의 우라늄 농축을 금지했다. 하지만 2018년에 미국이 이를 파기한 후, 이란은 농축도를 60%까지 높이겠다고 공언해왔다. 하지만, 그 이상의 농축도를 가진 우라늄이 공식 확인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란은 이번 고농축 우라늄 입자 발견에 대해 “의도하지 않은 변동이 일어났을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60% 수준의 농축 우라늄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종의 부작용일뿐, 일부러 농축도를 올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변동이 일어났다는 농축도에 큰 차이가 있어, 검사관들이 보기에 의심스러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원자력기구는 이번 발견 이후 “검증 활동을 더 자주, 더 강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미국에서는 이란이 마음만 먹으면 12일 안에 핵폭탄 하나 분량의 물질을 만들 수 있다는 국방부 관리의 발언이 나왔다. 콜린 칼 미 국방부 정책차관은 28일 하원 청문회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파기된 협정을 되살리려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우리가 핵 협정을 떠난 뒤로 이란의 핵 발전은 상당했다. 이란이 핵폭탄 하나 분량의 핵 물질을 만드는 데 2018년에는 12개월이 걸렸지만 이제는 약 12일이 걸린다”고 말했다. 이어, “이 문제를 외교적으로 풀고 핵 프로그램을 다시 제약하는 것이 다른 선택지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 핵 협상은 답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란이 핵폭탄 하나 분량의 핵 물질을 얻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를 미국이 계속해서 추정해 왔지만 이번 발언만큼 구체적이진 않았다”며 다만 “미국 관리들은 이란이 핵 물질 생산에는 가까워졌지만 실제로 폭탄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가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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