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국제일반

‘중국 무술 도장깨기’ 파이터 “난 사기꾼과 싸운다” [인터뷰]

등록 2023-02-28 07:00수정 2023-02-28 22:13

쉬샤오둥, 태극권·영춘권 대가들에 압도적 승리
“전통 무술, 훌륭한 문화유산이지만 무적은 아냐
사기꾼 무술가들이 중국을 창피하게 만드는 것”
13일 중국 베이징 종합격투기 체육관에서 쉬샤오둥이 본인 피규어를 들고 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13일 중국 베이징 종합격투기 체육관에서 쉬샤오둥이 본인 피규어를 들고 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중국은 무협의 국가다. 태극권·형의권·영춘권·당랑권 등 다양한 무술이 존재하고 리샤오룽(이소룡)·청룽(성룡)·리롄제(이연걸)·전쯔단(견자단) 등 무술에 능한 스타 배우들이 적지 않다. 여러 무술 문파들의 싸움을 다룬 진융(김용)의 소설 <영웅문>은 1980~90년대 한국을 휩쓸었고, 미국 할리우드는 무술 하는 판다를 주인공으로 한 애니메이션(쿵푸팬더)을 만들었다. 화려한 동작과 엄청난 파괴력을 갖춘 듯 보이는 중국 무술은 ‘천하무적’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됐고, ‘중국 특색’을 강조하는 중국 당국은 2010년대부터 전통 무술이 중화민족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살아 있는 역사유산’이라며 국내외에 적극 보급하고 있다.

베이징 출신 종합격투기 선수 쉬샤오둥(44)은 이런 분위기에 ‘딴지’를 걸었다. 지난 13일 오후 베이징에 있는 체육관에서 그를 만났다. 이후 소셜미디어로도 몇차례 소통했다.

쉬는 2015년께부터 태극권·영춘권 등 중국 전통 무술 대가들과 시합했고, 그때마다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그와 대결한 태극권 고수는 도망가기 바빴고, 영춘권 고수는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았다. 그의 ‘도장 깨기’ 영상이 유튜브·틱톡 등을 통해 퍼지면서 쉬는 중국은 물론 한국 누리꾼 사이에서도 유명 인사가 됐다. 그는 왜 이런 일을 할까. 이 물음에 쉬는 “중국 전통 무술은 훌륭한 문화유산이지만 천하무적의 무술은 아니다”라며 “나는 전통 무술과 싸우는 게 아니고, 사기꾼 무술가와 싸운다. 이들이 중국을 창피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언제부터 중국 전통 무술가들과 싸우기 시작했나?

“2014~2015년부터인 것 같다. 그때 나는 종합격투기 선수로, 베이징에서 체육관을 운영했고 수입도 괜찮았다. 당시 인터넷에서 자칭 무술 대가라는 이들이 등장해 천하무적이라고 당당하게 사람들을 속였다. 중국뿐 아니라 외국인을 상대로도 거짓말을 했다. 중국인을 창피하게 만들었다. 그들의 거짓말을 폭로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이 한몫했다.”(그의 이런 활동은 사기꾼 전통 무술가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는 2019년 홍콩 시위 상황을 알리다가 소셜미디어 계정을 정지당했고, 코로나19 사태가 막 시작된 2020년 초에는 우한 상황을 전달하기도 했다.)

―중국 전통 무술은 역사가 깊고 특색이 있다. 체력 단련의 의미도 있지 않나?

“내가 알기로 중국 전통 무술은 대부분 청나라 말에 시작됐다. 180년을 넘지 않는다. 중국 역사상 지배자들은 백성들이 무술을 익히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어쨌든 전통 무술은 중국의 훌륭한 문화유산이고 나도 존중한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이를 신격화해 전통 무술이 천하무적이라고 주장한다. 사실이 아니다. 승부로만 보면, 전통 무술은 현대식 종합격투기를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

실제 그가 무술 고수들과 겨룬 영상을 보면 압도적인 기량 차이가 느껴진다. 영춘권 6단이라는 한 고수는 시합 내내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쉬에게 두들겨 맞는다. 그는 경기 초반 영춘권 특유의 빠른 손놀림으로 쉬를 때리지만 쉬는 그를 조롱하듯 가드를 내린 채 그대로 얻어맞는다. 하지만 별 타격이 없어 보인다. 누가 봐도 쉬가 우세한 경기였지만 심판은 1라운드 만에 경기를 끝내고 무승부를 선언했고, 장내 아나운서는 “현대 격투기든 중국 무술이든 모두 중국의 쿵후(쿵푸)”라고 소리친다.

13일 중국 베이징에서 쉬샤오둥이 회원과 훈련을 하고 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13일 중국 베이징에서 쉬샤오둥이 회원과 훈련을 하고 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현재 중국 전통 무술 상황은 어떤가?

“여전히 전통 무술 애호가가 많다. 다행히 내 활동을 통해 그들이 많이 깨어난 것 같다. 현대 종합격투기와 전통 무술의 차이를 더 이성적으로 바라보게 된 것이다.”

―어디서 무술을 배웠나?

“1996년부터 베이징 스차하이 무술학교를 다녔다. 2003년부터 2016년까지는 그곳에서 계약직 코치 활동을 했다. 20년 동안 무술학교에 있었던 셈이다. 유서 깊은 학교로, 리롄제와 전쯔단 등이 여기 출신이다.”

―당신도 전통 무술을 배웠나?

“무술학교에서 많이 보기는 했지만 배우지는 않았다. 전통 무술의 훈련이 현대 종합격투기 훈련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몇년 전까진 전통 무술 고수들과 대련을 많이 했다. 요새는 통 볼 수가 없는데.

“나는 전통 무술가는 물론 현대 무술가들과도 싸울 수 없다. 대회 개최도 허락되지 않는다.”

―누가 허락하지 않는가?

“미안하지만 말하기 어렵다.”

―2021년 말 한국에서 당신 경기가 예정돼 있었는데 취소됐다. 부상 때문이라고 했다.

“부상 때문은 아니었고, 정확한 이유를 말하기 어렵다.”

―중국 인터넷에 당신 관련 정보를 찾을 수 없다. 중국 정부가 당신의 활동을 막는 것 같다.

“하하하. 답은 있지만 말하기 곤란하다.”(그는 2019년 5월 태극권 대가를 모욕한 혐의로 중국 법원에서 40만위안(약 7500만원)의 손해배상금 지급과 공개 사과 명령을 받았다. 그 무렵부터 관련 기사와 정보 등이 중국 인터넷에서 사라졌다.)

―체육관 운영은 어떤가?

“아주 많이 어렵다. 코로나 사태 전에는 20~30명의 회원이 있었고, 하루 5~6명이 운동했다. 지금은 훨씬 적다. 예전 체육관 크기가 700㎡인데, 지금은 170㎡로 줄었다. 코로나가 풀렸지만, 예전처럼 회복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베이징 경기가 좋지 않아, 쉽게 살아날 것 같지 않다.”

13일 중국 베이징 종합격투기 체육관에서 쉬샤오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13일 중국 베이징 종합격투기 체육관에서 쉬샤오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한국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2015~2016년부터 관심이 생겼다. 세계 모든 나라 중에 한국에 가장 관심이 많다. 두 가지 계기다. 한국 영화를 좋아하는데, 영화를 보면서 한국인들이 진실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두번째는 한국의 정치다. 한국 대통령들이 연속해서 감옥에 갔다. 매우 놀랐고, 그 뒤로 한국에 더 관심을 갖게 됐다.”

—왜 한국 사람이 진실을 사랑한다고 생각하나?

“영화를 통해 한국 역사를 알게 됐다. <변호인> <1987> <택시 운전사> <화려한 휴가> 등이다. 한국 역사와 한국인에 대해 적지 않은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한국의 일부 사람들이 나를 지지하는 것도 진실한 것을 좋아하고 거짓을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날 체육관에는 수련생 1명이 있었다. 쉬는 수련생보다 더 열심히 훈련하며 지도했다. “올해 44살이다. 선수 생활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한두 경기라도 더 하고 싶어 훈련 겸 지도를 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경기를 하고 싶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2.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3.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4.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2주째 지진’ 산토리니 주민 대탈출 사태 [유레카] 5.

‘2주째 지진’ 산토리니 주민 대탈출 사태 [유레카]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