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푸 팬더 3>에서 주인공 팬더 포의 목소리 연기를 한 미국 배우 잭 블랙이 2016년 1월21일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쿵푸(쿵후) 자세를 하고 있다.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제공
2010년부터 전통 무술의 국내외 보급에 힘써오던 중국 정부는 2년 전부터 가짜 무술 고수의 뿌리 뽑기에 나섰다. 쉬샤오둥 등 무술가들의 개별적인 정화 활동에 발맞춰 중국 정부가 직접 전통 무술의 ‘희화화’를 막기 위해 나선 것이다.
국가체육총국 무술운동관리센터와 중국무술협회 등은 2021년부터 가짜 무술 고수에 대한 단속과 처벌에 나서 △무술 문파의 전수자·창시자를 자처하거나 △개인적 경기를 하거나 △가짜 증명서를 발급하는 행위 등을 금지했다.
중국에서 가짜 무술 고수가 대거 등장한 것은 2010년대 중반부터였다. 스마트폰과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가 대중화되며, 일반인도 영상을 쉽게 올리고 찾아볼 수 있게 되자 천하무적을 자처하는 전통 무술 대가들이 등장했다. 손가락으로 건장한 남성의 점혈을 눌러 무력화시키는 노인이나 혼자서 수십명의 남성을 간단히 물리친 60대 여성 무술 고수가 화제를 모았다.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은 주먹 한 방으로 수박 안을 곯게 할 수 있다는 태극권 달인을 소개하기도 했다.
영상을 보고 따르는 이들이 많아졌지만, 거꾸로 의심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쉬샤오둥은 이 가운데 하나로, 천하무적을 자처하는 고수들과 직접 싸워 이김으로써 이들이 가짜라는 것을 증명했다.
전통 무술을 바둑·기공 등과 함께 중화민족의 발전 과정이 담긴 ‘살아 있는 역사유산’으로 간주하는 중국 당국 입장에서 가짜 무술 고수는 중국 전통 무술을 우스꽝스럽게 만들고 신뢰를 깎아내리는 골치 아픈 존재였다. 더불어 쉬샤오둥과 같은 전통 무술가를 압도적인 기량으로 제압해 버리는 현대 종합격투기 선수들도 달가운 존재가 아니었다. 중국 체육 당국은 격투기 선수들과 전통 무술가들의 경기가 늘어나자 2020년 ‘안전’ 등을 이유로 승인받지 않은 경기를 중단시켰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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