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4일(현지시각)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 고르쉬코프 호위함 함장과 화상 회의를 하고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신형 극초음속 미사일인 치르콘을 이 호위함에 배치했다고 밝혔다. 모스크바/타스 연합뉴스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처음으로 경전차 지원을 약속하고 러시아는 신무기인 극초음속 미사일을 우크라이나 등에 실전 투입하면서, 서방·우크라이나 대 러시아의 새해 군사 대결 격화를 예고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4일(현지시각)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 고르쉬코프 호위함의 이고르 크로흐말 함장과의 화상 회의 자리에서 이 호위함이 극초음속 치르콘 미사일로 무장했음을 공개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 강력한 무기가 외부의 잠재적 위협으로부터 러시아를 확실히 지킬 것으로 확신한다. 세계 어디에도 이 미사일에 필적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고르쉬코프 호위함은 그동안 마하 9 이상(시속 1만1265㎞)의 속도로 비행할 수 있는 치르콘 미사일의 시험 발사에 주로 이용되어 왔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이 호위함은 130m의 길이에 200명 정도의 병력을 수용할 수 있으며, 이날 대서양쪽으로 항해를 시작했다. 쇼이구 국방장관은 이 호위함이 대서양, 인도양, 지중해 등을 항해하면서 러시아에 대한 위협에 대응하고 우방국 등 지역 평화 유지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치르콘 미사일의 사거리는 1000㎞에 이르며,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무력화시키면서 해상과 지상의 목표물을 정밀하게 강력 타격할 능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러시아군은 또 소형 핵추진 엔진을 장착한 극초음속 미사일인 ‘킨잘 미사일’을 미그(MiG)-31 초음속 전투기에 탑재해 우크라이나 주요 공격 목표를 타격했다고 <에이피>가 전했다. 이 미사일은 최대 마하 12의 속도를 낼 수 있으며 사거리는 1500㎞ 수준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군이 구체적으로 어느 지역을 공격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러시아군은 그동안 서방의 기존 방공망을 회피하기 위해 치르콘 등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해왔다. 러시아군은 지난해 치르콘 미사일을 10여 차례 시험 발사하는 데 성공했으며, 올해부터 실전에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혀왔다. 러시아가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서 앞서가고 있으며, 미국과 중국도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로이터>가 지적했다. 미국 의회 조사국은 오스트레일리아, 프랑스, 독일, 남·북한, 일본도 극초음속 무기를 개발 중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한편, 유럽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경전차 지원에 나섰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볼로미디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경전차(AMX-10 RC)를 보내겠다고 약속했다. 서방 국가가 우크라이나에 경전차 지원을 약속한 것은 프랑스가 처음이다. 마크롱 대통령의 지원 약속 이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우크라이나에 브래들리 경전차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경전차는 강력한 포를 장착하고 있으며 1980년대 중반부터 미군이 실전에 배치해왔다. 하지만, 서방의 이런 움직임은 미국산 에이브럼스 전차 등 더 강력한 전차를 원하는 우크라이나의 기대에는 못 미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에이브럼스 전차 외에 독일산 레오파르트 전차 지원도 요구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은 동부 도네츠크주를 중심으로 계속 이어졌다. <로이터>는 미국 행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도네츠크주 지역의 주요 교두보인 바흐무트 주변에서 러시아군이 조금씩 전과를 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전투가 여전히 상당히 격렬하며 바흐무트 상황을 볼 때 앞으로 몇달 동안 곳곳에서 전투가 계속 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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