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중국 상하이 거리에서 여성 2명이 ‘원치 않는다, 원한다’라고 쓰인 현수막을 들고 걸어가고 있다. 트위터 갈무리
중국 수도 베이징에 이어 경제 중심인 상하이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에 반대하는 소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지난 23일 상하이 샹양베이루에서 젊은 여성 2명이 중국어로 ‘원치 않는다, 원한다’(不要, 要)라는 문구를 반복해 쓴 현수막을 들고 차도를 걷는 영상이 트위터와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 올라왔다. 이들은 일행으로 보이는 다른 청년들과 함께 인터내셔널가를 부르기도 했다. 23일은 시 주석이 3연임을 확정하고, 당 최고지도부 역시 시 주석의 측근들로 채워지는 게 공개된 날이다.
이날 시위에 사용된 ‘원치 않는다, 원한다’는 문구는 ‘20차 당 대회’ 개막 사흘 전인 지난 13일 베이징 시내에서 열린 시 주석 반대 시위의 문구를 본뜬 것으로 보인다. 당시 한 남성이 베이징의 고가도로에 ‘핵산검사를 원치 않고 밥을 원한다’, ‘문화대혁명을 원하지 않고 개혁을 원한다’, ‘영수를 원치 않고 선거권을 원한다’는 등의 문구가 쓰인 현수막을 내걸었다. 시 주석의 주요 정책은 물론 그의 3연임 시도를 비판한 내용이었다. 이 남성은 곧 체포됐고, 베이징의 대부분 고가도로와 육교 등에 감시원이 배치되는 등 긴장이 높아졌다.
그러나 이 시위 이후 폐회로텔레비전(CCTV)이 없는 화장실이나 외진 곳 등에 스프레이로 시 주석에 대해 반대 의견을 밝히는 ‘몰래 시위’가 종종 벌어졌다. 이번 상하이 시위도 그 연장선에 있지만, 공개된 장소에서 직접 현수막을 만들어 행진까지 했다는 점에서 이전 몰래 시위와는 양상이 다르다.
중국에서 최고지도자와 정부 당국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시위를 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돼 있고, 매우 드문 일이다. 상하이 시위 영상도 중국 내 소셜미디어 등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23일 중국 상하이 거리에서 청년들이 현수막에 ‘원치 않는다, 원한다’라는 문구를 쓰고 있다. 트위터 갈무리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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