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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탕진잼’, 중국엔 ‘탕핑’…시진핑 시대 중국 청년들

등록 2022-10-18 08:00수정 2022-10-18 19:31

중국 당대회 키워드ㅣ 청년
경제침체 속 중국 청년들 자포자기
시진핑 “당이 청년사업 길잡이 돼야”
16일 홍콩 거리의 전광판에 시진핑 국가주석의 중국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 업무보고 화면이 나오고 있다. 홍콩/AFP 연합뉴스
16일 홍콩 거리의 전광판에 시진핑 국가주석의 중국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 업무보고 화면이 나오고 있다. 홍콩/AFP 연합뉴스

“청년이 강해야 나라가 강하다. 전당 동지들은 청년 사업을 전략적 사업으로 틀어쥐어 청년 대중들의 길잡이가 되어야 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6일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20차 당대회) 개막 행사의 업무보고에서 한 발언이다. ‘신시대 당 건설’을 주장하며 한 얘기인데, 최근 중국 청년세대의 변화에 대한 중국공산당의 우려 섞인 시선이 담겨 있다. 시 주석은 2017년 19차 당대회 업무보고 때도 청년 관련 발언을 했는데 “당은 청년세대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는 정도의 말에 그쳤다. 이번처럼 ‘청년 사업’을 통해 당이 길잡이가 되라는 구체적인 주문을 하진 않았다. 

시 주석의 지난 집권 10년 동안(2012~2022), 중국 사회의 빠른 변화만큼 청년들의 분위기도 많이 변했다. 시 주석 집권 초 형성됐던 긍정적이고 역동적인 사회 분위기가 점차 경직되고 엄격한 분위기로 바뀌며, 청년들도 깊은 영향을 받았다. 특히 2019년 이후 급격한 경제 둔화와 청년 인구 증가가 맞물리면서 최근 중국 청년층 사이에선 자포자기하는 정서가 짙어지고 있다.

매년 말 중국 잡지 <야오원자오쯔>가 발표하는 중국 인터넷 10대 유행어를 보면 이런 흐름이 잘 나타난다. 시 주석이 집권한 첫해인 2012년 중국의 10대 유행어 중에는 ‘정넝량’(正能量)과 ‘레이펑 따라 배우기’ 등 긍정적인 단어가 포함됐다. 정넝량은 ‘긍정 에너지’, 레이펑 따라 배우기는 중국의 1950~60년대 노동 청년 영웅인 레이펑을 따라 배우자는 운동을 뜻한다. 2015년에는 한 중학교 교사가 사표를 던지면서 했다는 ‘세상이 이렇게 넓은데’라는 단어가 10대 유행어에 들어갔다. 2018년에는 시 주석이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발표한 ‘운명공동체’라는 단어가 포함됐다. 전 인류가 하나이므로, 국제관계에서 서로의 이익을 도모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2019년부터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주 6일 일하는 ‘996’이 유행어로 꼽혔다. 과도한 노동조건에 대한 청년층의 좌절과 분노가 묻어난 말이었다. 특히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이 이를 옹호해 논란이 일었다. 2020년에는 ‘더 투입해도 효과가 없다’는 네이쥐안(内卷)이라는 단어가 10대 유행어에 포함됐다. 노력해도 안 된다는 뜻으로, 중국 젊은이들이 많이 쓰게 된 말이다. 지난해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 있는다’는 뜻의 ‘탕핑’(躺平)이 유행어에 꼽혔다. 올해는 이보다 한발 나아가 ‘될 대로 되라’는 뜻의 바이란(摆烂)이 유행하고 있다.

중국 청년층의 자포자기 정서는 최근 중국 경제 상황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2012~2015년 7%대, 2016~2018년 6.7~6.9%를 보이다가, 미국과의 무역분쟁이 본격화한 2019년 6.0%로 하락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에는 2.2%까지 급락했고, 지난해에는 전년도 기저효과로 8.1%로 회복했다가 올해 다시 3%대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면 일자리가 줄어든다. 그와 함께 인공지능(AI)·로봇 산업의 성장으로 인해 좋은 일자리가 이미 사라지고 있다. 실제 2010년 9.8%였던 중국의 16~24살 청년 실업률은 2022년 7월 역대 최고인 19.9%로 급증했다.

중국 사회의 꽉 막힌 분위기도 청년들의 좌절감을 가중시킨다. 2012년 이후 시 주석 1인 권력과 공산당의 사회 통제력이 크게 강화됐지만,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인권 운동가, 인권 변호사 등은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일상적인 온라인 검열이 강화돼, 당이나 국가의 정책과 다른 의견을 내기 점점 힘든 상황이 돼 가고 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중국 청년들은 안정적이고 보수적인 선택으로 기울고 있다. 특히 대졸자를 중심으로 대학원 진학과 공무원 시험 응시가 크게 늘었다. 올해 중국의 대학 졸업생 수는 1076만명인데, 대학원 진학 시험에 응시하는 인원은 그 절반인 52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1월 치러진 중국 공무원 시험에서도 사상 처음으로 응시자가 200만명이 넘었다. 전년도 157만명보다 35% 급증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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