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란 튀르키예 대통령이 2022년 8월 5일 러시아 소치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소치/A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서방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가스 및 핵발전 협력도 강화하기로 다짐하는 등 양국의 협력을 재확인했다.
푸틴 대통령과 에르도안 대통령은 13일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열린 옛 소련권 국가를 중심으로 한 유라시아 국가들의 모임인 ‘아시아 상호조처 및 신뢰 구축 회의’ 정상회담에서 만나 별도의 양자 회담을 갖고는 이렇게 합의했다.
푸틴과 에르도안의 이번 회담은 지난 3개월 동안 4번째이다.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하라는 서방의 압력에도 에르도안은 이번 회담을 통해 다시 러시아와의 관계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푸틴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제재와 가스관에 대한 사보타주 등으로 차질을 빚는 러시아 가스의 수출을 위한 가스 허브를 튀르키예에 건설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제안했다. 푸틴은 “튀르키예는 현재 유럽에게도 가장 신뢰할만한 가스 공급 통로로 입증됐다”며 “우리는 다른 나라들에 대한 가스 공급을 위한 가스 허브를 튀르키예에 만들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독일로 연결되는 노르드스트림1·2 가스관은 최근 사보타주로 보이는 폭파사건으로 훼손돼, 가동이 중지되고 있다. 앞서, 러시아는 노르드스트림1 가스관을 유지보수를 이유로 가동을 중단시켰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튀르키예에 가스 허브를 만들자는 푸틴의 제안에 “아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며 “공동으로 검토될 것이다”고 확인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러시아가 건설하는 튀르키예의 첫 핵발전소에 대해서 언급하고, 양국의 에너지 협력 강화를 제안했다. 에르도안은 내년에 가동을 시작하는 이 핵발전소 외에도 튀르키예 북쪽에 두번째 핵발전소 건설을 러시아가 건설해주는 계획을 제안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또 전쟁으로 차질을 빚고 있는 러시아의 곡물 및 비료 수출을 촉진할 준비가 됐다고 화답했다. 그는 “튀르키예를 통해 가난한 나라들에게 러시아의 곡물과 비료를 수출하고, 그 곡물 수출을 위한 회랑을 유지하는데 지원하겠다”며 “우리 장관들과 정부는 회동해서, 우리 관계를 강화할 것이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흑해 연안이 봉쇄돼, 우크라이나 및 러시아의 곡물과 비료들이 수출되지 못하자, 튀르키예는 중재에 나서 봉쇄 해제 및 수출 재개를 이끌어 냈었다.
에르도안은 특히 러시아와의 관계를 옹호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튀르키예와 러시아의 무역량이 증가한 것으로 옹호하며, 양자 관계는 빈국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튀르키예와 러시아의 조처들이 특정 세력들에게는 못마땅하겠지만, 저개발국들을 좋게하고 있다”고 말해, 양국 관계에 대한 미국 등 서방의 불만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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