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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3연임 앞둔 시진핑…이제 견줄 건 마오뿐

등록 2022-10-12 07:00수정 2022-10-12 12:28

시진핑 3기 중국의 앞날
미국 견제·성장 둔화·빈부 격차…시련 앞에 선 ‘중국몽’
지난 2017년 10월24일 베이징에서 열렸던 중국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 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해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전·현직 공산당 간부들이 참석해 있는 모습. 시 주석의 3연임을 확정지을 20차 전국대표대회는 오는 16일 열린다. 베이징/AP 연합뉴스
지난 2017년 10월24일 베이징에서 열렸던 중국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 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해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전·현직 공산당 간부들이 참석해 있는 모습. 시 주석의 3연임을 확정지을 20차 전국대표대회는 오는 16일 열린다. 베이징/AP 연합뉴스

‘시진핑 3기’ 출범을 앞둔 중국 베이징 거리엔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7일 중국 베이징 중심부를 남북으로 가르는 창안제 대로에 통제가 시작됐다. 신호등마다 배치된 차단원들은 주민들의 자유로운 이동을 막았다. 천안문 광장은 평소에도 외국 기자의 출입을 허용하지 않는데, 이날부터 경비는 한층 더 삼엄해졌다. 공안은 곳곳에서 주민들의 신분증을 확인한 뒤 통과시켰다. 중국공산당의 주요 행사가 열리는 인민대회당 지붕에 촘촘하게 꽂힌 붉은 깃발만이 곧 ‘중요 행사’가 임박해 있음을 알게 했다. 베이징의 공기는 축제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10년 전인 2012년 11월, 세계는 새 중국 지도자가 된 시진핑(69) 국가주석을 기대에 찬 눈으로 바라봤다. 소탈하고 친근한 이미지의 시 주석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될 중국을 더 개방적이고 활력 넘치는 국가로 이끌어 갈 것이라는 기대였다. 아쉽게도 기대는 실망으로 변했다. 시 주석 집권 10년 동안 중국에는 민주주의·인권·자유·개방 등 세계 주요국들이 공유하는 보편적 가치보다 국가가 주도하는 통제·질서·침묵·봉쇄의 기운이 더 넓게 자리잡았다.

돌이켜 보면, 이는 10년 전부터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중국공산당은 당시 “폐쇄적이고 잘못된 옛길”과 “깃발을 바꾸는 잘못된 길” 모두를 가지 않겠다며 ‘중국 특색 사회주의 길’을 천명했다. 중국의 옛 실패와 서구의 보편적 길 모두를 벗어난 ‘마이 웨이’를 선언한 것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시 주석은 급기야 16일 개막하는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20차 당대회)를 통해 ‘중화인민공화국의 아버지’ 마오쩌둥 외에 누구도 가보지 않은 ‘15년 이상’에 이르는 집권의 길을 가려 한다. 10년의 경력을 쌓고 노회해진 시진핑과 그의 중국을, 세계는 이제 기대가 아닌 우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시 주석 3연임을 중국인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확한 여론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중국에선 공식 여론조사를 허용하지 않는다. 2018년 3월 국가주석직 3연임을 허용하는 개헌 때엔 전국인민대표 2964명 중 99.8%인 2958명이 찬성했다. 반대는 2명이었다.

물론, 이를 중국의 여론이라 하긴 어렵다. 시 주석의 3연임 시도를 비판했던 이들은 감옥에 가거나 일자리를 잃었다. 중국인 대다수가 가입한 소셜미디어 웨이보 등은 검열이 심해 3연임 반대 의견 등을 올릴 수 없다. 중국 학자들이나 전문가들도 말을 아낀 채, 당의 공식 입장 정도만 얘기한다. 지난 10년 동안 사회통제를 강화해온 탓에 의미 있는 반대 행동이 나오지 않고 있다.

중국공산당이 시 주석의 3연임을 정당화하는 핵심 근거는 ‘자신감’과 ‘위기감’이다. 시 주석은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주년을 맞는 2049년까지 미국을 뛰어넘는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건설한다는 이른바 ‘두번째 100년’ 목표를 내걸고 있다. 전임 지도자들과 시진핑 2기까지 중국은 망가진 국가의 틀을 갖추고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첫번째 100년’ 목표(샤오캉 사회 달성)에 집중했다. 이제 시 주석 3기부터는 발전 속도를 높여 세계 최강국 미국을 넘어서는 ‘두번째 100년’ 목표(중국몽 달성)를 향해 나아가야 하고, 이를 달성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시 주석 10년 동안 중국 국내총생산(GDP)은 8조5322억달러(2012년)에서 17조7340억달러(2021년)로 갑절 이상 늘었다. 1인당 국내총생산 역시 6300달러(2012년)에서 1만2556달러(2021년)로 급증했다. 2012년 중국 경제 규모는 미국의 52.5%에 불과했지만 2021년에는 77.1%까지 성장했다. 중국은 10여년 안에 미국의 경제 규모를 뛰어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런 중차대한 시점에 중국은 △미국의 강력한 견제 △중국 내부의 부패 △불균형 발전 등 안팎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 위기를 뚫고 목표를 달성하려면 시 주석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고, 그 결론이 3연임이라는 것이다. 조영남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웹진 <아시아 브리프>에서 시 주석 3연임을 통해 중국공산당은 “중국 정치의 안정성에 대한 회의와 미래에 대한 억측을 잠재울 수 있고, 정책의 연속성도 확보할 수 있다”고 평했다. 지난 10년 동안 3연임을 향해 사회·정치적으로 주도면밀하게 움직여온 시 주석이 이후 본인의 연임을 정당화하기 위해 더욱 치밀한 통치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눈앞의 시련이 적지 않다. 가장 큰 불안 요소는 미-중 전략 경쟁이다. 중국이 덩샤오핑의 유지였던 ‘도광양회’(빛을 감추고 때를 기다린다) 기조를 폐기한 뒤 2010년대 초부터 동중국해·남중국해 등에서 미국과 갈등이 시작됐다. 현재 갈등의 축은 전통적 안보를 넘어 무역과 첨단기술 분야로 확대됐다. 미국은 2017년 12월 국가안보전략(NSS)을 개정해 중국을 “체제에 도전할 수 있는 유일한 경쟁자”로 자리매김했고, 조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 인류가 미국이 대표하는 민주주의와 중국이 대표하는 권위주의 사이의 ‘변곡점’ 위에 있다는 언급까지 서슴지 않는다.

다음 불안 요소는 경제다. 안정적 경제 성장은 시 주석 체제의 가장 튼튼한 밑바탕이었지만, 위험 요소로 변해가고 있다. 중진국 소득 기준인 1인당 국내총생산 1만달러를 돌파하면, 이전과 같은 고속 성장이 어려워진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칭링) 정책으로 인한 봉쇄 탓이 크지만, 당장 올해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정부 목표인 5.5%에 한참 못 미치는 3% 정도에 머물 전망이다. 지난 10년 평균 성장률 6.6%의 절반에 불과하다. 경제적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중국인들이 잠시 미뤄놨던 사회·정치적 요구를 제기할 수 있다.

급격한 빈부 격차도 시 주석 3기가 풀어야 할 주요 과제이다. 사회주의 국가 중국이 미국보다 빈부 격차가 크다는 통계가 나오면서 시 주석은 지난해 가을 이후 분배에 중점을 둔 ‘공동부유’를 강조하고 있다. 최근 경기 침체로 뒷전에 밀려나 있지만, 분배는 시 주석이 해결해야 하는 가장 어려운 과제임이 틀림없다.

마지막 변수는 대만이다. 시 주석이 3연임의 이유를 증명하고, 나아가 4연임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통일을 완수하겠다’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 서구 군사 전문가들이 시 주석의 4연임이 결정되는 2027년을 불길하게 바라보는 이유다. 이번 당대회에서 당의 헌법인 ‘당장’을 개정해 통일 관련 문구가 더 구체적이고 강경하게 바뀔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시 주석이 대만 침공이라는 ‘오판’을 저지르면, 당사자인 대만과 중국뿐 아니라 한·미·일 모두가 연루되는 끔찍한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으로선 꿈에서도 생각하기 싫은 시나리오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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