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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식량난에 무릎 꿇나…경기 침체 공포, 유럽 정치 흔들다

등록 2022-07-19 15:10수정 2022-07-20 02:49

이탈리아 내각 붕괴 위기로 부담 현실화
프랑스·스페인·에스토니아 정부도 궁지
나토, “우리를 위한 싸움” 무마 안간힘
이탈리아 내각이 붕괴 위기를 맞은 가운데 18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마리오 드라기 총리 지지자들이 우크라이나 국기를 두르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밀라노/EPA 연합뉴스
이탈리아 내각이 붕괴 위기를 맞은 가운데 18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마리오 드라기 총리 지지자들이 우크라이나 국기를 두르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밀라노/EPA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다섯달 가까이 이어지고 유럽 경제의 ‘주름살’이 깊어지면서, 유럽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탈리아의 마리오 드라기 내각이 물가 대책을 둘러싼 갈등 때문에 붕괴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내각의 운명이 20일(현지시각) 결정될 전망이다. 드라기 총리는 이날 의회에서 연설을 한 뒤 신임 투표를 거칠 예정이다.

이탈리아 내각 붕괴 위기는 연정에 참여했던 ‘오성운동’이 물가 폭등에 대응할 강력한 대책 마련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민생지원법안 표결에 불참하면서 시작됐다. 오성운동 대표인 주세페 콘테 전 총리는 “9월이 오면 많은 가정이 전기 요금을 낼지, 식료품을 살지를 놓고 끔찍한 선택을 해야 할 상황이 올 것”이라며 표결 불참을 선언했다. 드라기 총리는 오성운동의 지지가 없이는 내각을 이끌 수 없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으나,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은 드라기 총리의 사임서를 반려하고 의회에 재차 의견을 묻도록 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탈리아 정치 위기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쟁을 장기화하면서 서방에 가하고 있는 압박의 결과라고 평했다. 루이지 디마이오 이탈리아 외무장관은 이탈리아 내각이 붕괴하면 푸틴 대통령이 가장 좋아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신문은 페루치우 레스타 이탈리아 전국대학협의회 의장이 현재 상황을 “방향타 없는 배의 표류”로 표현했다며 이는 다른 유럽 국가들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에서는 여당이 총선에서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입지가 이미 상당히 약화됐다. 스페인 집권 사회당은 인구가 가장 많은 안달루시아주 지방 선거에서 야당에 패배하면서 타격을 받았고, 중도 우파 야당인 ‘국민당’의 최근 지지율은 36.3%로 2017년 4월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유럽연합(EU) 내에서 러시아에 대한 강경 대응 세력을 대변하는 에스토니아의 카야 칼라스 총리도 지난주 연립 내각 붕괴 위기를 가까스로 수습했지만, 적지 않은 정치적 타격을 받았다. 이와 대조적으로 친러시아 성향의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시작된 유럽 경제의 어려움은 이제 이탈리아 저소득층을 위한 ‘식품 은행’(푸드 뱅크), 독일 낙농업계 등 분야와 지역을 가리지 않고 곳곳에서 느껴진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프랑스 파리 교외에서 두 자녀와 사는 제시카 로블리라는 여성은 최근 한달 식비를 100유로(약 13만3천원)로 50% 이상 줄였다며 “상황이 더욱 나빠지겠지만, 생존을 위해서는 식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황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유럽연합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지도자들은 여론 무마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유럽의회 연설에서 “불평을 중단하고 우크라이나 지원을 강화하자”고 호소했다. 그는 “우리가 유럽연합, 나토의 일원으로 치르는 대가는 돈으로 계산된다. (하지만) 그들이 치르는 대가는 매일 잃는 목숨으로 계산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크라이나가 패배하면 우리도 위험에 처한다는 걸 이해해야 한다”며 우크라이나 지원이 결국 유럽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유럽 물가 상승이 러시아 제재 때문이라는 증거가 없다며 “눈이 없나? 그래프는 보지 않나? 수치나 사실은 고려하지도 않나?”는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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