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그 니코렌코(Oleg Nikolenko) 우크라이나 외교부 대변인이 지난 8일 자포리자 지방 밭에 러시아군이 불을 질렀다고 주장하며 트위터에 공개한 사진. 올레그 니코렌코 공식 트위터 계정 갈무리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곡물값이 올라 많은 소말리아와 에티오피아, 남수단, 예멘, 아프가니스탄 등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이 기아로 내몰리고 있다.
세계식량계획(WFP)은 식량과 연료 등의 비용 급등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지난 3월 이후 식량과 연료 등의 비용 급등으로 ‘심각한 식량 불안정’ 상태가 된 사람이 4700만명 더 늘어 났다고 밝혔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1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에 따라 심각한 식량 불안정 상태의 인구는 전세계적으로 3억4500만명으로 증가했다. 이들 중 5천만명은 기아의 선상에 있다. 심각한 식량 불안정 상태란 적절히 영양을 섭취하지 못할 경우 생명이나 생계가 즉각 위험에 빠지는 상태를 말한다.
이처럼 식량 위기가 더 악화한 것은 이들 국가의 오랜 내전과 갈등, 극단적인 기후변화에 최근에는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코로나19 확산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소말리아의 경우 몇 년째 이어지는 극심한 가뭄과 이슬람 무장단체 알샤바브의 테러 등에 따른 정정 불안으로 이미 식량 생산이 40~60% 감소했다. 또 목초지가 말라붙어 지난해 중반 이후에만 가축 300만 마리가 죽어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식량 공급 불안과 가격 폭등이 겹치며 식량 구하기가 더 어려워진 것이다.
소말리아를 비롯해 에티오피아와 남수단, 예멘, 아프간에는 거의 90만명이 심각한 식량 위기를 겪고 있으며, 이는 2019년보다 10배 늘어난 것이다. 올해와 내년엔 피해가 더 늘어 1960년 이해 최악의 기아가 발생할 것이란 예측도 있다.
에미네 제파르(Emine Dzheppar) 우크라이나 외교부 제1차관이 지난 10일 러시아군이 들판에 불을 질렀다고 주장하며 트위터에 공개한 영상. “몇 분 만에 밭 전체가 불탔다”고 그는 썼다. 에미네 제파르 공식 트위터 계정 갈무리
에미네 제파르(Emine Dzheppar) 우크라이나 외교부 제1차관이 지난 10일 러시아군이 들판에 불을 질렀다고 주장하며 트위터에 공개한 영상. “몇 분 만에 밭 전체가 불탔다”고 그는 썼다. 에미네 제파르 공식 트위터 계정 갈무리
에미네 제파르(Emine Dzheppar) 우크라이나 외교부 제1차관이 지난 10일 러시아군이 들판에 불을 질렀다고 주장하며 트위터에 공개한 영상. “몇 분 만에 밭 전체가 불탔다”고 그는 썼다. 에미네 제파르 공식 트위터 계정 갈무리
최근 몇 주 사이에 국제 곡물값이 조금 떨어졌지만, 이들 곡물이 필요한 곳에 도착하는 데에는 몇 달이 걸릴 것이며 많은 사람이 그렇게 오래 기다리지 못할 가능성이 많다. 게다가 연료값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어서 이들 높아진 곡물 운반 비용이 이들 지역의 곡물 수입상들을 파산으로 몰고 있는 것도 상황을 어렵게 하고 있다.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의 곡물수입상 아담 아부달히는 “아시아에서 컨테이너선 빌리는 비용이 4천 달러(520만원)에서 1만3천달러(1692만원)로 폭등했다”며 “동료 수입상 60% 남짓이 파산했다”고 말했다.
모가디슈 외곽의 빈민수용소에 사는 무아드 아브디는 며칠 전 제대로 먹이지 못해 (생후) 두 달 된 아이를 잃었다. 그는 “전에는 임시 건설노동자인 남편이 하루에 1달러에서 2달러를 벌어오면 여섯 식구 두끼 식사분의 쌀과 콩을 마련했지만, 지금은 한 끼도 어렵다”며 “구호기관도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충분히 지원해줄 수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구호단체들은 국제사회의 많은 관심과 자원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집중되면서 기아 문제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세계식량계획이 구호용 식량을 조달하는 비용은 2019년보다 46% 늘어났다. 이에 따라 구호 물량과 대상 등도 줄었다. 에티오피아와 수단에서 세계식량계획은 120만 난민에게 제공하는 식량을 하루 영양 필요량의 절반으로 줄였다.
내전으로 삶의 터전을 떠난 예멘 사람들이 지난 6일 구호품을 받고 있다. 호데이다/AFP 연합뉴스
세계식량기구의 소말리아 책임자 엘-키디르 달롬은 “배고픈 사람의 입에서 식량을 빼앗아 굶어 죽어가는 사람을 먹이고 있는 격”이라고 말했다. 모가디슈 외곽의 빈민수용소에서 일하는 영국의 구호단체 ‘휴먼 어필’의 파티마 사이드는 “사람들의 기부가 식량값 상승을 따라잡지 못해 매달 50㎏씩 주던 쌀과 밀 등 식량을 절반으로 줄였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