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홍콩에 중국 국기가 휘날리고 있다. 홍콩/AFP 연합뉴스
홍콩에서 최근 열린 ‘이민 박람회’ 관람객이 전년도보다 40% 증가했다.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 도입 이후 홍콩인들의 탈출 행렬이 점점 커지고 있다.
15일 홍콩 <명보>와 <미국의 소리>(VOA) 등 보도를 보면, 지난 11~12일 홍콩에서 열린 제3회 국제 이민 박람회의 방문객은 4만7천여 명으로, 전년도 3만3천여 명보다 42% 늘었다. 이번 행사에는 100개 이상의 이민 업체가 참여했고, 영국·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포르투갈·대만 등 20여개국이 행사에 도움을 줬다. 반려동물 해외 이동 서비스와 학위 관련, 이사·물류, 보험, 자산관리 회사 등도 참여했다.
박람회 주최 쪽이 지난 4~6월 온라인 등록자 3만5천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80%는 2년 이내에 이민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6개월 이내 이민을 계획한다는 응답은 19%였다.
이민지로 가장 인기 있는 국가는 영국으로 31%, 캐나다가 22%, 오스트레일리아가 21%였다. 모두 영연방 국가들로 과거 영국령이었던 홍콩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영국 정부는 2020년 7월 홍콩 보안법이 시행되자, 지난해 2월 이민법을 개정해 홍콩인들의 영국 이민 조건을 완화했다. 엑스포 관계자는 “과거 홍콩인들이 이민을 가는데 5년 정도 준비했는데, 이제 2년 정도로 바뀌었다”고 <미국의 소리>에 말했다.
홍콩 출입국관리소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홍콩 거주자의 순 유출은 14만명에 달했다. 또 지난해 캐나다로 이주한 홍콩인은 3444명으로 24년 만에 최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수준의 2배 이상이다.
홍콩인들의 해외 이주는 2020년 홍콩 보안법 도입 이후 급격히 늘었다. 중국과 다른 체제를 인정하는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가 사실상 폐지되면서, 정치적 자유와 언론·집회의 자유 등이 사라졌다. 올해 초에는 중국식 엄격한 코로나19 봉쇄가 도입되는 등 사회적 통제도 강화되고 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