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경으로 본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왼쪽은 성숙한 뒤의 모습이고 오른쪽은 미성숙한 상태. AP 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가 올해 세계 39개국에서 1600명의 환자가 발생한 원숭이두창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 선포를 검토하기 위해 오는 23일 긴급회의를 소집하기로 했다.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는 현재 코로나19와 소아마비에 대해서만 적용되고 있는 최고 수준의 경보 단계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은 14일(현지시각) 언론 브리핑에서 원숭이두창 바이러스가 비정상적으로 작동하고, 많은 나라로 퍼지고 있다며 국제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브라히마 소세 팔 사무부총장은 이 바이러스 전파의 역학 관계에 대한 지식 격차가 전세계적으로 크다며 “우리는 상황이 통제 불능 상태로 접어들 때까지 기다리기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23일 열리는 긴급회의는 전세계 전문가들이 참가하지만 비상사태 선포 여부는 사무총장이 최종 결정하게 된다. 팔 사무부총장은 “긴급회의에서 전문가들의 조언을 얻게 되면 상황에 대처하기 유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몇 주 동안 세계보건기구에 신속한 대응을 촉구해왔다고 <로이터> 통신이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는 원숭이두창이 풍토병으로 정착한 아프리카 지역을 포함해 올해 전세계 39개국에서 1600건의 확진 사례와 1500건의 의심 사례가 보고됐다고 밝혔다. 또 이 질병이 풍토병으로 정착된 지역에서 72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했다. 대부분의 사망자는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나왔다. 올해 들어 새로 감염자가 확인된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사망자가 나오지 않았다. 이 바이러스의 치명률은 3~6% 수준이라고 <로이터>가 전했다.
세계보건기구는 원숭이두창 예방을 위한 대규모 백신 접종은 권고하지 않고 있다. 원숭이두창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천연두 백신은 임상 자료가 부족하고 공급도 충분치 않은 상태다.
원숭이두창은 중·서부 아프리카에서 풍토병으로 정착한 감염병으로, 지난달부터 유럽과 미국 등에서도 잇따라 환자가 나오고 있다. 초기 증상은 발열, 두통, 근육통 등이며 며칠이 지나면 피부에 물집이 생긴다. 과학자들은 원숭이두창 환자나 환자가 사용한 옷·침구류에 밀접하게 접촉하면 누구나 이 병에 감염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에이피>가 전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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