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노인들이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고령층은 코로나19 장기 후유증도 더 심하게 겪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라마트간/AP 연합뉴스
코로나19 입원 환자의 절반 이상이 퇴원한 지 2년이 지나도록 장기 후유증에 시달린다는 연구가 중국에서 나온 데 이어 이 증상이 고령층에서 더 심해진다는 연구가 미국에서 발표됐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회복한 65살 이상 연령층 가운데 25%가량이 치료 후에도 적어도 한달 이상 후유증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고 <에이피>(AP) 통신이 2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18~64살 연령층의 경우, 후유증을 겪는 비율은 20% 정도였다.
코로나19 장기 후유증(롱코비드)은 코로나19 감염 이후 적어도 한달 이상 하나 이상의 증상이 지속되거나 재발하는 것을 말한다.
질병통제예방센터는 2020년 3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미국인 약 200만명의 건강 기록 자료를 바탕으로 최대 1년 동안 26가지 증상을 조사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 이 가운데 코로나19에 감염됐던 사람은 35만3천명이었다.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코로나19 감염자의 38%가 심혈관계 증상 등 각종 증상을 보인 반면 감염되지 않은 이들은 16%만 증상을 나타냈다고 분석했다. 후유증은 고령층에서 더 심해, 65살 이상자는 전체의 45.4%(비감염자는 18.5%)가 증상을 보였다. 18~64살은 35.4%(비감염자는 14.6%)만 증상이 나타났다.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이런 분석 결과는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후유증이 65살 이상자는 4명 중 한명꼴, 18~64살 연령층은 5명 중 한명꼴로 나타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고령층의 코로나19 장기 후유증은 백신을 맞은 뒤 감염된 경우도 상당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야드 알알리 미국 워싱턴의대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이날 학술지 <네이처 의학>에 발표한 논문에서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뒤 확진된 60살 이상 퇴역 군인 가운데 32%가 최대 6개월 동안 후유증에 시달린 것으로 연구됐다고 밝혔다. 백신을 맞지 않았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된 퇴역 군인 중 장기 후유증에 시달린 이들의 비율은 이보다 4%포인트 높은 36%였다.
알알리 교수는 “백신을 맞으면 장기 후유증을 피할 확률이 15% 정도 높았다”며 색전증이나 호흡기 질환 위험은 절반까지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장기 후유증 치료소를 운영하는 감염증 전문가 크리스틴 엥글런드는 <에이피>에 “장기 후유증은 뚜렷한 치료법이 없기 때문에 백신을 맞고 마스크 쓰기 같은 감염 예방 조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국립 호흡기의학 센터의 빈차오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지난 11일 코로나19로 치료를 받고 퇴원한 환자의 55%가 2년이 넘도록 한가지 이상의 후유증에 시달린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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