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중국 상하이에서 방역요원들이 전동차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상하이/로이터 연합뉴스
애초 8일 동안 예정됐던 중국 상하이 봉쇄가 한달을 넘겨 지속되고 있다. 아파트 단지를 산책하고, 공동구매로 식료품을 사는 등 ‘봉쇄 속 질서’가 형성됐지만, 기약 없는 봉쇄에 주민들이 매우 지친 상태다. 지난 3월 말, 4월 초
인터뷰했던 한국 교민 3명을 최근 다시 전화로 인터뷰했다. 첫 인터뷰에서 막연한 불안을 표시했던 이들은 지금은 체념과 분노의 감정을 호소했다. 중국 생활 10년 이상으로 중국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상당한 이들이지만 이번 사태는 큰 충격으로 다가오는 듯했다.
“주변의 많은 교민들이 한국에 들어가기를 원하고 있고, 실제 돌아가고 있어요.”
중국 생활 10여년째로 상하이 푸시 지역에 사는 회사원 정영주(가명·30대 초반)씨는 한달 넘게 엄격한 봉쇄 생활을 경험하고 있다. 정씨가 사는 아파트 단지는 가구당 한명의 외출만 허용하고, 이마저도 2시간 안에 돌아와야 한다. 중국 당국은 단지 안에서 확진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해당 구 안에서는 외출을 허용하고, 이를 ‘봉쇄 완화’라고 선전했지만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정씨는 “구역에서 한명이라도 확진자가 발생하면 또 14일을 봉쇄해야 하니까, 구역 주민위원회 입장에서도 부담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식료품 사정은 좀 나아졌다. 공동구매가 아닌 개별구매도 가능하다. 정씨는 “봉쇄 초에는 공동구매로 제한된 물건만 살 수 있었는데, 이제 시간을 들일 경우 본인이 원하는 물건을 거의 구할 수 있다. 한인 마트도 문을 열고 배송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거의 모든 식당이 아직 영업하지 않고 있어, 음식을 배달시키기는 쉽지 않다. 정씨는 봉쇄 중에도 업무를 해야 해 쓰레기를 버리는 정도의 최소한 외출만 한다고 했다.
30일 중국 상하이에서 한 배달원이 배달할 음식을 살펴보고 있다. 상하이/AFP 연합뉴스
상하이의 일일 확진자 수는 지난 4월4일 1만명을 넘은 이래 줄곧 1만~2만명대를 유지하다, 30일에 7872명, 1만명대 이하로 떨어졌다. 상하이 당국은 “코로나 확산세가 통제되고 있다”고 했지만, 봉쇄 해제까지는 아직 꽤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짐 싸는 교민들도 적지 않다. 정씨는 “특히 중국어가 잘 안되는 분들이 힘들어하는 것 같다”며 “많은 교민들이 한국에 돌아가기를 원하고, 실제 돌아가고 있다. 상하이에서 출발하는 직항편이 없으면 통행증을 발급받아 다른 지역으로 우회해서 귀국하는 분들도 있다”고 했다. 실제 상하이에서 공부하는 한국 유학생 100여명이 4월 중순 단체 귀국했고, 사업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게 귀국길에 올랐다. 그는 “교민들이 오랜 봉쇄로 예민해지고 불만이 많이 쌓여 있다”며 “무엇보다 이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사실, 기약이 없다는 사실 때문에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이렇게까지 오래갈 줄 몰라…중국 사업 정리 생각도”
중국 생활 17년 차로 상하이에서 식당 5곳을 운영하는 이승웅(43) 사장은 “이제 중국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고 했다.
“한달 전 통화할 때와 다릅니다. 지금은 마음이 굉장히 복잡해요. 그때는 저도 한 2주, 3주면 끝나겠거니 하고 생각했거든요. 이렇게까지 오래갈 줄은 몰랐습니다. 지금 여러가지 생각이 많이 드는데, 중국이라는 곳을 떠나고 싶은 마음도 커요.”
그는 상하이 당국이 공식적인 봉쇄에 나서기 전인 3월 중순께부터 일주일 동안 차례로 가게 5곳의 문을 모두 닫았다. 이 사장은 3월 말 통화 때는 “불안하다”면서도 “상하이시가 지원책을 발표했고, 약속이 지켜질 거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었다. 불안해했지만 불안이 크지 않았다.
30일 중국 상하이에서 한 주민이 파자마를 입고 코로나19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상하이/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한달 상하이시는 봉쇄를 완화하겠다는 약속을 번번이 어겼다. 물품 전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병원 운영 등에 구멍이 생기면서 시민들의 불만이 크다. 이 사장은 “상하이시는 핵산 검사를 해서 단지에서 확진자가 나오지 않으면 지역 내 외출을 허용하겠다고 했는데, 이 조건을 충족해도 아파트 단지 안에서만 오갈 수 있고 바깥으로는 나갈 수 없게 한다.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는 3월 중순부터 현재까지 50일 가까이 휴업 상태다. 매출은 전혀 없지만 가게 임대료와 직원 40여명의 월급은 지급하고 있다. 그는 “4월10일 직원 월급을 상하이 최저임금에 맞춰 지급했다”며 “그나마 저희는 이렇게라도 하는데, 사정이 좋지 않은 가게들은 아예 지급을 못 하는 곳도 꽤 있다고 들었다”고 했다. 식당 직원들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이들은 봉쇄 전 월급의 20~25%만 받고 한달, 한달을 버텨야 한다. 이 사장은 “5월10일에도 급여를 줘야 하는데, 정말 어렵다”며 “그나마 직원들이 적게 줬다고 불만을 터트리기보다 고맙다고 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했다.
“20년 전과 지금의 중국 변한 게 없어…씁쓸하다”
중국 생활 십수년째, 상하이에서 9년째 전문직으로 일하는 임하나(가명·42)씨는 출근을 못 한 지 한달이 넘었다. 그가 사는 아파트 단지는 봉쇄 강도가 다소 약해 단지 안 산책이 언제든 가능하고, 공동구매도 활발하다. 돈가스나 맥도날드 햄버거, 베이징 오리구이 같은 외식 음식도 시켜 먹을 수 있다. “지역마다 단지마다 봉쇄 강도가 조금씩 다른 것 같아요. 저도 힘들지만, 더 힘든 분들도 많고요. 제가 직원들에게 먹거리 같은 것을 배달시켜주기도 하는데, 엄격하게 하는 곳은 전달이 어려운 곳도 있더라고요.”
그는 집에서 업무를 보고 있지만, 봉쇄 전과 비교하면 업무량과 효율이 떨어진다. 언제 봉쇄가 풀릴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불안도 커지고 있다. “지금도 문제이긴 한데 민간 업체는 두달 이상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정말로 타격이 크거든요. 하루하루 매출이 발생해야 굴러가는데, 정말 걱정됩니다.”
지난 2월24일 찍은 중국 상하이 황푸강과 시내 전경. 로이터 연합뉴스
임씨는 2020년에도 상하이에서 봉쇄를 경험했는데, 당시와 지금은 확연히 다르다. 그는 “2020년에는 바이러스에 대해 무지했고 정보도 없었다. 공포심이 컸다”며 “지금은 오미크론이 어떤지, 다른 나라는 어떻게 대응하는지 다 알 수 있다. 상황이 바뀌었는데 중국 정부는 우리가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일방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동물원에 갇힌 동물이 된 것 같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 오래 살아 중국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편인 임씨는 이번 사태로 생각이 좀 바뀌었다고 했다. “그동안 중국 정부가 하는 행동을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는 편이었어요. 개인적으로 불만을 가져도 해결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반려동물을 구타해서 죽인다든지, 병원에서 호흡기가 제때 공급되지 않아 환자가 숨진다든지, 2022년에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들이 벌어지는 걸 보면서, 과연 내가 이 땅에서 계속 즐겁게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는 “20년 전 중국과 지금의 중국이 전혀 변화가 없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다”며 “그런 생각이 드니까 조금 씁쓸하다”고 말했다.
상하이시 정부가 봉쇄로 인한 자영업자의 피해 등에 대해 어떤 지원책을 내놓을지도 아직 미지수다. 임씨는 “6개월 임대료 지원 등 얘기가 나오는데, 확정된 게 아니고 구상일 뿐”이라며 “무엇인가 확정이 되어야 앞으로 어떻게 사업을 재개할지 의논할 텐데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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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