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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집에 갇힌 상하이 2500만명…“이렇게 계속 갈 수 있을까”

등록 2022-04-05 04:59수정 2022-04-05 14:16

[최현준의 DB deep 차이나]
현지 동포 3명 희망과 낙담 사이


푸동 900만명 4일간 봉쇄 이어
푸시 1600만명도 전면 통제

식료품 온라인 주문 폭주로 제때 못 구해
식료품 떨어지자 곳곳 시위 소식도

한국 식당 운영 멈춘 40대 방역 의구심
“홍콩도 푸는데, 봉쇄 언제까지…”
1일 봉쇄가 시작된 상하이 푸시 지역의 양푸구 도로가 텅 비어 있다. 상하이/ AFP 연합뉴스
1일 봉쇄가 시작된 상하이 푸시 지역의 양푸구 도로가 텅 비어 있다. 상하이/ AFP 연합뉴스

2500만명이 거주하는 세계 최대 도시 중국 상하이가 지난달 28일 봉쇄됐다. 코로나19 확진자가 25일부터 2000명을 넘기면서 “봉쇄는 없다”고 버티던 상하이 당국이 결국 손을 들었다. 남북으로 흐르는 황푸강을 중심으로 동쪽(푸둥) 주민 900만명이 먼저 나흘 동안 봉쇄됐고, 4월1일부터 서쪽(푸시) 주민 1600만명이 봉쇄에 들어갔다.

2020년 초 코로나19 진원지 우한시 봉쇄 때와 견주면 체계적인 봉쇄가 이뤄지고 있다고 하지만, △식료품 부족 △응급환자 사망 △영유아 분리 격리 등 사건·사고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빠르면서 약한’ 오미크론 변이를 맞아 전세계가 ‘위드 코로나’로 방향을 트는 가운데 정반대의 길을 2년째 고집하는 중국의 ‘전면 봉쇄 정책’에 대한 불만과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상하이에서 10년 안팎 거주한 한국 교민 3명과 인터뷰해 상하이 봉쇄 사태를 살펴봤다.

회사원 교민 “식료품 배달 실패…봉쇄 길어지면 문제”

중국 생활 10여년째로 푸시 지역에 사는 정영주(가명·30대 초반)씨는 아파트 단지에서 확진자가 나오면서 예정보다 이틀 빠른 지난달 30일부터 격리에 들어갔다. 정씨는 봉쇄 닷새째인 3일 식료품을 사기 위해 온라인 마트에 접속했으나 구매에 실패했다. 구매자가 너무 많아 배달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다행히 정씨는 지난달 초부터 봉쇄에 대비해 틈틈이 과일과 채소 등 생필품을 사뒀다.

“당장 문제는 없지만, 격리가 연장되면 불편해질 것 같아요. 주문을 수시로 시도해보려고 합니다.” 지난 1일 푸둥 지역의 봉쇄 기간이 끝났지만, 확진자가 발생한 곳이 워낙 많아 봉쇄는 사실상 이어지는 중이다. 정씨는 자신이 사는 푸시 지역도 비슷한 상황이 되지 않을까 걱정한다.

봉쇄가 예정보다 길어지면서 상하이시의 대응 능력에도 부하가 걸리는 모습이다. 시는 봉쇄 기간에 식당 배달을 허용하겠다고 했지만, 교민들이 많이 사는 상하이 민항구에서 2일 현재 배달이 되는 식당은 피자헛 등 2곳뿐이었다. 그마저도 20인분 이상 배달해야 한다. 민항구 인구는 260만명에 이른다.

특히 먼저 봉쇄에 들어간 푸둥 지역의 불만이 점점 쌓이고 있다. “푸둥에 사는 중국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면, 아직은 정부 정책에 협조하는 분위기이긴 해요. 하지만 물품 조달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불만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실제 중국 소셜미디어인 웨이보에는 상하이 푸둥 지역의 일부 아파트 주민들이 식료품이 떨어져 견딜 수 없다며 봉쇄를 뚫고 거리시위를 벌이는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로이터> 통신 보도를 보면, 지난달 29일 상하이 당국이 부모와 두살배기 딸이 모두 확진된 가족에게 규정대로 각자 격리하도록 해 논란이 됐다. 딸이 너무 어리다며 엄마가 함께 격리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당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1일 상하이 찬닝구의 주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상하이/신화 연합뉴스
1일 상하이 찬닝구의 주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상하이/신화 연합뉴스

전문직 교민 “2020년 6개월 영업 못했는데 1달 반 보상, 이번에는…”

상하이에서 9년째 살며 전문직으로 일하는 임하나(가명·42)씨는 지난달 28일부터 격리에 들어갔다. 푸시 지역은 이달 1일부터 봉쇄 예정이었는데, 그가 사는 아파트 동에서 확진자가 나오면서 아파트 단지 전체가 봉쇄됐다. 규정대로라면 임씨는 격리시설에서 7일간 머문 뒤 추가로 집에서 7일간 격리를 해야 한다. 하지만 격리시설이 모자라 14일 동안 집에서 격리하게 됐다. 7일 동안은 집 밖으로 나갈 수 없지만, 이후 7일은 체온 체크 등을 한 뒤 필요한 외출을 할 수 있다.

―격리가 예정보다 빨라졌는데, 당황하지 않으셨나요?

“저희 아파트에서 확진자가 나와서요. 하루 반 정도 시간이 걸렸는데, 아파트 주민위원회에서 봉쇄될 수 있다고 예고를 해줬습니다. 그 시간 동안 장을 보고 필요한 것들을 준비했어요.”

―상하이에 채소가 부족하고, 값이 비싸다던데.

“3월 초부터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했어요. 지금도 여전히 비싸긴 하지만 많이 나아졌습니다. 오늘(3월30일)도 마트에서 야채 등을 배달시켰어요. 푸시 지역은 아직 공식 봉쇄 전이라 그런지 배달은 어느 정도 이뤄지는 것 같습니다.”

상하이에선 지난달 초부터 채소 공급이 줄고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오이 하나에 10위안(1900원), 양배추 하나에 50위안(9500원)에 팔릴 정도였다. 시는 지나치게 비싸게 파는 행위에 대한 단속에 들어갔지만, 여전히 높은 가격이 유지된다. 그나마 최근엔 구하기도 어렵다.

임씨는 지난해 11월에도 갑작스레 격리된 적이 있다. 당시 상하이 상황은 안정적이었는데, 그가 식사했던 식당에서 확진자가 나왔다.

“식당에서 식사한 지 사흘 만에 확진자가 나왔다고 연락이 왔어요. 40분 뒤에 방호복을 입은 사람 여럿이 저희 아파트로 와서 저를 데리고 갔습니다. 제 아파트 단지도 봉쇄했고요.” 당시 상하이 당국은 임씨를 호텔로 옮겨 2주 동안 머물게 했다. 매일 코로나 검사를 했고, 하루 세끼 식사를 배달해줬다. 숙식 비용은 모두 상하이 당국이 부담했다. “당시 경험에 비하면 최근 봉쇄는 미리 시간적 여유를 줬다는 점에서 나은 것 같습니다.”

임씨는 코로나19 사태로 2020년 적지 않은 사업상 피해를 봤지만 제대로 보상받지 못했다. “2020년 3월부터 6월까지 영업을 거의 못했고, 반년 정도 힘들었어요. 패닉 상태였죠. 그런데 임대료를 한달 반밖에 지원받지 못했어요. 건물주와 어떻게 얘기하느냐에 따라 다른 거 같아요.” 임씨는 최근 상하이 당국이 발표한 지원책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고 있었다.

1일 중국 상하이 푸동 지역에 있는 상하이 신국제엑스포센터에 코로나19 격리시설이 설치돼 있다. 상하이/신화 연합뉴스
1일 중국 상하이 푸동 지역에 있는 상하이 신국제엑스포센터에 코로나19 격리시설이 설치돼 있다. 상하이/신화 연합뉴스

식당 운영 교민 “이렇게 계속 갈 수 있을까 걱정”

중국 생활 17년째로 상하이에서 식당 5곳을 운영하는 이승웅(43)씨는 지난달 10일부터 일주일 새 식당을 차례로 모두 닫았다. 상하이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늘기 시작하고 부분 봉쇄가 시작되던 때였다. 그가 운영하는 식당 주변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자, 상하이 당국은 이씨의 식당도 운영을 중단하게 했다. 식당 5곳에서 일하는 직원만 40여명이고, 한달 임대료는 모두 합쳐 3000만원이 넘었다. 봉쇄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라 막대한 손해가 예상되지만, 크게 불안해하진 않았다. 2020년 초 코로나19 사태로 두달 동안 가게 문을 닫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불안하지 않습니까?

“불안하죠. 그런데 2020년에도 2월부터 4월까지 문을 닫았어요. 당시 상하이시가 두달치 임대료를 거의 전액 지원해줬습니다. 이번에도 시가 지원책을 발표했고, 약속이 지켜질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직원 월급은 어쩌나요?

“시가 직원 월급까지 지원해주진 않습니다. 2020년에는 제가 최저임금으로 두달치를 줬습니다. 당시엔 식당도 5개가 아닌 2개였고, 설 연휴인 춘절 기간과 겹쳐 돌아오지 않은 직원들도 있었어요. 이번에는 직원 수도 훨씬 많고, 춘절 기간도 아니어서 좀 걱정되긴 합니다.”

코로나19 사태가 막 시작되던 무렵인 2020년 초 중국 전체가 봉쇄됐고, 상하이도 식당과 상가 등을 두달 동안 봉쇄했다. 당시 상하이시는 봉쇄 기간 상가 임대료를 지원하고, 그해 매출에 붙는 3%의 세금도 면제했다.

당시엔 2020년 중반부터 상하이의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며 내수 경기가 폭발했다. 그래서 이씨도 식당을 2개에서 5개로 늘릴 수 있었다. “외국에 나가던 수요가 국내로 몰린 거 같아요. 저희 식당도 매출이 두배쯤 늘었어요. 한국 음식에 대한 중국인들의 선호가 커져서 한시간씩 줄 서서 기다려야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초부터 국제도시 상하이에 오미크론이 번지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이씨는 계속 식당을 운영해보려 했지만 포기했다. 한국에서 통영굴이나 만두 등을 들여와야 하는데 받기가 어려워졌고 결국 쉬기로 했다.

이제부터가 문제다. 보건 전문가들은 강력한 봉쇄를 바탕으로 한 중국의 ‘제로 코로나’(칭링) 정책이 기존 바이러스에는 효과를 냈지만, 전염력이 훨씬 강한 오미크론 변이에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저희도 그게 걱정입니다. 무증상자가 이렇게 많은데 일일이 잡아낼 수 있을지, 이번에는 넘어가더라도 계속 이렇게 갈 수 있을지, 오미크론이 휩쓴 홍콩도 결국 (봉쇄가 아닌) 풀어주는 방향으로 가는데 상하이가 버틸 수 있을지 싶은 거죠.”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1일 중국 상하이 황푸강 하류의 모습. 왼편이 황푸강의 서쪽이라는 뜻의 푸시 지역이고, 오른 편이 황푸강 동쪽이라는 의미의 푸동이다. 상하이/신화 연합뉴스
1일 중국 상하이 황푸강 하류의 모습. 왼편이 황푸강의 서쪽이라는 뜻의 푸시 지역이고, 오른 편이 황푸강 동쪽이라는 의미의 푸동이다. 상하이/신화 연합뉴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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