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출신 중국 아이돌 가수 체왕 노르부. 티베트 망명정부 누리집 갈무리
지난달 25일을 끝으로 소식이 끊긴 중국 티베트(시짱 자치구) 출신 유명 아이돌 가수 체왕 노르부(26)가 티베트 라싸에서 분신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티베트 망명정부와 일부 외국 언론을 통해 그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고 있지만, 중국 내에서는 관련 소식이 일절 보도되지 않고 있다.
티베트 망명정부는 지난 12일 누리집을 통해 티베트 출신 중국 아이돌 가수 체왕 노르부가 지난달 25일 라싸에서 분신 사망한 사실을 신뢰할 만한 소식통을 통해 확인했다고 전했다. 라싸는 세계에서 가장 통제가 심한 도시로, 체왕 노르부가 분신한 직후 경찰이 출동해 그를 연행해 갔다고 한다. 앞서 지난달 26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도 한 티베트인이 라싸의 포탈라궁 앞에서 분신을 시도하다가 저지당했고 중국 공안에 끌려갔다고 보도했다.
21일 현재 체왕 노르부의 중국 소셜미디어인 웨이보 계정은 살아있지만, 댓글은 달 수 없는 상태다. 지난달 25일을 끝으로 새로운 글이 올라오지 않고 있다.
티베트 망명정부는 “중국 당국이 엄격하게 티베트 언론 채널을 통제하고 있어 그의 분신 농성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다. 분신 이후의 사망 원인도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티베트 망명정부는 중국 당국이 지난 2일 체왕 노르부의 가족에게 그의 사망 소식을 알렸고, 그의 주검은 인계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소식은 외국으로 망명한 티베트 언론을 통해 알려졌고, 티베트 망명정부를 거쳐, 독일·미국·대만 언론 등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하지만, 바이두 등 중국 포털누리집에서는 그의 분신 사망 소식을 찾아볼 수 없다.
인도 북부 다람살라에 망명한 티베트 인들은 체왕 노르부의 사망 소식에 지난 7일 200여명이 모여 그의 사진과 티베트 국기를 들고 애도 집회를 열었다.
체왕 노르부는 1996년생으로 티베트 나취에서 태어났고, 티베트대학을 졸업했다. 오디션 프로그램 등을 통해 등장해 최근 신곡을 내는 등 활발하게 활동해 왔다. 2014년 중국 오디션 프로그램 <중국호남아>에 출연해 전국 48강에 들었고, 2017년에는 오디션 프로그램 <내일의 아이들>(명일지자)에 출연해 최종 9인에 들었다. 그의 어머니도 가수로, 중국 중앙군사위 정치공작부 가무단에서 활동한 1급 연예인이다.
체왕 노르부는 지난달 25일 오전 11시59분 본인 웨이보에 “여러분의 댓글을 계속 보고 있다. 고맙다. 아쉬움이 지나가니 개운하다. 아쉬움이 있다면 남겨 두지 말아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지난 21일 ‘아쉬움이 있다면 남겨두지 말아라’는 제목의 신곡을 발표했다.
티베트인들의 독립 운동 및 항의 소식은 중국 내에서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다. 2015년 티베트인이 중국 정부의 강압 통치에 항의해 분신한 사건이 5년 만에 알려지기도 했다. 2019년에는 티베트인 위탄이 중국 정부의 티베트 정책에 반대해 항의 분신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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