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카페 유리창에 그려진 러시아 여자 피겨스케이팅 선수 카밀라 발리예바 응원 그림을 한 여성이 스마트폰으로 찍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 피겨스케이팅 선수 카밀라 발리예바가 금지 약물 복용이 확인됐음에도 보호 대상인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겨울올림픽 출전이 허용되자, 올림픽 출전 연령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25살의 나이로 미국 여자 피겨스케이팅 사상 최고령으로 국내 챔피언에 오른 머라이어 벨 등이 올림픽 피겨스케이팅에 참가할 수 있는 선수 나이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1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벨 선수는 베이징 겨울올림픽 쇼트프로그램 경기 뒤 “선수들이 1년 활동하고 그만두는 게 아니라 (운동을) 직업으로 삼을 기회를 갖기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올림픽 참가) 연령 제한을 둔다면 25살의 선수가 올림픽에 나온 데 놀랄 일도 없을 것이고 선수 생활 연장도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위스 대표로 이번 여자 피겨스케이팅에 출전한 알렉시아 파가니니 선수도 “연령을 높이면 오랜 기간 활동하는 스케이트 선수를 키우도록 촉진할 것”이라며 “성인이 된 뒤에도 꾸준히 실행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피겨스케이팅 관계자들은 2026년 겨울올림픽부터 출전 연령을 현재의 15살 이상에서 17살 이상으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벨은 18살로 높이자고 제안했다고 <에이피>가 전했다. 노르웨이 스케이트협회의 모나 아돌프센 회장은 “(발리예바 선수 사건이) 이 방안을 강하게 추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하며 다른 스포츠 단체들도 이 문제를 제기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국제빙상연맹은 오는 6월 총회에서 이 문제를 표결로 결정할 예정이지만, 연령 상향 안의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러시아는 선수 연령을 높이는 데 반대하고 있고, 미국과 캐나다는 어느 쪽에 표를 던질지 밝히기를 거부했다고 <에이피>는 전했다.
한편에서는 어린 선수들도 주목을 받을 자격이 있으며 나이 때문에 올림픽 참가를 기다리게 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연령을 더 높이면, 러시아 여자 선수 알렉산드라 트루소바(17) 같은 선수가 더 많아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트루소바 선수는 13살이던 2018년 세계 주니어 대회에서 우승했는데, 당시 그의 실력은 성인 대회에서도 우승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나이 때문에 평창 겨울올림픽에 참가할 수 없었다. 트루소바는 지난 15일 열린 피겨 쇼트프로그램에서 발리예바 등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나이 때문에 늦게 출전한 올림픽에서 더 어린 선수들에게 밀릴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이번 여자 피겨 쇼트 프로그램에 출전한 30명의 선수 가운데 2018년 평창 올림픽에도 출전했던 선수는 단 6명뿐이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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