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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한국 자빠진… ” 런쯔웨이 2018년 평창 발언 재활용한 국내 언론들

등록 2022-02-09 13:57수정 2022-02-09 18:14

<중앙> <뉴스1> 등 7일 발언으로 잘못 보도
당시에도 부적절 발언 비판 나와
2018년 2월23일 중국중앙텔레비전에 방송된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과의 대화 장면. 런쯔웨이(오른쪽에서 3번째) 선수가 “한국팀이 넘어진거요”라고 발언하고 있다. 유투브 갈무리
2018년 2월23일 중국중앙텔레비전에 방송된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과의 대화 장면. 런쯔웨이(오른쪽에서 3번째) 선수가 “한국팀이 넘어진거요”라고 발언하고 있다. 유투브 갈무리

베이징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경기에서 한국 선수들이 석연찮은 판정으로 잇따라 실격하면서 반중 정서가 커지는 가운데 중국 선수가 4년 전 한국 선수단에게 한 ‘조롱성 발언’이 최근 발언으로 잘못 보도되는 등 과열 양상을 띠고 있다.

지난 8일 <중앙> <뉴스1> 등 국내 여러 언론들은 쇼트트랙 2관왕에 오른 중국 선수 런쯔웨이가 7일 경기 뒤 가진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경기에서) 평생 기억할 수 있는 순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한국팀이 자빠진 것이다. 너무 감격스러웠다”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에 취재진이 웃자 런쯔웨이는 “왜요? 너무 뻔한가요?”라고 되물었다는 내용도 보도됐다.

런쯔웨이가 상대 선수의 실수를 ‘평생 기억할 순간’으로 꼽은 것도 적절하지 않았지만, 감정이 섞인 “자빠졌다”는 표현을 쓴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졌다. 일부 언론은 ‘자빠졌다’는 표현 대신 ‘넘어졌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런쯔웨이의 이 발언은 이번 대회가 아닌 4년 전인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때 나온 인터뷰 내용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런쯔웨이가 2관왕에 오르자 중국 언론들이 4년 전 영상을 재배포하면서 혼돈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런쯔웨이는 평창 겨울올림픽이 끝나가던 2월23일 중국 관영방송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의 한 프로그램에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 선수 5명과 함께 출연했다. 여기서 위와 같은 문답이 진행됐다. 중국팀은 전날인 22일 남자 쇼트트랙 5천m 계주 결승에서 헝가리에 이어 2위를 차지했고, 한국팀은 임효준 선수가 경기 도중 넘어지면서 메달을 따지 못했다. 당시 쇼트트랙 종목에서 한국은 금메달 3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땄고, 중국은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에 그쳤다.

당시 문답을 보면, 진행자가 런쯔웨이에게 “평생 기억할 순간이 무엇이냐”라고 묻자 런쯔웨이는 “한국팀이 넘어진 거요(韩国队摔倒)”라고 답했다. 이에 진행자는 물론 다른 선수들이 웃음을 터트렸고, 진행자는 다시 “헝가리 선수들이 앞설 때라고 해야하지 않나. 한국 선수들이 넘어진 게 아니라”라고 말하자, 런쯔웨이는 “속물인가요, 제가?”(俗吗? 我?)라고 답했다. 이에 진행자는 “아니다. 이게 진짜 심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런쯔웨이는 당시 경기 직후에도 은메달을 딴 소감을 묻는 중국 기자의 질문에 비슷한 답변을 했다. “매우 기쁘다. 한국 선수가 넘어졌고, 그 뒤에는 중국 선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 런쯔웨이의 발언에 대해 한국 언론은 부적절했다고 보도했고, 중국 언론도 런쯔웨이가 ‘직설적’인 답변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는 사실을 지적했었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코미디에 가까운 오보가 또 나왔다”며 “중국 인터넷 등에 떠도는 영상을 확인없이 기사화하니 또 다른 언론이 오보를 베껴 쓰는 관행이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포털에 전송된 뉴스 시간대를 보면, 이번 런쯔웨이 발언 기사는 8일 한 통신사에 이어 일간지 한곳이 디지털뉴스로 쓴 뒤 다른 매체들의 보도들이 집중적으로 이어졌다. 심지어 일간지 중 가장 먼저 이 오보를 내보낸 언론사의 홈페이지에선 2018년 당시 런쯔웨이의 같은 발언을 비판하는 기사가 검색된다.  

신 처장은 “중국의 문제가 분명 있지만 언론이 지나친 반중, 혐중 감정을 부채질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보도량도 많고 논조가 감정적이다. 대중들의 분노가 들끓는 사건이 일어나면 무턱대고 여론몰이에 가세하는 ‘언론 포퓰리즘’에 대해 자성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베이징/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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