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국제일반

“항상 세상 일이 궁금했다”…104살에 읽기에 눈뜬 인도 할머니

등록 2021-12-14 04:59수정 2021-12-15 02:30

[후(who) 스토리]
올 4월에 읽기 배우고 문해력 시험서 89점
“할머니 시력·청력 안 좋을 뿐, 완벽한 학생”
지난달 인도 케랄라주 교육부 장관 시반쿠띠까 쿠띠야마 할머니의 문해력 시험 합격 소식을 본인 트위터에 전하고 있다. 시반쿠띠 트위터 갈무리.
지난달 인도 케랄라주 교육부 장관 시반쿠띠까 쿠띠야마 할머니의 문해력 시험 합격 소식을 본인 트위터에 전하고 있다. 시반쿠띠 트위터 갈무리.

인도 케랄라주 코타얌에 사는 104살 쿠띠야마 할머니는 거의 100여년 동안 잠에서 깨 가족들 식사를 준비하고 닭과 동물들의 먹이를 주는 게 아침 일과의 전부였다. 지난 4월부터 할머니의 일과에 하나가 추가됐다. 바로 아침 신문을 보는 것이다. 집으로 배달된 지역 신문 기사를 하나하나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최근 지난달 인도 케랄라주의 문해력 시험에서 최고령으로 합격한 쿠띠야마 할머니의 사연을 자세히 소개했다.

쿠띠야마 할머니는 “나는 항상 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궁금했다. 신문을 읽지 못해 젊은 친구들에게 신문을 읽어 달라고 부탁하곤 했다”고 말했다. 인도의 가난한 농촌 마을에서 태어난 할머니는 어렸을 때 요리하고, 빨래하고 11명의 형제·자매를 돌보느라 학교를 다니지 못했다. 16살에 결혼해서도 5명의 자녀를 낳고 집안일을 하느라 역시 읽고 쓰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쿠띠야마 할머니는 집안에서 충분히 행복했지만 항상 배우지 못했다는 사실에 아쉬워했다.

그랬던 할머니에게 변화가 생긴 것은 지난해 이웃에 사는 레나 존(34)을 만나면서다. 문맹 퇴치사로 활동하는 존은 배움에 대한 할머니의 열정을 알고 함께 공부를 시작했다. 두 사람은 매일 저녁 만나 읽기와 쓰기를 공부했다. 단어부터 시작한 읽기 공부는 문장으로 넘어갔고, 어느덧 간단한 책을 읽는 단계에 이르렀다.

할머니를 가르친 존은 “내가 집에 도착하기 전 할머니는 항상 교과서와 공책, 펜을 준비해 뒀다. 또 맛있는 음식을 남겨두기도 했다”며 “할머니는 시력과 청력에 약간 문제가 있는 것을 제외하면 완벽한 학생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4월부터 읽을 수 있게 된 쿠띠야마 할머니는 지난달 케랄라주에서 시행한 문해력 시험에 합격했다. 100점 만점에 89점을 받았다. 이 시험에 합격한 이들 중 쿠띠야마 할머니가 최고령이었다.

할머니는 이제 인도 학생들이 보통 9살에 통과하는 시험에 도전하고 있다. 영어와 수학 공부를 더 해야 한다. 쿠띠야마는 “영어가 낯설고 어려운 언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모든 시험에서 100점 만점을 받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할머니의 합격 사실을 전해 들은 케랄라주 교육부 장관 시반쿠띠는 본인 트위터에 “나이는 배움에 있어 장벽이 아니다. 쿠띠야마 할머니와 다른 모든 학습자가 최선을 다하기를 바란다”고 썼다.

국제통계 사이트 매크로트렌즈 자료를 보면, 인도의 2018년 문해율은 74.4%로, 4명 중 3명이 글을 읽을 수 있었다. 4명 중 1명은 문맹이라는 뜻이다. 인도의 문해율은 1991년에는 48.2%였다. 케랄라주는 전체 교육 예산의 15% 가량을 문맹 퇴치 사업에 쓰고 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한강 열풍’ 20여년 전부터…스웨덴에 한국문학 알린 작은 출판사 1.

‘한강 열풍’ 20여년 전부터…스웨덴에 한국문학 알린 작은 출판사

외신 “K팝 콘서트장 같은 탄핵집회…민주주의 위해 온 세대 함께해” 2.

외신 “K팝 콘서트장 같은 탄핵집회…민주주의 위해 온 세대 함께해”

NYT·가디언 ‘윤석열 탓 쌓이던 국민 분노, 계엄으로 폭발’ 보도 3.

NYT·가디언 ‘윤석열 탓 쌓이던 국민 분노, 계엄으로 폭발’ 보도

“한국서 탄핵 가결”…도쿄에서 울려퍼진 ‘다만세’와 ‘아모르 파티’ 4.

“한국서 탄핵 가결”…도쿄에서 울려퍼진 ‘다만세’와 ‘아모르 파티’

일본 찾는 한국인 700만명 시대, ‘스이카 카드’ 있으면 ‘슝슝슝~’ 5.

일본 찾는 한국인 700만명 시대, ‘스이카 카드’ 있으면 ‘슝슝슝~’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