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각) 화상으로 개막한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한국 등 110여개국 정상과 사회활동가 등이 참가하는 이번 회의는 10일까지 이어진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각) 개막한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에서 미국을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다면서 각국의 행동을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화상으로 열린 민주주의 정상회의 개회사에서 “내가 이 회의를 오랫동안 생각해온 이유는 간명하다”며 “전세계에 걸쳐 민주주의와 인권이 지속적으로 도전받는 상황 속에서, 민주주의는 투사(챔피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프리덤하우스 보고서 등을 인용하면서 전세계 자유가 15년 연속 후퇴했고, 지난 10년 동안 미국을 포함해 민주주의 국가의 절반 이상이 민주주의의 최소 한 가지 측면의 감소를 겪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런 흐름은 “독재자들의 외부 압력에 의해 악화되고 있다”며 “그들은 자신의 힘을 키우고 영향력을 전세계로 확장하며, 억압적 정책과 관행을 오늘날의 도전 과제를 다루는 데 다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정당화하려 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직접 국가나 지도자 이름을 거명하지는 않았으나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서 110여개국을 초대했으나 중국과 러시아는 뺐다.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주의가 모두 똑같은 것도 아니고 오늘 참석한 우리가 모든 것에 의견이 같은 건 아니다”라면서도 “우리가 함께 만드는 선택이 향후 우리 공통의 미래를 규정할 것이다. 우리는 정의와 법치, 표현·집회·언론·종교의 자유, 모든 개인의 인권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숨진 인권운동가 출신 하원의원인 존 루이스의 말을 인용해 “민주주의는 상태가 아니라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또한 민주주의 고양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이곳 미국에서 도 민주주의를 새롭게 하고 민주 제도를 강화하려면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패배 불인정과 1·6 의사당 난입 사태, 공화당이 장악한 주들에서의 투표권 제한 움직임 등을 가리킨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권자들의 투표 등록을 더 수월하게 하고 투표소 접근성을 강화하는 투표법 통과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 또한 이날 민주주의 정상회의 첫날을 마무리하는 연설에서 “1·6 사태는 우리의 집단적 양심에 큰 걱정거리이고, 많은 주들이 통과시킨 반유권자 법들은 미국인들을 민주주의 참여에서 배제하려는 의도적 시도”라고 지적하면서 미 의회에 투표권 법안 처리를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이날 전세계 민주주의 증진을 위해 4억2440만달러(약 4933억원)을 투자해 △자유롭고 독립적인 언론 △부패 척결 △민주주의 개혁 △민주주의를 위한 기술 지원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 지원 등 5개 분야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첫날인 이날 참가자들은 ‘민주주의 회복력 강화’, ‘부패 방지와 대응’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문재인 대통령은 본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가짜뉴스로부터 민주주의를 지킬 자정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주의 정상회의 마지막날인 10일에는 각국 정상과 대표들이 ‘인권 보호’, ‘민주주의 강화와 권위주의로부터의 보호’, ‘선거 등 민주적 제도 보호’ 등에 대해 토론할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폐막 연설을 한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