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에서 베이징 겨울올림픽 보이콧을 주장하는 시위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시드니/AFP 연합뉴스
내년 2월 열리는 베이징 겨울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미국·뉴질랜드에 이어 오스트레일리아(호주)가 동참을 선언했고, 영국·일본 등은 ‘제한적 참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스콧 모리슨 오스트레일리아 총리는 8일(현지시각)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중국에서 열리는 겨울올림픽에 공식 사절단을 보내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가 여러 문제를 중국에 제기했지만 응답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국민들이 알고 있다. 이런 문제들과 관련해 중국과 의견 불일치가 있다”고 말했다. 모리슨 총리가 언급한 양국 간 불일치란 신장위구르 지역에 대한 인권 탄압, 오스트레일리아에 대한 중국의 무역 제재 등을 뜻하는 것이다. 앞선 7일 미국은 예고해온 대로 중국의 ‘인권 탄압’을 이유로 베이징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고, 뉴질랜드도 코로나19 확산 우려를 이유로 동참 의사를 밝혔다. 대만 외교 공관 개설로 중국과 갈등이 있는 리투아니아는 미국 이전에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결정은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한동안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으나, 2018년 친미·반중 성향의 모리슨 총리가 정권을 잡으면서 관계가 틀어졌다. 이후 2019년 중국 정보통신 기업 화웨이 제재와 대중 견제를 위한 협의체인 ‘쿼드’ 결성에 적극 동참했고, 9월에 미국·영국과 함께 오커스(AUKUS) 동맹을 맺어 핵잠수함 기술을 전수받기로 하는 등 ‘대중 포위망’의 한 축을 맡고 있다. 같은 영연방 국가인 캐나다도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하고 있다.
영국과 일본은 제한적 보이콧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7일 “정부가 베이징올림픽에 사절단을 아예 파견하지 않는 전면적 외교 보이콧 대신 제한적인 참가는 승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사절단엔 장관급 인사는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일본 <산케이신문>도 8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정부 각료 대신 스포츠청 무로후시 고지 장관(청장)이나 야마시타 야스히로 일본올림픽위원회 회장을 보내는 내용이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처럼 ‘외교적 보이콧’을 하기는 부담스러운 만큼, 각료보다 격을 낮춘 인사를 보내는 방식으로 최근 국제사회 흐름에 동참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유럽연합(EU)의 핵심 국가인 독일과 프랑스는 유럽연합 차원에서 보이콧을 논의하겠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프랑스는 2024년 파리 여름올림픽을 개최할 예정이어서 참여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2026년 겨울올림픽을 개최하는 이탈리아는 보이콧 행렬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현준 기자, 도쿄/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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