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왼쪽)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2일(현지시각)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외교장관 회담을 했다. 스톡홀름/로이터 연합뉴스
미국과 러시아의 외교 수장이 2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놓고 서로에게 “심각한 결과”를 경고하며 부딪쳤다. 긴장 고조 속에 조 바이든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두 번째 정상회담이 조율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외무장관 회의 참석차 방문한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약 30분 동안 회담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약 10만명의 병력을 결집시켰고, 내년 초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다는 관측이 서방에서 나오는 상황에서 이뤄진 회담이다.
블링컨 장관은 회담에서 “러시아가 대결을 추구하기를 선택한다면 심각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회담 뒤 기자들에게 러시아의 이례적인 병력 이동에 관한 우려를 “명확하고 직접적으로” 전했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해 추가적인 공격적 행동을 한다면 미국은 동맹들과 함께 심각한 대가와 결과를 러시아에 부과할 것”이라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자제해온 고강도 경제 수단”이 ‘심각한 대가’에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에 고강도 경제 제재를 부과할 수 있다는 경고다.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에 접경 지역에서 병력을 철수하고 평시 태세로 되돌릴 것을 촉구했다.
이에 라브로프 장관은 “우크라이나를 미국의 지정학적 게임에 끌어들이는 것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맞섰다고 러시아 외무부가 밝혔다. 러시아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등 서방이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서 군사훈련을 하면서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이라는 서방의 관측도 일축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화상으로 열린 한 행사에서, 최근 흑해 인근에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의 전략폭격기들이 위협 비행을 했다며 “레드 라인”이라고 비판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해선 안 되며, 서방의 무기들이 우크라이나에 배치돼서도 안 된다고 요구하고 있다. 라브로프 장관은 블링컨 장관과 회담에서 이같은 입장을 반복하고, “러시아는 군사 전략 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보복 조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대화도 모색하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회담 뒤 기자들에게 “가까운 미래에” 바이든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직접 대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지난 6월 첫 정상회담을 한 바 있다.
라브로프 장관은 기자들에게 “푸틴 대통령이 말했듯이 우리는 어떠한 충돌도 원하지 않는다”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대화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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