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다텔른의 석탄 화력발전소. 2일 촬영했다.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국을 비롯한 세계 40여개국이 석탄 발전을 단계적으로 줄여 선진국은 2030년대, 개도국은 2040년대까지 없애겠다고 밝혔다. 한국은 성명에 이름을 올렸지만,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탈석탄을 위해 노력한다는 뜻이지 시점에 동의한 것은 아니다”라며 ‘딴소리’를 했다.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영국과 한국 등 40여개국은 4일(현지시각) ‘석탄을 깨끗한 동력으로 전환하는 세계적 성명’(Global coal to clean power transition statement)을 발표했다. 국가 외에도 제주도·하와이 등 5개 지역과 여러 국제단체들도 성명에 이름을 올렸다. 알로크 샤르마 COP26 총회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런 야심적인 서약과 함께 우리는 오늘 밤 석탄의 종말이 가시권에 들어왔음을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석탄 발전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는 기후변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선 하루 빨리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번에 석탄 사용 중단을 약속한 나라들 가운데는 세계 석탄 사용량 20위 안에 드는 한국·인도네시아·폴란드·베트남·칠레·우크라이나 등 5개국이 이름을 올렸다. 앞선 1일 문재인 대통령은 총회가 열린 영국 글래스고에서 “세계 석탄 감축 노력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모든 석탄 발전을 폐지하는 시점으로 2050년을 제시한 바 있다. 한국은 COP26 협상 과정에서 ‘선진국’(성명상 표현 major economies)으로 참여했기 때문에 대통령 발언보다 10여년 앞선 ‘2030년대’(늦어도 2039년까지)를 탈석탄발전을 완료하는 시점으로 하는 ‘국제 공약’에 동의한 것이다. 물론, 성명은 정치적 선언으로 조약과 달리 법적 강제력을 갖진 않는다.
성명이 공개된 뒤 정부는 ‘탈석탄 시점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신희동 대변인은 “영국이 글래스고가 아니라 대사관을 통해 동참해 달라는 요청이 와서 동참하겠다고 했다. 30년대까지 탈석탄을 한다기 보다 노력한다라는 취지로 서명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성명에 대해 들은 바 없다”, 외교부는 “산업부가 이를 지지할 리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부와 COP26을 주관하는 영국 사이에 의사소통 과정상의 문제가 있었거나, 산업부 담당자들이 국제 공약의 의미에 대해 심각한 고민 없이 이름을 올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진다. 성명문을 보면, 인도네시아·헝가리·모로코 등은 성명을 통해 합의된 네개 항목(탈석탄발전 시점 관련 조항은 2항) 가운데 자국 상황 등을 고려해 일부 항목엔 지지를 보류했지만, 한국 정부는 어느 항목에도 유보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이번 성명과 관련해 일부 외신들은 석탄생산 소비 대국인 중국이나 미국·인도·오스트레일리아 등이 참여하지 않아, 실제 석탄 발전의 종식이 눈앞에 왔다고 보기인 어렵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석유기업 ‘비피’(BP)의 세계 에너지 통계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세계 석탄 소비의 54.3%를 차지했고, 인도는 11.6%, 미국은 6.1%였다. 제니퍼 모건 그린피스 사무총장은 “이제 석탄을 관에 넣어 못 하나 박은 것일 뿐 관을 완전히 닫진 못했다”며 “중국·미국·인도 등의 참여 없이 석탄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명에 참여한 나라들은 앞으로 새 석탄발전소에 대한 국내·외 투자를 중단하고 깨끗한 발전 시설을 빠른 속도로 늘여야 한다. 또 석탄을 깨끗한 에너지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도태되는 노동자들을 지원하는 포용적인 전환을 해야 한다. 일부 개도국들은 석탄발전소 폐쇄에 맞춰 국제사회가 자금 지원을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스리 물랴니 인드라와티는 인도네시아는 재무장관은 “석탄 발전을 조기에 중단하고 재생에너지 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자금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래스고/최우리 김민제 기자,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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