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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트럼프와 적당한 거리두기 + 트럼프의 침묵=공화당 승리?

등록 2021-11-04 14:19수정 2021-11-04 14:35

공화당, 버지니아 주지사 승리, 뉴저지 선전
트럼프와 적정거리 유지하고 생활 이슈 집중
내년 중간선거서 공화당 주자들이 차용 가능
대선 노리는 트럼프의 ‘침묵 협조’ 변수
미국 공화당의 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 후보가 선거 개표가 진행 중인 3일(현지시각) 오전 챈틸리의 한 호텔에서 지지자들 앞에서 손뼉을 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의 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 후보가 선거 개표가 진행 중인 3일(현지시각) 오전 챈틸리의 한 호텔에서 지지자들 앞에서 손뼉을 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은 지난 2일 치러진 주지사 선거에서 버지니아를 12년 만에 탈환하고, 뉴저지에서는 비록 졌지만 박빙 승부로 민주당을 초긴장으로 몰아넣었다. 이번 선거 결과는 연방 상·하원 의원을 뽑는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도 공화당이 써먹을 수 있는 승리 공식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충성 지지층을 보유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전략적 모호성’이 그것이다.

버지니아에서 승리한 글렌 영킨과 뉴저지에서 선전한 잭 치아타렐리 모두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를 멀리했다. 버지니아와 뉴저지 모두 트럼프 거부감이 큰 민주당 강세지역이라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영킨은 트럼프의 지지선언은 받았지만 합동 유세는 하지 않았고, 연설에서 언급하지도 않았다. 치아타렐리는 트럼프가 애초 지지선언을 하지 않았다.

트럼프 또한 적절한 수위 조절로 영킨에 협력했다. 그는 영킨과의 친분을 언급하고, 선거 전날 전화유세를 하는 등 핵심 지지층에 ‘영킨은 내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주는 선에 머물렀다. 미 정가에서 ‘영킨의 승리는 트럼프가 트위터를 빼앗겼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우스개가 나올 정도다.

선거 내용에서도 영킨은 트럼프와는 다른 ‘친근한 아빠’ 이미지를 풍기면서 교육, 감세, 임신중지 제한 등 전통적 공화당 의제를 부각했다. 특히 인종 문제를 교육과 연결시켜 ‘학부모의 이슈’로 집중 부각하며 트럼프 시절 돌아선 여성 및 도시근교 유권자들의 표심을 모았다. 트럼프를 내치지도 확 끌어안지도 않은 채 생활 의제에 집중한 것이다. 이를 통해 트럼프 강성 지지층과 공화당 안팎의 중도 유권자를 동시에 잡는 데 성공했다.

영킨의 승리로, 최근 20년 가까이 민주당 표밭이던 버지니아는 내년 중간선거는 물론 2024년 대선에서도 경합주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공화당의 케빈 매카시 하원원내대표는 동료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불안의 시대에 미국인들은 가족과 공동체의 성공과 안정에 초점을 둔다”며 “미국인들은 리더십 변화를 원한다. 버지니아는 단지 첫 걸음”이라고 말했다. 전국공화당의회의원회(NRCC)는 이번 선거 직후, 내년 하원 선거에서 탈환할 목표 지역을 13곳 추가해 총 70곳으로 늘렸다.

영킨의 전법은 내년 중간선거에 나서는 공화당 출마자들에게 참고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경합 지역일수록 ‘트럼프의 침묵’이 적절히 조합돼야 성공할 수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2024년 대선 출마를 노리는 트럼프가 조용히 있을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영킨 같은 성공 사례가 또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공화당 주자들끼리 트럼프의 지지를 얻으려 경쟁하고 있는 펜실베이니아, 조지아, 애리조나, 노스캐롤라이나 등에선 트럼프가 이미 왕성하게 관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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