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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악의 축’ 호명된 북한, 핵개발 봉인 열었다

등록 2021-09-10 04:59수정 2021-09-10 08:28

한반도까지 영향 미친 ‘9.11 테러’

미국, 북핵 개발 의혹 제기하며
‘제네바 합의’ 사실상 사형서고
6.15 남북 공동선언도 휴지조각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합의는
한반도밖 사태에 휘말릴수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섣부른 중동 정책으로 김대중 대통령이 심혈을 기울여 추진한 햇볕정책은 큰 타격을 입었다. <한겨레> 자료사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섣부른 중동 정책으로 김대중 대통령이 심혈을 기울여 추진한 햇볕정책은 큰 타격을 입었다. <한겨레> 자료사진

이슬람 원리주의 테러조직 알카에다가 2001년 9월 자행한 엽기적 테러는 미국의 중동정책뿐 아니라 지구 반대편에 자리한 한반도 정세에까지 형용할 수 없는 복잡한 영향을 끼쳤다.

2001년 1월 취임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전임 빌 클린턴 대통령이 김대중 대통령에게 ‘운전대’를 양보하며 적극 추진했던 대북정책에 대대적인 수정을 가했다. 부시 대통령을 감싸고 있던 ‘네오콘’의 입김을 우려한 김 대통령은 평소 5~6월에 열리던 한·미 정상의 첫 회담 일정을 3월 초로 앞당기며 설득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는 회고록 <역사의 파편들>에서 “북한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이념적이고 오도된 접근 방식은 한·미가 합작해 북한과의 새로운 관계를 위해 마련했던 (2000년 6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뜻깊은 발전을 비극적이고 부당하게 중단시켜버렸다”는 뼈아픈 평가를 남겼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북한의 핵 개발은 북·미가 1994년 10월 맺은 ‘제네바 합의’에 의해 봉인돼 있었다. 9·11 테러의 엄청난 충격은 이 봉인을 순식간에 벗겨내고 만다. 뉴욕 한복판에 우뚝 솟은 세계무역센터 빌딩이 무너지는 광경을 목도한 부시 대통령은 곧바로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고, 이듬해인 2002년 1월 새해 시정연설에서 북한을 이란, 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으로 호명했다.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그해 10월 평양을 방문해 고농축우라늄(HEU) 방식을 통한 핵 개발 의혹을 제기하며 북-미 간 ‘제네바 합의’에 사형선고를 내렸다. 이를 통해 북핵 개발을 막던 봉인이 해제됐고,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6·15 공동선언 역시 휴지 조각으로 변하게 된다. 그레그 대사는 당시 미국의 심정을 “어떤 민간 항공기가 일부러 평양의 주체사상탑에 부딪혀 무너져 내리는 걸 보면, 어떤 기분이 들겠는가. 미국인들은 9·11 때 뉴욕에서 그런 일을 겪었다”는 말로 설명했다.

이후 북핵 문제는 해결 불능의 길로 빠져들었다. 북한은 이후 여섯차례 핵실험을 했고, 2017년 11월 말 미 워싱턴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5형을 성공 발사하며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9·11이 한반도에 끼친 또 다른 영향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합의였다. 미국이 이라크 전쟁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한국에 주둔 중인 주한미군을 활용하겠다는 ‘전략적 유연성’을 요구하자 정부는 고심 끝에 이를 수용했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2006년 1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의 필요성을 존중한다”고 합의했다. 이 합의는 15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미-중 전략경쟁으로 첨예해진 동아시아 정세 속에서 한국에 또 다른 부담을 지우고 있다.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 사령관은 지난 5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주한미군은 미 인도·태평양 사령관에게 역외(한반도 밖) 우발 사태나 지역적 위협에 대응하는 데 여러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는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대만 등을 둘러싸고 미-중 간에 무력 충돌이 발생할 경우 어떤 식으로든 한국이 말려들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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