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아프가니스탄 카불에 있는 이븐 시나 대학의 한 교실에 커튼이 설치돼 남녀 학생을 분리하고 있다. 트위터 갈무리
탈레반 점령 뒤 개학한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한 대학이 남녀 학생을 구분하기 위해 교실에 커튼을 친 채 수업을 진행했다.
7일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는 카불의 사립 대학인 이븐 시나 대학의 지난 6일 교실 수업 장면을 찍은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을 보면, 교실에는 남학생 10여명과 여학생 예닐곱 명이 모였고, 교실 한 가운데 공간을 세로로 나누는 커튼이 설치돼 이들을 분리했다.
앞서 탈레반 당국은 지난 5일 대학 교육과 관련한 법령을 발표해, 남녀를 분리해 교육하고, 교실을 나눌 수 없다면 커튼이라도 쳐서 서로 볼 수 없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탈레반은 또 여학생들이 눈만 노출할 수 있는 니캅을 입고 온몸을 가리는 통옷인 아바야를 입어야 한다고도 발표했다.
이날 남녀 학생의 공간 분리는 이뤄졌지만, 여학생들의 복장은 탈레반 발표와 다소 달랐다. 여학생들은 대부분 온몸을 가리는 검은 색 통옷 아바야를 입었지만, 머리에는 눈만 드러나는 니캅이 아닌 얼굴이 대부분 드러나는 히잡을 썼다. 일부 여학생의 경우 발가락이 드러나는 하이힐을 신기도 했다.
탈레반의 지시가 아직 전달되지 않은 것인지, 실제 교육 현장에서 다른 규정이 적용된 것인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이날 <로이터> 통신은 아프간 사립대학 연합회가 배포한 수업 재개 지침에는 여학생들이 히잡을 써야 하고, 여학생을 위한 별도 출입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일부 대학의 경우, 아직 남녀 학생을 구분하지 않은 채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이 여학생 교육을 허용했다는 점에서 지난 1996~2001년 1기 집권 때보다 한발 나아갔지만, 남녀 학생의 공간을 분리하고, 여학생 복장을 엄격히 규제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카불의 대학에 다니는 여학생 안질라(21)는 <로이터>와 통화에서 “커튼을 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 교실에 들어갔을 때 정말 끔찍했다. 우리는 점점 20년 전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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