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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눈만 남기고 온몸 가리라는 탈레반의 여성 인권 억압

등록 2021-09-06 18:46수정 2021-09-06 18:48

3일 카불 거리에서 아프간 여성들이 여성들의 동등한 권리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카불/AP 연합뉴스
3일 카불 거리에서 아프간 여성들이 여성들의 동등한 권리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카불/AP 연합뉴스

지난 2~4일 아프가니스탄 도시들에서는 권리 보장을 요구하는 여성들의 목숨을 건 시위가 잇따라 벌어졌다. 4일 카불에서 시위대는 “내각에 여성을 포함해달라”, “자유는 우리의 모토” 등의 팻말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다가, 탈레반이 쏜 최루탄을 뒤집어썼고 곤봉 등으로 구타를 당했다.

5일 탈레반은 여성들의 대학 교육을 허용한다는 법령을 발표했지만, 눈만 보이는 니캅을 쓰고 온몸을 가리는 아바야를 착용해야 하며 남녀를 엄격히 분리해 수업을 받아야 한다는 비상식적인 조건을 달았다. 1996~2001년 탈레반의 1차 집권 시기에는 여성들의 학교 교육이 전면 금지되었고 여성들은 온몸을 가리고 눈도 망사로 가린 부르카를 입어야만 했다. 탈레반은 이번 조처를 과거에 비해 “포용적 정책”이라고 주장할지 모르지만 지난 20년간 크게 달라진 아프간의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다. 그동안 자유롭게 교육을 받고 일할 기회를 보장받아온 아프간 여성들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퇴보다. 탈레반 대변인이 지난달 “여성들이 부르카 대신 (얼굴과 머리카락만 가리는) 히잡을 착용하는 것도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또 여성 교사만 여학생을 가르치도록 했는데, 여성 교원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제대로 교육이 이뤄질지 의문이다.

탈레반은 아프간 정권을 재장악한 이후 “여성 인권을 존중하겠다”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과거 그들이 여성들에게 자행한 폭력과 탄압을 기억하는 국제사회를 향해 ‘탈레반이 달라졌다’는 모습을 보여 정상국가로 인정받고 경제적 지원을 얻어내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탈레반이 지금까지 보인 ‘변화’는 실망스럽기 이를 데 없다. 탈레반은 조만간 발표할 정부 구성에서 여성들은 하위직에만 임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러 지역에서 여성들이 일자리에서 쫓겨나거나 부르카를 입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폭행을 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4일에는 임신한 여성 경찰관이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탈레반 대원들에게 살해되었다는 영국 (비비시) 방송의 보도도 나왔다. 탈레반은 “자신들이 개입하지 않았으며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사건의 진상이 명명백백히 밝혀져야 할 것이다.

국제사회는 탈레반이 극단주의 세력과 관계를 끊고 여성을 비롯한 아프간인들의 인권을 보호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도록 적극 공조해야 한다. 아프간의 현실적 여건을 고려하면서도 탈레반의 폭력적인 인권 억압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탈레반도 국제사회의 인정과 지원을 받으려면 우선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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