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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이슬람 내부의 적’ IS-K 테러…탈레반 통치 첫 시험대 오르다

등록 2021-08-27 18:25수정 2021-08-28 00:26

[이슬람국가 아프간 지부 호라산(IS-K) 카불 테러]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이 인터넷 선전매체에 올린 사진.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이 인터넷 선전매체에 올린 사진.

2015년 이슬람국가 아프간 지부로 결성

아프가니스탄에서 재집권한 탈레반의 통치에 대한 첫 도전은 서방 등 외부가 아닌, 그들이 성장했던 이슬람주의 세력 내부에서 나왔다.

이슬람국가 아프간 지부인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이하 호라산)은 26일(현지시각) 전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혼란의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인근에서 두차례 자살 폭탄 테러를 감행해, 정국을 안정시키려는 탈레반에 일격을 가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즉각 보복 공격을 다짐해, 미국 등 서방과 탈레반 및 이슬람주의 무장단체들 사이에 복잡하고 미묘한 갈등과 역관계가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탈레반 이탈 과격대원이 주축

호라산은 이슬람주의 세력 내에서 탈레반의 최대 경쟁 세력이자 적대 세력이다.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칼리프 국가를 참칭했던 최대 이슬람주의 무장세력이었던 ‘이슬람국가’(IS)가 극성이던 2015년, 아프간의 지부로 결성됐다. 호라산은 주로 탈레반에서 이탈한 과격 대원으로 충원돼, 아프간에서도 가장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테러 무장단체로 언급된다. 서방 당국에서는 이슬람국가를 이전 명칭인 ‘이라크시리아이슬람국가’(ISIS)로 부르고 있어, 서방에선 이슬람국가 호라산도 ‘ISIS-K’로 약칭한다.

시작부터 아프간 내 탈레반 경쟁 세력으로 출범한 호라산은 탈레반이 카타르 도하에서 미국과 평화협상을 추진하자 거세게 비난했다. 탈레반이 “화려한 호텔”에서 적들과 내통하면서 지하드(성전)를 포기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들은 최근 몇년 동안 여자학교와 병원을 공격했고, 심지어 산부인과 병동까지 공격해 임산부와 간호사를 죽였다. 2019년 8월 카불의 결혼식장에서 자살 폭탄 테러를 감행해 63명의 목숨을 빼앗았고, 지난해 11월 카불대학에서도 총격 테러를 가해 20여명을 숨지게 했다.

미국과 협상한 탈레반도 적대시

호라산의 근거지는 아프간 동부의 파키스탄 접경주인 낭가르하르이고, 이 지역 마약 밀매와 연관되어 있다. 전성기였던 2016년에는 무장대원이 3천여명까지 달했으나, 미국과 아프간 정부군의 소탕 작전이 시작되고, 탈레반과 충돌하면서 그 수가 급감해 현재 500~1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하지만 호라산은 기존의 탈레반 대원 중 경험이 많은 무장대원으로 구성된데다, 비타협적인 지하드를 추구하는 이들이다. 유엔 보고서를 보면, 2020년 6월 새로운 지도자로 샤하브 무하지르가 등극해, 미국과 평화협상을 추진한 탈레반의 온건 노선 선회에 불만을 품은 대원들을 빼오는 일에 더욱 박차를 가해왔다고 평가하고 있다.

탈레반과 호라산은 아프간 동부에서 직접적으로 충돌했지만, 두 세력 사이의 연계성이 완전히 차단된 것은 아니다. 탈레반 내의 한 분파인 하카니 네트워크가 그 고리로 알려져 있다. 하카니 네트워크는 탈레반 내에서도 국제적인 테러 네트워크가 강한 세력이고, 일찌감치 알카에다와도 긴밀한 관계를 맺었다. 하카니 네트워크는 탈레반과 호라산 사이의 회색지대로도 분석된다.

아시아태평양재단의 테러 분석가 사잔 고헬 박사는 <비비시>(BBC)에 “2019년과 2021년 사이에 벌어진 테러 공격 중 일부는 이슬람국가 호라산, 탈레반의 하카니 네트워크 및 파키스탄에 기반을 둔 다른 테러 단체들 사이 협력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현재 카불의 치안은 하카니 네트워크의 수장인 할릴 하카니가 맡고 있다. 미국은 현상금 500만달러를 걸고 할릴 하카니를 국제테러분자로 수배 중이다. 탈레반이 카불로 진공하는 과정에서 풀에차르히 교도소에서 많은 수감자들이 석방됐는데, 그중에는 호라산과 알카에다 대원들도 있었다.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이 인터넷 선전매체에 올린 사진.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이 인터넷 선전매체에 올린 사진.

탈레반, IS-K 소탕 땐 안팎 갈등

미국은 이미 며칠 전부터 호라산의 테러 공격을 경고해왔다. 외국인 및 아프간 협력자들의 소개를 놓고 탈레반과 미국 등 서방이 갈등하는 상황인데다, 카불 공항 주변의 아비규환 상황 자체가 테러 공격을 감행하기에는 최적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이번 테러 공격 이후 탈레반에는 당장 이슬람주의 무장세력들을 통제하는 것이 급선무로 떠올랐다. 탈레반은 미국과의 도하 평화협정에서 ‘아프간을 알카에다 등 국제테러단체의 테러 발진기지로 이용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합의했다. 미군 철수를 이끌어낸 핵심인 이 사안은 탈레반이 정상국가의 정권으로 인정받고, 전후 재건에 필요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이끌어내는 데 있어서도 관건이다. 하지만 탈레반이 호라산 소탕 작전을 강화하면, 내부의 하카니 네트워크나 알카에다 등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이는 탈레반 안팎에서 큰 반발과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보복 다짐’ 미국과 협력 고리될 수도

성급한 철군 결정으로 탈레반의 카불 조기 입성을 초래했다는 국내외 비판에 직면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역시 사면초가로 몰리고 있다.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아프간에서 모든 미국인의 철수 때까지 철군을 연장하는 입법을 촉구하고, 벤 새스 공화당 상원의원은 미군이 카불 공항 주변 밖으로 통제권을 확대하거나 바그람기지를 재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오는 31일인 철군 시한을 고수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철군 시한을 연장하는 것은 카불의 혼란을 지속하고, 테러의 조건을 더욱 강화시키는 것이어서 미국이나 탈레반이나 현재로서는 수용하기 힘든 상황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그때까지 소개 작전을 무사히 완료하는 한편 이번 테러에 대한 응징도 보여줘야 하는 ‘딜레마’ 상황에 놓여 있다.

다만 이런 상황이 오히려 미국과 탈레반 사이에 ‘공통분모’를 찾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이 다짐한 보복은 탈레반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고, 탈레반도 차제에 알카에다 등과의 관계를 차단하는 명분으로 삼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탈레반 지도부의 온건화를 더욱 촉진하고, 서방과의 협력 고리를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다분히 낙관적인 전망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이 인터넷 선전매체에 올린 사진.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이 인터넷 선전매체에 올린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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