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각)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에서 전날 이 지역을 점령한 탈레반의 무장대원들이 모여 있다. 칸다하르/EPA 연합뉴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과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15일(현지시각) 수도 카불에서 권력 이양 절차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다. 탈레반은 향후 국정 운영과 관련한 원칙들을 밝혔고, 아프간 정부는 “평화적으로 권력을 이양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권력을 넘기는 과정에서 새 과도정부의 수반으로 옛 내무장관 출신인 알리 아마드 잘랄리(81)가 유력하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미국 시민권자인 잘랄리는 2003년 1월부터 2005년 9월까지 아프간 내무장관을 지냈다. 잘랄리는 아프간 등 중동지역 정치안보 문제에 관한 저작이 많은 학자이고, 미국 국립국방대학교 석좌교수를 지내는 등 미군 교육기관에서 강의를 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도피했다는 소문이 도는 아슈라프 가니 현 대통령은 이날 오전까지 대통령궁에 머물렀다고 <알자지라>가 보도했다. 가니 대통령은 향후 몇 시간 안에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스푸트니크> 통신이 전했다.
정권 인수에 나선 탈레반은 카불에 대한 공격을 자제하면서 카불 시민 달래기에 나섰다. 인구 600만명의 카불에서는 이날 탈레반 함락이 임박하면서 아프간을 탈출하려는 시민들이 공항과 은행에 몰리는 등 혼란을 빚었다. 주카불 미국대사관 직원들도 미군 헬기를 통해 카불을 탈출했다.
탈레반은 이날 아프간 정부군의 해산을 지시하고, 정부군 병사들에게 귀향을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탈레반은 또 카불 내 외국인이 원할 경우 떠날 수 있고, 머무르기를 원할 경우 새로 들어설 탈레반 정부에 등록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탈레반은 공항과 병원은 계속 운영될 것이며, 긴급 물품의 공급도 중단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탈레반은 여성의 권리를 존중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탈레반의 복귀로 20년 전 탈레반 정권 치하에서 여성 인권이 탄압받는 시대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국제사회의 우려를 의식한 조처로 보인다. 탈레반 대변인은 이날 언론 인터뷰를 통해 “히잡을 쓴다면 여성은 학업 및 일자리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여성이 혼자 집 밖에 나가는 것도 허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탈레반은 집권 당시 이슬람 샤리아법(종교법)을 앞세워 엄격하게 사회를 통제했고, 특히 여성의 사회활동과 외출, 교육 등을 제한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