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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창] 미 연준 의장에 대한 성차별적 보도 / 딘 베이커

등록 2014-03-30 18:45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차기 의장으로 재닛 옐런이 적합하냐, 로런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이 적합하냐를 둘러싸고 지난해 벌어진 논쟁에는 매우 성차별적인 면이 있었다. 옐런의 능력에 대한 많은 지적들이 ‘진지함이 부족하다’는 불평을 담고 있었는데, 이는 성차별주의 외에 다른 말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옐런은 거의 20년 동안 연준의 정책을 결정하는 고위직에 있었고, 최고 수준의 대학 두 곳에서 경제학 교수로 일했다.

옐런은 이런 성차별주의를 극복해내고 연준 의장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연준 의장으로서 옐런이 한 첫 기자회견에 대한 기사들은 이런 성차별주의가 아직 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기사들은 경제가 어떤 상태에 있고 이에 연준이 적절히 대응하는가를 다루기보다는 기자회견에서 옐런이 말실수를 한 것 아니냐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옐런은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양적완화를 중단하고 상당한 기간이 지난 뒤”라고 말했고, ‘상당한 시기’를 묻는 질문에 “6개월은 지나야 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사설에서 “이 발언 때문에 채권 시장은 급속히 매도세를 보였고, 그것은 옐런이 의도하지 않은 것이 확실하다”며 “옐런은 투자자들에게 연준의 결정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장담했으나, 시장은 옐런의 말을 건너뛰어 다른 연준 이사들의 기준금리 전망에 눈을 돌리고, 반대의 결론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는 <워싱턴 포스트> 사설의 소재가 된 이자율 상승은 그리 대수롭지 않은 정도였다. 2년 만기 국채 이자율은 경제에 별 영향을 주지 않고 10년 만기 국채의 이자율이 더 큰 영향을 주는데, 이것은 조금 꿈쩍했을 뿐이다. 게다가 약간의 이자율 상승은 그다음 날 뒤집혀, 2년 만기 국채 이자율조차 지난가을의 최고치보다 낮아졌다.

지난해 6월 기자회견에서 벤 버냉키 의장의 발언에 대해 비판이 없었던 것과 옐런에 대한 이번 비판을 대조해보면 흥미롭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버냉키는 장기국채 매입을 점차 줄여 양적완화 프로그램에서 출구전략을 펴겠다는 뜻을 처음으로 밝혔다. 버냉키의 발언으로 이자율은 급등했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회견 전보다 1%포인트 넘게 올랐다. 이는 모기지 금리 상승으로 이어졌다. 놀랍게도, 버냉키의 발언과 그로 인한 이자율 급등에 대한 어떤 기사도 그것이 주택 시장에 미친 영향을 거론하지 않았다. 주택 거품이 커지다가 갑자기 꺼지면서 최근 10년간 경제가 큰 피해를 입었음에도, 연준 담당 기자들은 주택가격이 미국 경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는 듯하다.

연준에 대한 기사와 실물경제 사이의 어긋남은 옐런의 말실수를 다루는 데서도 계속됐다. 여성인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적절하게 처신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대신에 기자들이 미국 경제의 실상이나 연준이 양적완화를 축소하는 이유에 대해 중요한 질문을 했다면 유익했을 것이다. 이를테면, 연준이 통화를 환수하는 데 실패하면 어떤 나쁜 결과가 생길 것이라고 보는가라고 물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물가상승률은 지난 6개월 동안 연준의 목표치인 2.0% 밑에서 잘 관리돼 왔다. 지난해 핵심물가지수는 1.2% 오르는 데 그쳤다. 2% 목표치에 맞추기 위해선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하는 정책을 펴야 했을 정도다.

2% 물가상승률 목표치는 얼마나 신성한 것일까? 경제는 어느 정도 높은 인플레이션 상황에서도 때로 잘 굴러간다. 1980년대 이른바 ‘레이건 붐’ 시대에 물가상승률은 4%를 웃돌았다. 성장률을 높이고 실업률을 낮추는 것이 실업자에게만 혜택인 것은 아니다. 고용시장을 잘 관리하는 것은 많은 노동자들이 성장의 과실을 공유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낸다. 이는 우리가 1990년대 후반에 보았던 상황이다. 실업률은 낮았고, 성장의 과실이 노동자 임금으로 잘 분배되었다.

2% 물가 목표치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일자리와 어느 정도의 성장을 희생시킬 수 있는가? 이것은 연준 정책의 목표 및 위험에 대한 핵심적인 질문이다. 그런데 연준을 담당하는 기자들이 여기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경험 많은 연준 담당 기자들은 연준 의장이 정책 공표자로서 얼마나 능숙한지 따지는 데 시간을 쓰기보다, 연준 정책의 의미와 그 영향을 따지는 데 더 초점을 맞춰 보도하기를 기대하는 게 지나친 요구는 아닐 것이다.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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