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더드앤푸어스의 유로존 국가 신용등급 조정내역
S&P, 프랑스 등 9개국 등급 강등 ‘후폭풍’
독·프 ‘신뢰 위기’ 확산 차단
유럽 남북구 균열 갈수록 부각
그리스 디폴트땐 유로존 붕괴
독·프 ‘신뢰 위기’ 확산 차단
유럽 남북구 균열 갈수록 부각
그리스 디폴트땐 유로존 붕괴
유로존이 다시 가라앉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13일(현지시각)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의 프랑스 등 유로존 9개국에 대한 신용등급 강등 충격 속에서 그리스와 민간투자자들의 부채탕감 협상도 중지됐다. 유럽 부채위기의 진원지인 그리스의 국가부도 우려가 다시 일고, 유로존 전체도 신뢰 상실이라는 총체적인 침몰 양상이 재연되는 모양새다.
에스앤피는 최고등급(AAA)이던 프랑스와 오스트리아의 신용등급을 AA+로 한단계 낮추는 한편, 재정위기에 시달리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각각 2단계 하락시킨 BBB+와 A로 조정했다. 유럽연합 최대 경제국인 독일을 비롯해 네덜란드와 룩셈부르크는 최고등급을 그대로 유지시켰다. 하지만 신용등급 전망은 독일과 슬로바키아 2개국만 ‘안정적’으로 부여받았고 나머지 14개국은 ‘부정적’으로 제시해, 향후 추가적인 신용등급 강등을 예고했다.
에스앤피의 유로존 신용등급 강등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예고된 것이라 뉴욕증시 등 시장은 일단 약보합세로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에스앤피 발표 뒤 폐장한 13일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0.39% 하락했고, 에스앤피 발표 전에 폐장한 유럽증시들은 0.5%대 전후의 하락세를 보였다. 에스앤피 발표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은 프랑스의 파리 증시(CAC40)도 0.11% 하락에 그쳤다. 하지만, 유로화는 대 달러 가치가 16개월만의 최저치인 1.2647달러까지 폭락했다.
독일과 프랑스는 에스앤피의 조처에 개의치 않겠다며 파문확산 방지에 나섰다. 프랑수아 피용 프랑스 재무장관은 “이 조처는 극화시켜서는 안될 경고이지만, 평가절하돼서도 안된다”며 예정된 개혁을 추진하되 새로운 긴축정책은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에스앤피가 “유럽 당국들이 취한 조처들은 유로존의 구조적인 스트레스를 해결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며 긴축 등 새로운 고강도 조처를 주문했으나, 프랑스는 이를 일축한 것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놀랄 일이 아니며 유럽연합의 조처에 영향을 줄 것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번 에스앤피 조처로 유럽연합 내에서 북구와 남구의 균열이 더욱 커졌다며, 부채위기 해결과 관련한 독일과 프랑스의 입장 차이도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문은 에스앤피가 엄격한 긴축 등을 강조하는 독일 등 북구 유럽국가들의 최고등급은 유지한 반면, 재정위기 국가들의 입장을 대변하던 프랑스 등 남구 유럽국가들은 모두 등급이 하락된 점을 지적했다.
게다가 유로존 국가들의 무더기 신용등급 하락과 그리스 부채 탕감 협상 중지가 맞물리면서 유로존의 부채위기 타결 여력을 더욱 옥죄고 있다. 그리스 채권에 투자한 민간투자자 협상단은 13일 “일부 그리스 민간투자자들이 당초 제안된 그리스 채권 50% 상각에 건설적으로 반응하지 않았다”며 “협상은 (민간투자자들의) 자발적 동참에 대한 이익 여부를 다시 검토하기 위해 중단됐다”고 밝혔다. 협상단은 협상이 언제 재개될지 밝히지 않았다.
지난해 유럽연합(EU) 정상회의 등에서는 그리스 채권에 투자한 민간투자자들이 채권 액면가의 50%를 탕감해주는 ‘자발적 동참’이 합의되고, 이를 기초로 그리스 정부와 민간투자자 사이에 협상이 진행돼 왔다. 이 협상이 타결돼야만 그리스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연합으로부터 약속된 구제금융을 받을 수 있다. 이 구제금융이 집행되지 않으면, 그리스 정부는 빠르면 오는 3월께면 채권을 상환할 자금이 바닥나, 디폴트(채무불이행)라는 국가부도 사태를 피할 수 없게 된다. 그리스는 3월께 144억유로어치의 채권을 상환해야 한다.
그리스의 디폴트는 ‘유로존 탈퇴’로 이어져, 유로존의 붕괴 서막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그리스 정부는 지난주 유럽연합으로부터의 구제금융이 확보되지 않으면 그리스는 유로존을 탈퇴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 바 있다. 2년이나 지속된 유럽 부채위기가 이런저런 악재로 다시 2012년을 시작한 셈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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