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2009.8.6/한겨레21박승화
새스(SAS)는 인적자원관리와 사업모델을 절묘하게 조화시켜 임직원 복지와 성장을 동시에 이룬 모범 사례다. 이 회사가 직원들에게 제공한 것은 높은 임금과 성과급이 아니라, 교육과 복지였다. 본인 뿐 아니라 가족이 포함된, 확장된 형태의 복리후생이었다. 기업을 임직원과 가족을 포함한 생활공동체로 만든 것이다. 이렇게 해서 얻은 것은 낮은 이직률이었다. 동종업계 연 이직률 평균이 20%일 때, 새스는 4%도 되지 않는 이직률을 자랑했다. 경영진의 인사관리 목표 자체가 ‘노동비용 최소화’가 아니라 ‘이직률 줄이기’였다. 이유는 새스의 사업모델에 있다. 새스는 통계 패키지 소프트웨어를 기업에 판 뒤, 끊임없이 유료 업데이트를 통해 돈을 버는 수익모델을 갖고 있었다. 그러니 소프트웨어 개발도 중요하지만 사후 서비스와 고객 기업과의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 낮은 이직률 덕에 새스에는 소프트웨어를 더 잘 이해하는 경험많은 엔지니어들이 늘어났다. 이는 질좋은 사후 서비스와 고객신뢰로 이어졌고, 바로 경쟁력으로 이어졌다. 새스가 도입한 ‘임직원 복리후생 확장을 통한 인재유지’는 특히 경험과 평판이 중요한 지식산업에서 매우 효과적이다. 소프트웨어, 미디어, 컨설팅, 교육 등 지식 생산자의 평판이 핵심 경쟁력을 구성하는 산업에서, 사람은 유지할수록 빛을 발하는 자산이다. 그래서 이런 곳에서는 공동체적 기업문화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며, 여기에 초점을 맞춘 인사관리 전략이 필요하다. 새스가 그 일을 해 냄으로써, 임직원 복지와 기업 경쟁력을 동시에 이뤘다. 단기 성과급과 개인간 경쟁 시스템이 인재 유지에 필수적이라는 통념은 여기서 깨진다. 개인별 성과급 체계는, 협동과 장기적 평판이 덜 중요한 산업에서만 힘을 발휘한다. 때론 협동적 인사시스템, 장기 성과를 반영한 임금체계, 임금이 아닌 복지혜택 등이 더 효과적인 인사관리 정책이다. 가장 위험한 건 단기 영업성과만을 성과로 평가하고 여기에만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이다. 기업의 중장기 경쟁력은 단기 영업 인센티브 앞에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 스탠포드대학 비즈니스스쿨의 제프리 페퍼 교수는 <휴먼이퀘이션>(사람 방정식)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사람들은 돈 때문에 일한다’는 신화가 있다. 그러나 현실을 좀더 깊이 파고들면, 임금은 기업과 사람 사이의 수많은 접점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임금만이 일의 동기라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사람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이원재/한겨레경제연구소장 timela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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