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가 끝난 뒤, 짐 굿나이트 SAS 회장이 진기한 돌들로 가득찬 회의실에서 돌 하나를 들고 포즈를 취해준다.
정리해고는 기업정신을 파괴시켜
주당 80시간보다 35시간 일하는 게 나아
주당 80시간보다 35시간 일하는 게 나아
지난달 22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작은 도시인 캐리(Cary)에 있는 새스(SAS ) 인스티튜트 본사에서 짐 굿나이트(Jim Goodnight) 회장을 만났다. 굿나이트 회장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부호 명단에도 올라가 있고, 지난 2006년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도 직접 만날 정도로 상당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그는 노타이에 흰 남방의 수수한 차림으로 기자를 맞는 등 마치 옆집 아저씨처럼 푸근한 인상을 지녔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응용수학과를 졸업한 그는 1976년 동료들과 함께 대학 정문 앞에 컴퓨터 통계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새스를 설립했다. 설립 당시부터 ‘일과 가정’의 균형을 맞추는 데 주안점을 뒀다. 그는 인터뷰에서도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고객이 아닌) 직원”이라며 “직원들이 행복해야 고객들도 행복할 수 있다”는 자신의 기업 경영철학을 강조했다.
직원의 일상적인 걱정거리와 행정업무 최소화하는 게 시작
-이곳에 오기 전에 새스에 대해 공부하면서 당신의 특별한 기업철학이 퍽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몇 가지 궁금증이 인다. 첫번째 궁금증은 새스의 기업철학이 새스에만 적용될 수 있는 특수한 것이냐, 아니면 다른 회사에도 적용가능한 보편적인 것이냐 하는 부분이다.
“다른 회사에 적용가능하다. (우리 회사의) 사원복지 프로그램은 직원들의 일상적인 걱정거리와 행정업무 등을 최소화하는 환경을 만들려는데서부터 출발한다. 우리 회사의 직원복지 프로그램은 직원들이 일상에서 맞게되는 생활상의 스트레스를 없애고, 그들이 자신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찾기 위해 보내는 시간을 덜어주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예를 들면, 보육, 병원 예약, 미장원 예약 같은 것들이다. 이것이 결국 회사의 생산성을 높인다.”
-많은 CEO들이 좋은 사원복지 프로그램을 갖고 싶어한다. 그런데 그렇게 못하는 건, 그들이 직원들을 생각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사원복지 프로그램은 회사 자체에 도움이 된다. 나는 이익을 회사 직원들과 나누고 싶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연방정부에 세금으로 내야한다.” -다른 일반기업들에게도 새스와 같은 경영시스템(사원복지 강화)이 확산되길 원하나? 이제 막 창업한 회사, 수익이 많지 않은 회사에도 이런 시스템을 적용할 수 있나? “많은 회사에서 우리 회사를 방문하고, 공부한다. 우리는 우리 회사의 철학을 그들에게 요구한다. 우리는 늘 좋은 복지프로그램을 갖고 있었다. 심지어 (초창기) 직원이 4명이었을 때도…” 최근 경제침체에도 사원복지 프로그램 삭감안해 -앞으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더라도 이런 복지 프로그램을 계속 운영할 것인가? “물론이다. 새스를 ‘최고의 일터’로 만드는 직원복지를 계속 제공할 것이다. 최근 두 번의 경제침체에서도 사원복지 프로그램을 삭감하지 않았다.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경기침체를 극복하는데 도움을 준다.” -당신은 회사에서 3가지를 강조했다. 기술, 고객, 그리고 직원. 이들 가운데 어느 것이 가장 먼저인가? “직원이 넘버 원이다. 만일 직원들을 행복하게 만든다면, 그 직원들이 고객들을 행복하게 만든다. 나는 가장 중요한 게 직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많은 회사들은 직원들의 희생을 요구한다. 시간, 노력 등. 직원들이 희생해야 회사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당장은 직원들이 희생함으로써 기업이 이윤을 만들어 낼 수는 있을 것이다.그러나 두번째, 세번째는 어떻게 할 것인가? 직원에 대한 보상이 없다면 결국에는 고객만족을 위해 더욱 더 열심히 일해야만 하는 직원들은 지치고 말 것이다.” 행복한 회사와 가정이 생산성을 올린다 -직원들의 희생에 대해 다시 한 번 묻겠다. 어떤 회사들은 직원들의 희생, 그들의 가정까지 희생해야 고객이 행복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그것이 회사에 대한 충성으로 이해된다. 기업은 수익이 목표다. 일반적인 회사는 기업의 수익을 위해 사원들의 행복을 희생시키기도 한다. 당신은 반대로 사원들의 행복을 위해 기업의 수익을 희생시킬 수 있나? “있다. 그러나 그건(기업수익과 사원행복)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행복한 회사와 가정이 생산성을 올린다.” -지난 1월 디트로이트 모토쇼에 참석했고, 거기에서 GM, 크라이슬러 직원을 만난 적이 있다. 2008~09년 GM 파산 당시, 수많은 분석가들은 GM의 과도한 사원복지 프로그램이 GM 붕괴의 주요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GM은 의료보험 혜택을 절반으로 자르고, 월급을 줄이고, 많은 복지프로그램을 삭감했다. 당신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고 했지만, 실제로 그런 조치 이후 GM은 되살아났다. GM의 회복은 매출증대가 아니라, 경비절감 때문이었다. 많은 직원들이 정리해고됐다. “제조업체는 경기침체기에 인원 감축을 쉽게 한다. 소비자들이 차를 구입하지 않는다면, 더 많이 생산할 필요가 없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조업체는 감원을 한다. 정리해고는 정리해고를 당하지 않을 직원들까지도 나 대신 다른 누군가를 내보내기를 바라는 안 좋은 감정을 만들기 때문에 그 회사의 기업정신을 파괴시킨다. 미국에서는 공장라인 종사자의 인건비가 시간당 80불~90불이 되기 때문에 제조 생산 비용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 이는 새스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임금 수준과 비슷하다. 자동차 주유 가격이 겔론 당 4달러씩 지불해야 하는 미국 소비자들에게 SUV 생산은 더이상 지속가능한 모델이 아니다. 나는 (자동차업체의 어려움은) 고객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제품을 정확히 예측하지 못한 경영층의 실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새스는 지식기업이다. ‘지식’은 만들기 위해서 오랜 시간이 걸린다. 직원들 머릿속에 많은 지식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을 내보내고 싶지 않다.” -새스는 GM과 달리, 지식산업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이런 훌륭한 사원복지 프로그램이 가능한 것 아닌가? “그래 맞다.(그런 측면이 있다) 새스는 지식기업이다. 우리의 생산성은 우리 직원들의 마인드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새스의 환경은 창의성과 개혁을 자극하도록 조성돼 있다. 꽃, 식물 등 모두. 그것이 창의성 증대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런 직원복지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새스가 개인회사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는 (회사) 외부 주주들의 요구에 응하지 않아도 된다. 월스트리트는 단기 결과에 이끌린다. 그러나 이는 반드시 사업에 좋은 것만은 아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자 2009년에 들어서면서 ‘아무도 자르지 않겠다’고 했다. 그때 그런 발표를 한 이유는 뭔가? 또 그 조처가 이후 회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해고는 생산성을 죽인다. 2009년은 우리 회사로선 가장 생산적인 해였다. 왜냐하면 직원들은 그들의 일자리가 안전하다는 걸 알았고, 그들은 해고에 대해 걱정하고 직원들끼리 웅성이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 우리는 직원들에게 우리가 비용을 감당할 수 있도록 경비절감을 요구했다. 그리고 직원들은 이를 해냈다.” -해고도 없고, 정년도 없다. 긴장이 느슨해져 경쟁력이 떨어지는 경우는 없나? 사내경쟁은 어떤가? 많은 회사들은 직원들에게 긴장, 경쟁의식을 고취시킨다. 심지어 사내동료끼리도 서로 경쟁시킨다. 이런 직원들의 생존경쟁을 통해 기업의 경쟁력이 키워진다고 믿는다. 모든 것과 싸워라. 다른 회사와, 그리고 회사 안에서 다른 동료와. 그런데 새스는 해고도, 정년도 없다. 너무 느슨한 것 아닌가? 한국의 많은 소프트웨어 회사의 경우, 밤샘 작업이 일반화 돼 있을 정도로 열심히 일하는 곳이 많다. “‘열심히 일해라, 그리고 50년간 일한 뒤 해고한다’. 그건 과거 방식이다. 한국은 역사가 직업의 윤리에도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한국전쟁 뒤, 한국은 오늘날의 위대한 개발 국가로 성장하기까지 열심히 일해왔다. 한국은 여전히 고성장 국가이며 아직도 가족, 회사 뿐만 아니라 국가를 위해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성장 시기(developing period)에 놓여 있다. 하지만 미국은 이런 시기를 이미 지났다. 직원들에게 일을 강요한다면 그들은 곧 다른 직장을 찾을 것이다. 그러나 사내경쟁이나 일에 대한 동기부여를 하는 방법들은 나름대로 갖고 있다.” 36시간 넘는 근무는 낭비…야근보단 다음날 하는 게 낫다 -1주일에 단지 35시간만 일한다. 일하는 시간이 너무 짧은 건 아닌가? “나는 그 이외 시간은 낭비라고 생각한다. 야근을 하기보단 다음날 하는 게, 주당 80시간 일하는 것보단 35시간 일하는 게 낫다. 직원들끼리 같이 저녁을 먹는 게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키운다고 한다. 그러나 그때 가족들은 무엇을 하느냐? 직장과 가정의 균형이 장기적으론 회사에 더 이익이다. 가정을 희생하고 오로지 직장에만 매달리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면, 그들은 이렇게 이야기할 때가 많다. ‘5시에 일어나고, 하루종일 일한다’고. 그들은 때때로 하루에 20시간 일하고, 보통 10시간 이상 일했다. 많은 최고경영자들은 직원들보다 더 많이 일한다. “나도 경험했다. 회사를 방문해 저녁을 먹고, 직원들끼리 같이 저녁을 먹고 그런 것들이 회사의 충성심을 키운다고 믿었다. 그러나 그 시간에 가족들은 무엇을 하느냐? 배우자와 아이들은? 그래서 균형이 중요하다. 직장과 가족의 균형. 가정을 희생하고 오로지 직장에만 매달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당신도 35시간만 일하나? “그렇다” -일 끝난 뒤에 뭘하나? “가족들과 함께 지내고, 산책도 하고, 골프도 치고 그런다.” -새스 직원들은 모두 정규직이다. 일반기업들에서 아웃소싱을 통해 경비를 절감한다. 그런데 새스에는 비정규직이 없으니, 일반기업들의 트렌드와 정반대로 가는 것 아닌가? “아웃소싱을 받아서 일하는 쪽 역시 이윤을 위해 일하는 것이다. 이는 누군가가 아웃소싱을 통해 이윤을 만들어내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JP모건체이스는 인력을 IBM에 아웃소싱했다. 하지만 제이미 다이아몬드가 JP모건 체이스에 합류하면서 다시 모든 걸 되돌렸다. 그는 ‘JP모건체이스의 데이터는 이 회사가 소유한 가장 중요한 가치다. 아웃소싱 회사는 이를 가지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신을 창출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다른 이에게 아웃소싱을 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신 창출은 바로 자기 직원들로부터 나와야 한다. 아웃소싱 회사의 책임은 단순히 프로세스를 실행하고 유지 관리하는 것이다. 새스는 서울에 작은 R&D센터를 설립했다. 베이징과 인도에는 더 큰 R&D조직이 있는데 이들 모두가 새스의 정규직이다. 전 세계에 R&D센터를 가지고 있지만 이들은 모두 새스만을 연구하고 있다.” -새스를 처음 창설했을 때, 오늘날 새스의 모습을 예상했었나? 매년 가파른 성장, 그리고 탁월한 사원복지 프로그램으로 특징지워지는. “사원복지 프로그램은 우리 스스로를 위한 것이다. 나는 워싱턴으로 세금을 보내기보단 직원들에게 회사의 수익을 쓰고 싶다. 우리 회사의 낮은 이직률은 매년 1억달러를 아낄 수 있었다. 낮은 이직률은 우리가 리크루터(헤드헌터)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됐다. 또 우리는 생산성을 잃지 않는다. 우리는 지식과 고객들과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새스의 역사는 매우 순조로웠던 것처럼 느껴진다. 지금까지 새스를 운영하면서 가장 큰 어려움이 뭐였나? “흠. (한숨) 우리는 지난해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2% 성장에 그쳤다. 평균 15%였는데…. 지난해 경기침체로 우리도 어려움을 겪었다.” -당신은 회사의 역할, 그리고 오늘날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SAS가 매년 ‘사회적 책임’ 보고서를 낸다고 들었다. “사회적 책임과 관련해 새스의 초점은 교육에 맞춰져 있다. 우리는 교육프로그램 소프트웨어인 ‘커리큘럼 패스웨이’를 세계 각국 학교에 무료로 제공한다. 또 노스캐롤라이나주 선생님들에게 노트북 컴퓨터를 제공한다. 이밖에 새스 소프트웨어 학생 버전을 전세계에 무료로 이용하도록 제공하고 있다.” 직원들로 하여금 도전의식을 유지시키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개인적인 향후 계획을 말해달라. “앞으로도 여러해동안 새스를 경영할 것이다. 새스가 현재 가지고 있는 수많은 새로운 테크놀로지들은 컴퓨팅 기술을 변화시킬 것이다. 새스 최근 블레이드 컴퓨팅을 이용하여 18시간 걸리는 분석 작업 시간을 3분 이내로 줄일 수 있는 혁신적인 프로그래밍 방법론을 개발했다. 이는 일반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리드 컴퓨팅과는 전혀 다르다. 그리드는 여러가지 개별의 컴퓨터에서 운영되는 것인 반면, 블레이드 컴퓨팅은 여러 대의 컴퓨터가 하나로써 연결되어 프로세싱(처리)되는 것입니다. 이 기술의 개발은 일의 성과 및 속도 면에서 혁신적이며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이다.” -당신 삶의 목적(destination)은 무엇이냐? “아마도 죽겠지”(웃음) -은퇴 이후 계획을 갖고 있나? “아직 은퇴에 대한 계획이 없다. 제가 CEO로서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한, 계속할 것이다. 만약 내 자신이 일을 잘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면, 내 자신을 해고시켜야겠지.” -누가 당신의 후계가 되는가? 재산과 주식을 자식한테 물려줄 생각인가? “우리 회사는 새스의 다음 후계자를 공개적으로 거론하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최고 임원들이 다른 직장을 찾아 떠나게 될 수 있다. 그리고 제 아들이나 딸은 새스 비즈니스에 전혀 관심이 없다. 그렇다면 그들은 회사의 좋은 리더가 되진 않을거다.” -아들(20대 초반)이 새스에서 일하나? “파트타임으로 일한다. 지금 한국에 여행갔다.” -한 가지 조언을 듣고 싶다. <한겨레>는 한국의 민주주의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 그러나 회사의 수익은 경제상황에 따라 오르락내리락 했다. 직원들의 충성도는 매우 높다. 그러나 이는 높은 사원복지 프로그램 때문이 아니다. 회사의 방향성에 대한 지지, 그리고 보람이 가장 클 것이다. 직원들에 대해 조언을 해주고 싶은 게 있나? “신문사도 정보통신(IT) 기업과 마찬가지로 지식기업이다. 조사를 보면, 1만개의 정보통신 기업을 조사한 결과, 그들이 그 회사에서 일하는 첫번째 이유는 도전의식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도전이 매우 재미있어야 한다. 일에 대한 도전이 월급보다 더 중요하다. 직원들로 하여금 도전의식을 유지시키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그것이 직원들을 열심히 일하게 만든다. 나는 우리 직원들이 우수한 복지 프로그램 때문에 우리 회사에 다닌다고 생각지 않는다. 만일 너가 도전의식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 일을 계속할 이유가 없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사원복지 프로그램은 회사 자체에 도움이 된다. 나는 이익을 회사 직원들과 나누고 싶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연방정부에 세금으로 내야한다.” -다른 일반기업들에게도 새스와 같은 경영시스템(사원복지 강화)이 확산되길 원하나? 이제 막 창업한 회사, 수익이 많지 않은 회사에도 이런 시스템을 적용할 수 있나? “많은 회사에서 우리 회사를 방문하고, 공부한다. 우리는 우리 회사의 철학을 그들에게 요구한다. 우리는 늘 좋은 복지프로그램을 갖고 있었다. 심지어 (초창기) 직원이 4명이었을 때도…” 최근 경제침체에도 사원복지 프로그램 삭감안해 -앞으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더라도 이런 복지 프로그램을 계속 운영할 것인가? “물론이다. 새스를 ‘최고의 일터’로 만드는 직원복지를 계속 제공할 것이다. 최근 두 번의 경제침체에서도 사원복지 프로그램을 삭감하지 않았다.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경기침체를 극복하는데 도움을 준다.” -당신은 회사에서 3가지를 강조했다. 기술, 고객, 그리고 직원. 이들 가운데 어느 것이 가장 먼저인가? “직원이 넘버 원이다. 만일 직원들을 행복하게 만든다면, 그 직원들이 고객들을 행복하게 만든다. 나는 가장 중요한 게 직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많은 회사들은 직원들의 희생을 요구한다. 시간, 노력 등. 직원들이 희생해야 회사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당장은 직원들이 희생함으로써 기업이 이윤을 만들어 낼 수는 있을 것이다.그러나 두번째, 세번째는 어떻게 할 것인가? 직원에 대한 보상이 없다면 결국에는 고객만족을 위해 더욱 더 열심히 일해야만 하는 직원들은 지치고 말 것이다.” 행복한 회사와 가정이 생산성을 올린다 -직원들의 희생에 대해 다시 한 번 묻겠다. 어떤 회사들은 직원들의 희생, 그들의 가정까지 희생해야 고객이 행복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그것이 회사에 대한 충성으로 이해된다. 기업은 수익이 목표다. 일반적인 회사는 기업의 수익을 위해 사원들의 행복을 희생시키기도 한다. 당신은 반대로 사원들의 행복을 위해 기업의 수익을 희생시킬 수 있나? “있다. 그러나 그건(기업수익과 사원행복)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행복한 회사와 가정이 생산성을 올린다.” -지난 1월 디트로이트 모토쇼에 참석했고, 거기에서 GM, 크라이슬러 직원을 만난 적이 있다. 2008~09년 GM 파산 당시, 수많은 분석가들은 GM의 과도한 사원복지 프로그램이 GM 붕괴의 주요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GM은 의료보험 혜택을 절반으로 자르고, 월급을 줄이고, 많은 복지프로그램을 삭감했다. 당신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고 했지만, 실제로 그런 조치 이후 GM은 되살아났다. GM의 회복은 매출증대가 아니라, 경비절감 때문이었다. 많은 직원들이 정리해고됐다. “제조업체는 경기침체기에 인원 감축을 쉽게 한다. 소비자들이 차를 구입하지 않는다면, 더 많이 생산할 필요가 없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조업체는 감원을 한다. 정리해고는 정리해고를 당하지 않을 직원들까지도 나 대신 다른 누군가를 내보내기를 바라는 안 좋은 감정을 만들기 때문에 그 회사의 기업정신을 파괴시킨다. 미국에서는 공장라인 종사자의 인건비가 시간당 80불~90불이 되기 때문에 제조 생산 비용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 이는 새스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임금 수준과 비슷하다. 자동차 주유 가격이 겔론 당 4달러씩 지불해야 하는 미국 소비자들에게 SUV 생산은 더이상 지속가능한 모델이 아니다. 나는 (자동차업체의 어려움은) 고객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제품을 정확히 예측하지 못한 경영층의 실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새스는 지식기업이다. ‘지식’은 만들기 위해서 오랜 시간이 걸린다. 직원들 머릿속에 많은 지식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을 내보내고 싶지 않다.” -새스는 GM과 달리, 지식산업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이런 훌륭한 사원복지 프로그램이 가능한 것 아닌가? “그래 맞다.(그런 측면이 있다) 새스는 지식기업이다. 우리의 생산성은 우리 직원들의 마인드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새스의 환경은 창의성과 개혁을 자극하도록 조성돼 있다. 꽃, 식물 등 모두. 그것이 창의성 증대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런 직원복지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새스가 개인회사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는 (회사) 외부 주주들의 요구에 응하지 않아도 된다. 월스트리트는 단기 결과에 이끌린다. 그러나 이는 반드시 사업에 좋은 것만은 아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자 2009년에 들어서면서 ‘아무도 자르지 않겠다’고 했다. 그때 그런 발표를 한 이유는 뭔가? 또 그 조처가 이후 회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해고는 생산성을 죽인다. 2009년은 우리 회사로선 가장 생산적인 해였다. 왜냐하면 직원들은 그들의 일자리가 안전하다는 걸 알았고, 그들은 해고에 대해 걱정하고 직원들끼리 웅성이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 우리는 직원들에게 우리가 비용을 감당할 수 있도록 경비절감을 요구했다. 그리고 직원들은 이를 해냈다.” -해고도 없고, 정년도 없다. 긴장이 느슨해져 경쟁력이 떨어지는 경우는 없나? 사내경쟁은 어떤가? 많은 회사들은 직원들에게 긴장, 경쟁의식을 고취시킨다. 심지어 사내동료끼리도 서로 경쟁시킨다. 이런 직원들의 생존경쟁을 통해 기업의 경쟁력이 키워진다고 믿는다. 모든 것과 싸워라. 다른 회사와, 그리고 회사 안에서 다른 동료와. 그런데 새스는 해고도, 정년도 없다. 너무 느슨한 것 아닌가? 한국의 많은 소프트웨어 회사의 경우, 밤샘 작업이 일반화 돼 있을 정도로 열심히 일하는 곳이 많다. “‘열심히 일해라, 그리고 50년간 일한 뒤 해고한다’. 그건 과거 방식이다. 한국은 역사가 직업의 윤리에도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한국전쟁 뒤, 한국은 오늘날의 위대한 개발 국가로 성장하기까지 열심히 일해왔다. 한국은 여전히 고성장 국가이며 아직도 가족, 회사 뿐만 아니라 국가를 위해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성장 시기(developing period)에 놓여 있다. 하지만 미국은 이런 시기를 이미 지났다. 직원들에게 일을 강요한다면 그들은 곧 다른 직장을 찾을 것이다. 그러나 사내경쟁이나 일에 대한 동기부여를 하는 방법들은 나름대로 갖고 있다.” 36시간 넘는 근무는 낭비…야근보단 다음날 하는 게 낫다 -1주일에 단지 35시간만 일한다. 일하는 시간이 너무 짧은 건 아닌가? “나는 그 이외 시간은 낭비라고 생각한다. 야근을 하기보단 다음날 하는 게, 주당 80시간 일하는 것보단 35시간 일하는 게 낫다. 직원들끼리 같이 저녁을 먹는 게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키운다고 한다. 그러나 그때 가족들은 무엇을 하느냐? 직장과 가정의 균형이 장기적으론 회사에 더 이익이다. 가정을 희생하고 오로지 직장에만 매달리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면, 그들은 이렇게 이야기할 때가 많다. ‘5시에 일어나고, 하루종일 일한다’고. 그들은 때때로 하루에 20시간 일하고, 보통 10시간 이상 일했다. 많은 최고경영자들은 직원들보다 더 많이 일한다. “나도 경험했다. 회사를 방문해 저녁을 먹고, 직원들끼리 같이 저녁을 먹고 그런 것들이 회사의 충성심을 키운다고 믿었다. 그러나 그 시간에 가족들은 무엇을 하느냐? 배우자와 아이들은? 그래서 균형이 중요하다. 직장과 가족의 균형. 가정을 희생하고 오로지 직장에만 매달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당신도 35시간만 일하나? “그렇다” -일 끝난 뒤에 뭘하나? “가족들과 함께 지내고, 산책도 하고, 골프도 치고 그런다.” -새스 직원들은 모두 정규직이다. 일반기업들에서 아웃소싱을 통해 경비를 절감한다. 그런데 새스에는 비정규직이 없으니, 일반기업들의 트렌드와 정반대로 가는 것 아닌가? “아웃소싱을 받아서 일하는 쪽 역시 이윤을 위해 일하는 것이다. 이는 누군가가 아웃소싱을 통해 이윤을 만들어내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JP모건체이스는 인력을 IBM에 아웃소싱했다. 하지만 제이미 다이아몬드가 JP모건 체이스에 합류하면서 다시 모든 걸 되돌렸다. 그는 ‘JP모건체이스의 데이터는 이 회사가 소유한 가장 중요한 가치다. 아웃소싱 회사는 이를 가지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신을 창출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다른 이에게 아웃소싱을 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신 창출은 바로 자기 직원들로부터 나와야 한다. 아웃소싱 회사의 책임은 단순히 프로세스를 실행하고 유지 관리하는 것이다. 새스는 서울에 작은 R&D센터를 설립했다. 베이징과 인도에는 더 큰 R&D조직이 있는데 이들 모두가 새스의 정규직이다. 전 세계에 R&D센터를 가지고 있지만 이들은 모두 새스만을 연구하고 있다.” -새스를 처음 창설했을 때, 오늘날 새스의 모습을 예상했었나? 매년 가파른 성장, 그리고 탁월한 사원복지 프로그램으로 특징지워지는. “사원복지 프로그램은 우리 스스로를 위한 것이다. 나는 워싱턴으로 세금을 보내기보단 직원들에게 회사의 수익을 쓰고 싶다. 우리 회사의 낮은 이직률은 매년 1억달러를 아낄 수 있었다. 낮은 이직률은 우리가 리크루터(헤드헌터)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됐다. 또 우리는 생산성을 잃지 않는다. 우리는 지식과 고객들과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새스의 역사는 매우 순조로웠던 것처럼 느껴진다. 지금까지 새스를 운영하면서 가장 큰 어려움이 뭐였나? “흠. (한숨) 우리는 지난해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2% 성장에 그쳤다. 평균 15%였는데…. 지난해 경기침체로 우리도 어려움을 겪었다.” -당신은 회사의 역할, 그리고 오늘날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SAS가 매년 ‘사회적 책임’ 보고서를 낸다고 들었다. “사회적 책임과 관련해 새스의 초점은 교육에 맞춰져 있다. 우리는 교육프로그램 소프트웨어인 ‘커리큘럼 패스웨이’를 세계 각국 학교에 무료로 제공한다. 또 노스캐롤라이나주 선생님들에게 노트북 컴퓨터를 제공한다. 이밖에 새스 소프트웨어 학생 버전을 전세계에 무료로 이용하도록 제공하고 있다.” 직원들로 하여금 도전의식을 유지시키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개인적인 향후 계획을 말해달라. “앞으로도 여러해동안 새스를 경영할 것이다. 새스가 현재 가지고 있는 수많은 새로운 테크놀로지들은 컴퓨팅 기술을 변화시킬 것이다. 새스 최근 블레이드 컴퓨팅을 이용하여 18시간 걸리는 분석 작업 시간을 3분 이내로 줄일 수 있는 혁신적인 프로그래밍 방법론을 개발했다. 이는 일반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리드 컴퓨팅과는 전혀 다르다. 그리드는 여러가지 개별의 컴퓨터에서 운영되는 것인 반면, 블레이드 컴퓨팅은 여러 대의 컴퓨터가 하나로써 연결되어 프로세싱(처리)되는 것입니다. 이 기술의 개발은 일의 성과 및 속도 면에서 혁신적이며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이다.” -당신 삶의 목적(destination)은 무엇이냐? “아마도 죽겠지”(웃음) -은퇴 이후 계획을 갖고 있나? “아직 은퇴에 대한 계획이 없다. 제가 CEO로서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한, 계속할 것이다. 만약 내 자신이 일을 잘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면, 내 자신을 해고시켜야겠지.” -누가 당신의 후계가 되는가? 재산과 주식을 자식한테 물려줄 생각인가? “우리 회사는 새스의 다음 후계자를 공개적으로 거론하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최고 임원들이 다른 직장을 찾아 떠나게 될 수 있다. 그리고 제 아들이나 딸은 새스 비즈니스에 전혀 관심이 없다. 그렇다면 그들은 회사의 좋은 리더가 되진 않을거다.” -아들(20대 초반)이 새스에서 일하나? “파트타임으로 일한다. 지금 한국에 여행갔다.” -한 가지 조언을 듣고 싶다. <한겨레>는 한국의 민주주의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 그러나 회사의 수익은 경제상황에 따라 오르락내리락 했다. 직원들의 충성도는 매우 높다. 그러나 이는 높은 사원복지 프로그램 때문이 아니다. 회사의 방향성에 대한 지지, 그리고 보람이 가장 클 것이다. 직원들에 대해 조언을 해주고 싶은 게 있나? “신문사도 정보통신(IT) 기업과 마찬가지로 지식기업이다. 조사를 보면, 1만개의 정보통신 기업을 조사한 결과, 그들이 그 회사에서 일하는 첫번째 이유는 도전의식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도전이 매우 재미있어야 한다. 일에 대한 도전이 월급보다 더 중요하다. 직원들로 하여금 도전의식을 유지시키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그것이 직원들을 열심히 일하게 만든다. 나는 우리 직원들이 우수한 복지 프로그램 때문에 우리 회사에 다닌다고 생각지 않는다. 만일 너가 도전의식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 일을 계속할 이유가 없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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