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콜로라도주 덴버의 자연과학박물관에서 7870억달러(약 116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법에 서명하는 모습을 조지프 바이든(오른쪽) 부통령이 지켜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서명식 직후 기자회견에서 “오늘로써 경제문제가 끝난다고 얘기하지는 않겠지만 오늘은 끝을 위한 시작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덴버/AP 연합
서유럽은행 자금회수→동유럽 통화폭락→서유럽 직격탄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와 닮은꼴” 도미노 타격 경보음
BNP파리바 “서유럽 1조6천억달러 대출…1/3 손실 우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와 닮은꼴” 도미노 타격 경보음
BNP파리바 “서유럽 1조6천억달러 대출…1/3 손실 우려”
동유럽발 ‘2차 세계 금융대란’의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17일(현지시각) 동유럽 국가들이 집단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마저 나오면서 동유럽의 최대 채권국인 서유럽의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이 여파는 미국과 아시아 금융시장에까지 도미노처럼 번지고 있다. 일부에선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같은 사태가 동유럽을 덮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 동유럽 탈출 행렬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17일 동유럽 은행과 동유럽에 진출한 서유럽 은행들의 신용등급을 낮출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자, 세계 금융시장이 즉각 반응했다. 폴란드의 비그(WIG)20지수와 루마니아의 베트(BET)지수는 각각 -7.5%, -8.6%를 기록했다. MSCI 동유럽 금융지수는 이날 16%나 떨어졌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나치게 외화차입에 의존해온 동유럽 국가들에서 디폴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체코의 코루나와 폴란드 즈워티, 헝가리 포린트의 통화가치는 이날 유로 대비 각각 -2.6%, -1.1%, -1.2%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이들 나라의 통화는 올해 들어 9~18% 떨어졌다. 한 투자분석가는 “모두가 동유럽에서 빠져나가고 있다”며 “동부유럽은 유럽 지역의 ‘서브프라임’(미국발 금융위기의 진앙지)”이라고 말했다.
■ 빚잔치 벌인 동유럽 엄청난 외채는 성공적인 자본주의 체제 전환국으로 높게 평가받던 동유럽 경제의 눈부신 성장에 가려진 어두운 그림자였다. 체코와 헝가리는 국내총생산(GDP)에 맞먹는 돈을 서유럽에서 빌려왔다. 이들 국가의 경상수지 적자는 평균 국내총생산의 4.1%로, 악명 높던 라틴아메리카(1.7%)보다 훨씬 높다. 에스토니아와 슬로바키아·체코공화국·리투아니아·불가리아·헝가리 등 은행의 외국인 지분은 80%가 넘는다. 하지만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로 리스크를 줄이려는 외국자본이 빠져나가면서 동유럽은 된서리를 맞았다. 헝가리·라트비아·우크라이나·세르비아·벨라루스는 디폴트를 면하려 국제통화기금(IMF)로부터 이미 52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 부메랑 맞은 서유럽 동유럽에서 위기가 터지면 곧장 서유럽이 막대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서유럽 은행들은 동유럽에 1조6350억달러를 대출해줬고, 이 가운데 최소 5분의 1의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증권사인 비엔피 파리바가 전망했다. 오스트리아 은행들은 자국 국내총생산의 거의 3분의 2에 이르는 2780억달러를 동유럽에 빌려줬다. 노무라 증권의 유럽 신흥시장 이코노미스트인 피터 몬탈토는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6개국) 금융시장의 가장 큰 위협 중 하나는 중부와 동유럽에 노출된 위험”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유로화는 달러 대비 1.5% 하락했다. ■ 아시아 외환위기와 닮은꼴? 아이슬란드의 위기를 정확히 예측했던 단스케방크 그룹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라르스 크리스텐센은 “1997~98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닮은 이번 위기는 당시보다 훨씬 심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위기 또한 어느 한 나라에서 폭발하면, 그 충격은 동유럽 전체로 번질 수 있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이미 지난해 10월 막대한 외국자본을 끌어 쓴 동유럽에서 아시아 외환위기와 같은 위기가 재현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동유럽의 몰락은 세계 최대 경제권인 유럽연합을 거쳐 대서양과 태평양을 건너 전세계 금융시장에 또 한번의 쓰나미를 몰고올 수 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동유럽 주요국가 금융위기 현황
■ 부메랑 맞은 서유럽 동유럽에서 위기가 터지면 곧장 서유럽이 막대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서유럽 은행들은 동유럽에 1조6350억달러를 대출해줬고, 이 가운데 최소 5분의 1의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증권사인 비엔피 파리바가 전망했다. 오스트리아 은행들은 자국 국내총생산의 거의 3분의 2에 이르는 2780억달러를 동유럽에 빌려줬다. 노무라 증권의 유럽 신흥시장 이코노미스트인 피터 몬탈토는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6개국) 금융시장의 가장 큰 위협 중 하나는 중부와 동유럽에 노출된 위험”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유로화는 달러 대비 1.5% 하락했다. ■ 아시아 외환위기와 닮은꼴? 아이슬란드의 위기를 정확히 예측했던 단스케방크 그룹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라르스 크리스텐센은 “1997~98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닮은 이번 위기는 당시보다 훨씬 심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위기 또한 어느 한 나라에서 폭발하면, 그 충격은 동유럽 전체로 번질 수 있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이미 지난해 10월 막대한 외국자본을 끌어 쓴 동유럽에서 아시아 외환위기와 같은 위기가 재현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동유럽의 몰락은 세계 최대 경제권인 유럽연합을 거쳐 대서양과 태평양을 건너 전세계 금융시장에 또 한번의 쓰나미를 몰고올 수 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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