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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금리’ 배경과 전망
미 역사상 처음…`양적 완화정책’도 전례 없어
“경제팽창 때까지 무제한 돈 찍겠다는 뜻” 평가
인플레이션 등 `새 재앙의 씨앗’ 경고 목소리도 “정통적이지 않은 새로운 도구.” “관례적이지 않은 조처들.” “놀랍게도 강경한 조처.” “대담한 정책.”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가 16일(현지시각) 1%인 지금의 기준금리를 0~0.25%로 낮추겠다고 밝히자, <에이피>(AP) 등 외신들이 전한 시장의 반응이다. 기준금리를 1% 밑으로 낮추는 것은 95년 연준 역사상 처음이다. 또 중앙은행이 나서 모기지(주택 금융) 업체가 발행·보증한 담보 증권이나 개별 기업의 회사채를 사들이겠다는 것도 전례 없는 일이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장을 지낸 윌리암 풀은 연준의 조처가 “경제가 팽창을 시작할 때까지 무제한으로 돈을 찍어내겠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뉴욕 타임스>는 “연준이 새로운 시대로 진입했다”며 “경기후퇴와 소비자 가격에 대한 하락(디플레이션) 압력과 싸울 시험받지 않은 새로운 도구”라고 ‘제로 금리’를 평가했다. 연준이 이런 극단적인 정책을 내놓은 배경엔 1년 동안 계속되는 경기후퇴(리세션) 속에서 디플레이션(저성장 속 물가 하락)의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발표된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분기 연속 하락한 -1.7%를 기록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를 키웠다. 1947년 2월 이후 가장 큰 월별 하락폭이다. 신규 주택착공도 19% 감소해 25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시장 조사기관 매크로이코노믹 어드바이저는 미국 경제가 4분기 -6.5%, 내년 1분기엔 -4.2%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본 정부는 2001~2006년 디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해 제로금리와 함께 ‘양적 완화(통화 팽창)’ 정책을 썼다. 양적 완화 정책은 회사채나 모기지 담보증권 등을 매입해 통화량 공급을 늘리는 것으로 경제학 원론에서 중앙은행의 역할을 새롭게 써야 할 만큼 전례 없는 방식이다. 금리가 제로 상태에 도달하면서 새로운 정책수단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연준은 이밖에도 “가용한 모든 수단을 쓰겠다”고 밝혀뒀다. 연준의 금리인하 소식에 당장 웰스파고 등 은행들은 대출 우대금리를 현행 4%에서 3.25%로 낮추겠다고 호응했다.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도 6.64%에서 5.28%로 떨어졌다. 연준 통화정책의 한계를 지적하고 연준이 정책수단을 소진했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연준은 지난 9월 이후 긴급대출 등을 통해 시장에 약 1조3천억달러(약 1716조원)를 풀고, 앞서 지난 14개월 동안 8번의 금리 인하를 단행했지만 신용경색과 경기후퇴를 막지 못했다. <로이터> 통신은 “지금껏 파손된 금융시스템의 대출을 회복시키려는 연준의 노력들이 실패했다는 것은, 통화정책의 한계를 보여준다”며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저금리를 잘못 관리할 경우 인플레이션 등 새로운 재앙의 씨앗을 뿌릴 수 있다는 경고마저 나온다. 세계 최대 채권투자기업 핌코의 모하메드 엘 에리언 공동 최고경영자는 16일 <시엔비시>(CNBC) 방송에 “자본시장의 혼란을 부추기는 등 의도하지 않았던 더욱 난해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경제팽창 때까지 무제한 돈 찍겠다는 뜻” 평가
인플레이션 등 `새 재앙의 씨앗’ 경고 목소리도 “정통적이지 않은 새로운 도구.” “관례적이지 않은 조처들.” “놀랍게도 강경한 조처.” “대담한 정책.”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가 16일(현지시각) 1%인 지금의 기준금리를 0~0.25%로 낮추겠다고 밝히자, <에이피>(AP) 등 외신들이 전한 시장의 반응이다. 기준금리를 1% 밑으로 낮추는 것은 95년 연준 역사상 처음이다. 또 중앙은행이 나서 모기지(주택 금융) 업체가 발행·보증한 담보 증권이나 개별 기업의 회사채를 사들이겠다는 것도 전례 없는 일이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장을 지낸 윌리암 풀은 연준의 조처가 “경제가 팽창을 시작할 때까지 무제한으로 돈을 찍어내겠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뉴욕 타임스>는 “연준이 새로운 시대로 진입했다”며 “경기후퇴와 소비자 가격에 대한 하락(디플레이션) 압력과 싸울 시험받지 않은 새로운 도구”라고 ‘제로 금리’를 평가했다. 연준이 이런 극단적인 정책을 내놓은 배경엔 1년 동안 계속되는 경기후퇴(리세션) 속에서 디플레이션(저성장 속 물가 하락)의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발표된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분기 연속 하락한 -1.7%를 기록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를 키웠다. 1947년 2월 이후 가장 큰 월별 하락폭이다. 신규 주택착공도 19% 감소해 25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시장 조사기관 매크로이코노믹 어드바이저는 미국 경제가 4분기 -6.5%, 내년 1분기엔 -4.2%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본 정부는 2001~2006년 디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해 제로금리와 함께 ‘양적 완화(통화 팽창)’ 정책을 썼다. 양적 완화 정책은 회사채나 모기지 담보증권 등을 매입해 통화량 공급을 늘리는 것으로 경제학 원론에서 중앙은행의 역할을 새롭게 써야 할 만큼 전례 없는 방식이다. 금리가 제로 상태에 도달하면서 새로운 정책수단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연준은 이밖에도 “가용한 모든 수단을 쓰겠다”고 밝혀뒀다. 연준의 금리인하 소식에 당장 웰스파고 등 은행들은 대출 우대금리를 현행 4%에서 3.25%로 낮추겠다고 호응했다.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도 6.64%에서 5.28%로 떨어졌다. 연준 통화정책의 한계를 지적하고 연준이 정책수단을 소진했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연준은 지난 9월 이후 긴급대출 등을 통해 시장에 약 1조3천억달러(약 1716조원)를 풀고, 앞서 지난 14개월 동안 8번의 금리 인하를 단행했지만 신용경색과 경기후퇴를 막지 못했다. <로이터> 통신은 “지금껏 파손된 금융시스템의 대출을 회복시키려는 연준의 노력들이 실패했다는 것은, 통화정책의 한계를 보여준다”며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저금리를 잘못 관리할 경우 인플레이션 등 새로운 재앙의 씨앗을 뿌릴 수 있다는 경고마저 나온다. 세계 최대 채권투자기업 핌코의 모하메드 엘 에리언 공동 최고경영자는 16일 <시엔비시>(CNBC) 방송에 “자본시장의 혼란을 부추기는 등 의도하지 않았던 더욱 난해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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