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가 2022년 10월 13일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례회의 도중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기후변화 부정론자로 비판받아온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가 곧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맬패스 총재(66)는 15일(현지시각) 성명을 내어 “오늘 오후 세계은행 이사회와 만났으며 올 6월 30일까지인 회계연도 말에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그동안) 많은 일을 했다”며 “많은 생각 끝에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보도했다. 세계은행 총재의 임기는 5년으로 맬패스 총재의 임기는 내년 4월까지다.
맬패스 총재는 지난해 9월 기후변화 관련 컨퍼런스에서 ‘화석연료가 기후변화의 원인이라는 과학계의 컨센서스를 믿느냐’는 질문에 “나는 과학자가 아니다”라고 답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그의 답변은 기후변화 부정론자들이 답변을 얼버무릴 때 주로 사용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는 나중에 언론 인터뷰에서 ‘화석연료가 지구 온도를 올린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며 기후변화 부정론자라는 비판에 방어막을 치고 나섰으나, 논란을 종식시키진 못했다.
맬패스 총재는 사실 2019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세계은행 총재로 지명될 때부터 논란이 됐다. 당시 환경단체는 그가 2007년 ‘탄소 배출과 지구 온난화의 연관성을 믿지 않는다’고 말한 사실을 지적하며 세계은행 총재직을 수행하기에 부적합하다고 비판해왔다. 환경론자들은 또 세계은행이 그의 재임 동안 기후변화 펀드 조성에 소극적이고 화석연료에 금융지원을 계속하는 등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고 비판해왔다.
맬패스 총재는 지난해 11월 이집트에서 열린 유엔 환경회의에 참석해서도 ‘환경 부정론자임을 인정하느냐’는 질문을 받았으며, 환경단체들은 그의 사임을 요구해왔다.
그동안 그의 퇴진을 요구해온 미국의 민주당 상원의원 에드 마키는 이날 성명을 내어 “맬패스 총재가 화석연료를 지원하며 기후행동 기금을 조성하지 않은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제 세계은행은 그의 잘못을 바로잡고 살아갈 수 있는 미래를 위한 해법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반겼다.
미국은 그동안 세계은행 최대 지분 보유국 지위를 이용해 사실상 총재 지명을 독점해 왔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어 “우리는 빈곤 퇴치와 공동 번영 촉진 등에 대한 세계은행의 오랜 노력을 토대로 세계은행이 21세기 도전에 더 잘 대응하기 위해 현재 진행 중인 작업을 이끌 후보자를 추천할 것”이라며 “여기에는 기후변화 대처, 공중보건 개선, 빈곤 종식 및 번영 증진을 위한 갈등 등에 대한 대응 능력 확장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미국 재무부 차관 출신인 맬패스 총재는 전임인 한국계 김용 총재가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갈등 끝에 중도 하차한 뒤 2019년 4월 임명됐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