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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 16년간 50개, 앞으로 50개 더…삶 무너진 메콩강 사람들

등록 2022-04-30 08:29수정 2022-05-01 15:09

[한겨레S] 홍명교의 이상동몽
동남아 수자원 개발이 무너뜨린 삶
2018년 7월 라오스 동부 메콩강 지류를 따라 댐이 무너져 아타푸 지역 주민들이 건물 옥상 위로 대피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2018년 7월 라오스 동부 메콩강 지류를 따라 댐이 무너져 아타푸 지역 주민들이 건물 옥상 위로 대피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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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초, 메콩강위원회의 아눌락 키티쿤 위원장은 메콩강 유역이 맞닥뜨린 위기를 강조하며 ‘메콩강의 현 상태’란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오늘날 메콩강의 상태를 보면 긴장을 풀 수가 없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그는 왜 이런 지적을 했을까.

메콩강의 비극은 1862년에 시작됐다. 프랑스 해군 소속 장교로서 식민지 감독관으로 임명된 프랑수아 가르니에는 무역로 개척을 목적으로 수년간 메콩강 유역을 탐사했다. 당시 베트남과 라오스를 식민지로 집어삼킨 프랑스는 유역 개발을 통해 중국 남부 윈난까지 개척을 꿈꾸었다. 그러나 메콩강은 무수히 많은 폭포와 급류가 있기 때문에 항해가 가능하지 않아 무역로 개발을 할 수 없었다. 그 뒤로 오랫동안 메콩강은 인근 유역에 사는 주민 7천만명에게 식량과 영양을 주는 거대한 보고였고, 기업과 언론은 ‘동아시아의 마지막 미개척지’라 했다. 하지만 메콩강 유역에는 수천년 전부터 사람이 살았다. 어째서 ‘미개척’이란 걸까?

중국 등 동남아 최대 강 개발 경쟁
앞뒤 안 가린 댐 건설로 환경 파괴
생태계 파괴와 기후변화에 이어
인근 주민들 생계까지 무너뜨려

주변국 이권 다툼의 현장

세기를 건너 1988년, 개혁·개방의 파고가 일던 중국에서 만완수력발전소 개발계획이 나왔다. 1993년 완공된 이래 이제는 11개의 대형 댐이 메콩강 상류(중국은 이를 ‘란창강’이라 한다)에 자리 잡고 있다. 조급해진 하류 국가들은 1995년에 이르러 메콩강 자원 이용과 개발을 조율하기 위한 연합기구 ‘메콩강위원회’를 설립해 공동 대응에 나섰다. 경제 번영과 사회정의, 환경 보전 등 ‘메콩 정신’이라는 비전도 앞세웠다. 또 다른 틀은 1990년대 초 아시아개발은행 주도로 설립된 확대메콩유역 6개국 협의체인데, 운송·에너지·통신·환경 인프라 개발을 추진해왔다.

최근 중국은 2014년 출범한 메콩-란창 협의체에서 강 개발의 주도권을 가져가고 있다. 메콩강 개발은 선진국들의 큰 관심사이기에 미국과 일본, 심지어 한국도 개발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개입해왔다. 라오스와 캄보디아, 베트남, 미얀마의 풍부한 자원과 저렴한 인건비가 강대국들의 관심을 끈 것이다.

중국 정부는 1997년 유엔이 채택한 바 있는 ‘국제하천의 비항행적 활용에 관한 협약’을 거부하고 있다. 상류에 있는 중국으로선 항로에는 별 관심이 없고, 수자원으로서의 활용 가치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개혁·개방 이후 에너지 수입량이 크게 늘어난 중국 입장에서 수력발전은 외면하기 어려운 에너지원이다. 오늘날 중국에는 4만개의 수력발전소가 있다.

댐 개발 경쟁은 상류로부터 아래로 확대됐다. 중국의 하류, 베트남·캄보디아 상류에 위치한 라오스도 댐 건설에 적극적이다. 메콩강 유량 3분의 1이 라오스를 지나다 보니 수력발전을 경제개발의 핵심으로 인식한 것이다. 지난 16년간 50개 이상의 댐을 지어 이미 전력 수요를 앞질렀다. 실제로 수십개의 댐이 건설되면서 상류에서 흘러온 수량과 자연 유량 간에 급격한 차이가 발생했다. ‘지속가능한 인프라 파트너십’의 2020년 보고서에 따르면, 태국(타이) 북부 메콩강 수위는 28년 동안 126.44m가 하강했으며, 습윤지수도 크게 하락했다. 2019년 우기 때 하류 유량이 부족했던 것은 상류의 댐들이 강을 막아버렸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어업 손실은 막대하다. 국제환경경영센터의 2010년 보고서에 따르면, 댐 건설이 어업과 농업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 실제 라오스 남테운2댐이 건설되자 인근 17개 마을 주민들의 생계는 불가능해졌으며, 사야부리댐은 이보다 큰 영향을 미쳤다. 타이 자본으로 지은 이 댐의 전력 생산량 95%는 타이로 간다. 2019년 10월 댐 가동 전 타이의 사회운동가들의 시위가 계속됐지만, 안하무인이다. 현재 50개의 댐이 추가로 건설되고 있다.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크다. 2019년부터 운영을 시작한 라오스 돈사홍댐은 대형 물고기들의 이동 경로를 차단했다. 이 지역엔 이라와디돌고래 등 400여종의 회유성 어류가 지나가는데, 이렇게 틀어막으면 생태계 교란이 발생하고, 어업과 이를 통해 식량을 얻는 캄보디아나 베트남 민중의 삶에도 문제가 생긴다. 캄보디아 보건부 조사에 따르면, 어업에 닥친 위기로 인해 5살 미만 어린이의 37%가 영양실조를 겪고 있고, 유엔 식량농업기구 역시 어류 재고량이 줄면 초등학생이 가장 큰 위험 연령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각국 정부는 메콩강 개발이 야기할 재앙적인 기후변화를 고려하지 않았다. 무분별한 개발로 유량과 침전물이 바뀌었고, 가뭄과 홍수가 번갈아 발생했다. 수천년 동안 유역의 마을들로 흘러가던 지류도 말라갔다. 200만헥타르에 걸친 메콩강 삼각주의 경작지는 빠르게 바다에 의해 잠식됐고, 수십종의 민물고기들이 사라지면서 고기잡이로 생업을 이어온 어민의 삶도 붕괴되기 시작했다. 바닷물이 들어오자 쌀이 자라지 않았고, 다른 농작물들까지 파괴됐다. 베트남 쌀의 약 40%는 1700만명이 거주하는 하류 삼각주에서 생산되는데, 쌀을 생산하는 이들의 삶도 위협받기 시작했다.

강 곁의 민중 삶은 나 몰라라

10여년 동안 메콩강 곳곳에서 댐 건설에 맞선 주민들의 저항이 꾸준히 이어졌다. 그럼에도 메콩강 수자원 개발투자는 민간 투자기업들과 국영기업들의 이윤 추구에 놀아나고 있다. 이들은 주민의 삶을 파괴한 것에 대해 약간의 보상과 수질관리소 운영, 건설 현장 일자리를 약속하지만, 댐 건설로 영향받을 최전선 민중들의 삶이나 생태계 따위엔 무관심하다.

메콩강 개발 물결에서 가장 끔찍한 참극 중 하나는 2018년 7월23일 라오스에서 벌어졌다. 한국 기업 에스케이(SK)건설이 짓던 댐이 무너진 것이다. 설계 결함에 의한 내부 침식, 하청 단가 후려치기 등 의혹이 제기됐다. 200여명이 죽거나 실종됐고, 7천여명이 집을 잃었다. 댐 건설 전에 고향을 떠난 2300명과 생계를 잃은 5400여명을 포함하면 적어도 1만5천여명의 생존을 파괴했다.

기업과 금융자본만 배 불리는 녹색 자본주의로는 불평등도 기후위기도, 삶도 바꿀 수 없다. 그 최전선에서 사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최우선이어야 한다. 메콩강에는 에너지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홍명교 동아시아 연구활동가. 플랫폼C 활동가. 동아시아 이야기를 씁니다. 각 사회의 차이를 이해하고, 같은 꿈을 지향하자(異牀同夢)는 의미로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상을 품은 동아시아의 꿈(理想東夢)이라는 뜻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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