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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더들 죽어나갈 때, 기업은 막대한 이익 끌어모았다

등록 2021-11-13 16:16수정 2021-11-13 16:35

[한겨레S] 홍명교의 이상동몽 _ 만국의 플랫폼 노동자여, 단결하라
중국 최대 음식배달 플랫폼 메이퇀의 노동자들이 베이징 시내 사무실 앞에 모여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중국 최대 음식배달 플랫폼 메이퇀의 노동자들이 베이징 시내 사무실 앞에 모여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중국 음식배달 플랫폼 시장은 경쟁이 꽤 치열하다. 2015년 1만5천명에 불과했던 음식배달 플랫폼 1위 기업 ‘메이퇀뎬핑’의 라이더 수는 2021년 현재 1천만명을 넘어섰다. 이 기업은 올해 10월 기준 시가총액 250조원으로, 온라인-오프라인 서비스(O2O) 영역에서 가장 거대한 기업이 됐고, 시장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독과점이 되면서 라이더의 평균 수입도 점차 감소했다.

라이더들의 일은 알고리즘에 의해 통제된다. 배달앱은 온종일 라이더의 이동 궤적을 추적한다. 실내에 들어가 지피에스(GPS) 신호가 약해지면 와이파이 네트워크나 실내 라우터 등을 통해 라이더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라이더의 활동 상태, 가게 도착까지 걸린 시간, 머문 시간, 배송지 층수, 소비자가 음식을 받는 데 걸리는 시간 등 모든 정보를 수집한다. 메이퇀의 ‘초뇌’(超惱) 알고리즘을 설계한 배송인공지능팀 개발책임자 허런칭은 2019년 11월 베이징에서 열린 글로벌 인공지능·머신러닝 기술대회에서 “체험·비용·효율이 배송 시스템의 핵심 목표”라며 “그중 효율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3고3저’ 원칙(고품질-고효율-고기술, 저원가-저가격-저이익)을 따르는데, 어디에도 ‘안전’이나 ‘생명’ 등 요소는 보이지 않는다. 초뇌 알고리즘 설명문에서도 가용성, 정확도, 시간 단축과 같은 기준만 부각돼 있다.

노동자를 벼랑 끝 내모는 알고리즘

기업들은 라이더 데이터만이 아니라, 식당 데이터, 주문량, 음식의 무게와 내용, 소비자 취향 등 모든 걸 알 수 있다. 플랫폼 기업의 알고리즘 응용 시스템은 노동 과정을 중개함으로써 서비스업계의 조직 규범과 관리 지침을 뒤바꿔버렸다. 알고리즘은 라이더의 모든 움직임을 관리·감독하는데, 모든 업무가 정해진 시간 안에 완료돼야 한다. 2016년 1시간이었던 배송시간은 해마다 몇분씩 줄어 2019년 28분으로 단축됐다. 배송시간 단축은 라이더들의 노동강도와 산재 위험을 크게 높일 수밖에 없다. 상하이와 청두의 교통경찰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상반기 상하이에서 교통사고로 2.5일당 1명의 라이더가 숨졌고, 2018년 청두에서 발생한 배달 노동자 교통법규 위반 건수만 1만건, 사망은 155명에 이른다. 이런 사정은 다른 도시도 다르지 않다. 이렇게 라이더들이 시스템에 의한 통제로 죽어갈 때, 기업들은 막대한 수익을 거뒀다.

메이퇀은 모든 라이더에게 등급을 부여했다. 라이더들은 그달의 주문건수, 마일리지, 노동시간, 별점, 정시율, 지연율 등에 근거해 ‘보통 라이더’에서 ‘신의 라이더’까지 7개 등급으로 분류된다. 그러면 5~10위안의 배달비 외에 추가 보너스를 받는데, 보통 라이더의 건당 보너스는 0.1위안인 데 반해, 상위 등급인 ‘금강 라이더’는 건당 1위안을 받는다. 이처럼 게임화된 노무관리는 “노동자이면서 경영자”라는 식의 가짜 이데올로기를 주입하고, 노동자 간 경쟁을 유발하며, 레벨업을 하면 마치 자아실현을 할 수 있을 것처럼 교묘하게 포장한다.

중국 정부는 미숙련 노동자와 농민공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플랫폼의 잠재력이 크다는 이유로 기업 규제를 회피해왔다. 덕분에 기업들은 전체 종사자 중 8%의 종사자와만 근로계약을 맺음으로써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독립연구자 천우청의 연구보고서 ‘베이징·톈진·허베이 음식배송 및 택배노동자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배달 노동자 중 75% 이상의 월 소득이 5천위안(85만원)에 못 미치고, 사회보장 제도에서 유리돼 있으며, 60%는 월 3일 이상 쉬지 못한다고 답했다.

노동자들이 분노하는 건 당연하다. 2019년 7월 홍콩 노동조합 단체인 ‘직공맹’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8월부터 2018년 7월까지 1년 동안 중국 전역에서 최소 47건의 배달 노동자 파업이 발생했다. 2017년에 10건에 불과했던 음식배달 노동자 파업 건수는 2019년 45건을 넘었다. 이런 흐름은 올해까지도 지속됐다. 1월12일, 타이저우시의 한 배달 노동자가 자기 몸에 휘발유를 끼얹고 밀린 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불을 질렀고, 3월에는 선전시 등에서 1천명 규모 파업이 있기도 했다. 대개 임금 인상이나 사회보험 혜택을 요구하거나, 임금 체불과 수수료 인하에 항의하는 목적에서 발생한다.

동아시아 배달노동자들의 분노

중국 정부는 불만이 임계치에 다다랐다는 걸 감지한 듯하다. 유일 합법 노조 중화전국총공회는 지난 3월 초 양회 기간 제출한 ‘플랫폼 노동자 보호 강화 방안’을 통해 기업의 노동관계 회피, 노동법 적용의 어려움, 사회보장 혜택 미비, 장시간 노동과 높은 노동강도, 알고리즘 감독의 결핍 등 문제를 지적했다. 시장 감독과 규범화를 책임지는 정부 기구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지난 7월26일 ‘플랫폼 의무 이행과 배달 노동자 권익보호에 관한 의견(지침)’을 발표해 배달 노동자의 평균소득이 법정 최저임금보다 높아야 한다고 규정했다. 물론 이런 조치는 민주적이고 독립적인 노동권을 보장하는 것과 거리가 있다. 불만은 누그러뜨리되 통제되지 않는 흐름은 철저히 관리하는 대책이라 할 수 있다. 지난 2월 말 ‘사회질서를 어지럽혔다’는 혐의로 체포한 자생적 배달 노동자 모임의 활동가를 여전히 구속 상태에 두고 있는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중국 베이징시 샤오미 본사 앞에서 배달앱 종사자들이 주문자를 기다리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중국 베이징시 샤오미 본사 앞에서 배달앱 종사자들이 주문자를 기다리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배달 플랫폼 노동자들이 마주한 현실은 한국이나 대만,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아시아 각국도 다르지 않다. 2020년 12월7일, 베트남 호찌민시티의 그랩바이크 노동자 수백명은 오토바이를 타고 본사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본사가 노동자 부담 비용을 인상했기 때문이다. 올해 4월 이래 대만 중남부에서도 우버이츠와 푸드판다 등 배달 노동자들이 연이은 수수료 인하에 맞서 노조 결성을 시도하고 있다. 6월 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선 도시 내 40%의 라이더들이 3일간 파업을 일으켰다. 지난 11월10일 한국의 라이더유니온과 화물연대는 “라이더보호법 제정, 안전운임제 도입”을 요구하며 청와대까지 배달·택배노동자 행진을 펼쳤다.

메이퇀, 그랩, 고젝, 푸드판다, 우리나라 기업 배달의민족 등 배달 플랫폼들은 동아시아 전역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기업 간 극심한 경쟁은 노동자들을 저임금 장시간 노동으로 유도하고, 노동자들은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의해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 그렇다면 우리의 생존을 담보로 벼랑 끝으로 내모는 긱이코노미에 맞서 동아시아 플랫폼 노동자들의 네트워크도 필요하지 않을까? 만국의 플랫폼 노동자여, 단결하라! 



_________
홍명교 동아시아 연구활동가 _ 플랫폼C 활동가. 동아시아 이야기를 씁니다. 각 사회의 차이를 이해하고, 같은 꿈을 지향하자(異牀同夢)는 의미로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상을 품은 동아시아의 꿈(理想東夢)이라는 뜻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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