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 도시 옴스크에서 한 여성이 ‘독극물 중독’ 증세를 보이며 쓰러진 러시아 야권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를 “옴스크에서 풀어달라”고 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옴스크/AP 연합
‘독극물 중독’ 증세를 보이며 쓰러진 러시아 야권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를 치료하고 있는 러시아 병원이 나발니가 쓰러진 원인이 독극물 중독이 아니라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나발니가 입원 중인 시베리아 옴스크 구급병원 차석 의사 아나톨리 칼리니첸코는 21일 ”나발니 몸에서 독극물이나 독극물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우리는 환자가 (독극물에) 중독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타스> 통신이 전했다. 이 병원 수석 의사는 나발리가 “대사 장애가 있었다. 혈당치가 갑자기 떨어지면서 생긴 일일 수 있다”고 말했다고 <타스> 통신은 보도했다. 수석 의사는 나발리 혈액에서 나발리 쪽 인사들이 위험물질로 거론한 화학물질들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피부와 옷에서 화학물질이 검출됐지만, 이는 일반적 공업 물질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으로 꼽히는 야권 정치인 나발니는 지난 20일 시베리아 지역의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이상 증세를 보였다. 비행기는 시베리아 지역 다른 도시 옴스크에서 비상 착륙해 나발니는 옴스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나발니의 대변인 키라 야르미시는 나발니가 쓰러진 날 톰스크 공항에서 차를 마셨는데 “차에 들어간 독극물에 중독된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나발니가 쓰러지기 전에 섭취한 것은 이 차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옛 소련 시절부터 러시아에서는 최고 권력을 비판하거나 체제 유지에 위협이 되는 인물들이 독극물을 통해 살해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에 의혹이 일고 있다.
나발니를 치료하기 위해서 21일 아침 독일에서 전용 비행기가 도착했지만, 옴스크 병원은 나발니 상태가 비행기를 타기는 위험하다며 퇴원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나발니를 독일 베를린 전문 병원에서 치료받게 하기 위해서 독일 시민단체가 보낸 전세기로, 비행기에는 전문 의료진이 탑승하고 의료장비도 갖추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 정부에 사건 조사와 나발니 이송 허가를 요청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21일 “우리는 신속하고 독립적이 투명한 조사를 기대한다”며 “우리는 러시아 당국이 나발니가 안전하고 신속하게 이송돼 외국에서 치료를 받게 할 수 있게 한다는 러시아 정부의 약속을 믿는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나발니의 부인은 이날 푸틴 대통령에게 나발니를 독일 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게 해달라는 청원서를 소셜미디어에 공개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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