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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브렉시트 가결”…눈물 속 울려퍼진 ‘올드 랭 사인’

등록 2020-01-30 18:39수정 2020-01-31 02:32

29일 유럽의회, 브렉시트 협정 비준
의원들 기립해 작별 고하는 노래 합창
회한·아쉬움·재회 기약 인사로 넘쳐
일부 영국 의원 “돌아올 것” 눈물 속
브렉시트당은 영국기 흔들며 퇴장
29일 유럽연합(EU)과 영국이 지난해 10월 합의한 브렉시트 협정에 대한 유럽의회의 비준이 이뤄지자 의원들이 박수를 치거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 협정 비준은 영국이 브렉시트로 가는 마지막 절차다. 브뤼셀/로이터 연합뉴스
29일 유럽연합(EU)과 영국이 지난해 10월 합의한 브렉시트 협정에 대한 유럽의회의 비준이 이뤄지자 의원들이 박수를 치거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 협정 비준은 영국이 브렉시트로 가는 마지막 절차다. 브뤼셀/로이터 연합뉴스

가결을 알리는 의장의 망치 소리가 울리자 의원들이 일제히 일어섰다. 모두가 손을 엇갈려 잡고는 작별의 노래 ‘올드 랭 사인’을 불렀다. 29일 벨기에의 브뤼셀 유럽의회에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정이 찬성 621표, 반대 49표로 비준된 뒤 의사당은 회한과 아쉬움, 그리고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는 의원들의 작별 인사로 넘쳐났다.

다비드 사솔리 유럽의회 의장은 영국의 탈퇴에 대한 유럽연합의 승인을 확인하는 서명을 한 뒤, 최근 사망한 조 콕스 의원의 “우리를 분열시키는 것보다는 단합시키는 것이 더 많다”는 말을 인용하며 영국과 유럽연합의 향후 관계를 기원했다. 그는 “당신들은 유럽연합을 떠나지만, 언제나 유럽의 일부일 것”이라며 “작별을 고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라고 회한을 토로했다.

이날 유럽의회의 브렉시트 협정 가결로 의회를 떠나야 하는 영국 의원들의 반응은 더 각별했다. 몰리 스콧 케이토 의원은 브렉시트에 대한 슬픔과 유감을 드러냈다. 그는 “지금은 유럽연합 재가입 운동을 벌일 때는 아니지만, 우리는 그 꿈을 지켜나갈 것”이라며 언젠가는 유럽의회로 돌아오기를 희망한다고 말하고는 눈물지었다. 동료 의원들은 그를 안아주었다.

하지만 유럽연합을 비판하거나 이 지경까지 온 상황을 개탄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대표적인 유럽연합 회의주의자인 대니얼 해넌 의원은 유럽연합을 국가인 것처럼 만들려는 열망이 명확해져서 영국 여론이 유럽연합을 반대하게 됐다며, 유럽연합 회원국의 주권을 제한하는 상황이 브렉시트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영국 브렉시트당의 나이절 패라지 의원은 “국가 사이의 교역, 우호, 협력은 이런 기구나 이런 권력 없이도 달성 가능하다”며 유럽연합 무용론을 폈다. 의원들이 아쉬운 작별을 하는 현장에서 영국 브렉시트당 의원들은 영국 국기를 흔들며 퇴장했다.

협정이 비준됨으로써 영국은 31일 오후 11시를 기해 유럽연합을 탈퇴한다. 1957년 창설된 유럽경제공동체(EEC, 유럽연합의 전신)에 1973년 합류한 영국이 47년 만에 유럽연합을 떠나는 것이다. 영국에서 2016년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가결된 뒤 3년 7개월 만에 마침내 브렉시트가 현실이 되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남았고 남은 길의 여정은 더 험하다. 그동안 브렉시트를 지체시켰던 이유였던 탈퇴 이후 영국과 유럽연합의 관계 정립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양쪽은 12월31일까지로 설정된 전환 기간에 협상을 벌여 자유무역협정 등 각종 양자 관계를 새로 세워야 한다. 사실상 브렉시트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1년도 안 되는 시한은 촉박하고 양쪽의 이견은 크다.

이 시한 동안 새로운 관계 정립은 불가능하다는 회의론이 나오지만, 브렉시트를 밀어붙인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전환 기간 연장은 없다는 태도다. 그동안 브렉시트를 지연시켰던 ‘노딜 브렉시트’ 우려는 여전히 살아 있는 셈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도 탈퇴 협정 비준은 영국과 유럽의 새로운 동반자 관계를 향한 “첫걸음일 뿐”이라고 말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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