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오른쪽)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21일 베를린에서 ‘브렉시트’ 재협상 문제를 논의한 뒤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베를린/AP 연합뉴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시한이 10월31일로 다가온 가운데, 브렉시트 초강경파인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유럽연합의 양대축인 독일과 프랑스의 정상들을 잇따라 만나 재협상을 타진하고 나섰다. 핵심 쟁점은 유럽연합 회원국인 아앨랜드와 영국령 북아일랜드의 국경에서 통행·통관 절차의 엄격한 적용에 따른 충격을 피하기 위해 당분간 영국이 유럽연합 관세동맹에 잔류하는 ‘안전장치(백스톱)’ 조항이다.
존슨 총리는 지난달 취임 이후 처음으로 21일 독일 베를린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만나 ‘노딜 브렉시트(합의 없는 결별)’를 피할 해법을 논의했으나 샅바 싸움에 가까운 평행선을 달렸다. 회담에 앞서 공동 기자회견에서 존슨 총리는 ‘안전장치’의 제거를 주장한 반면, 메르켈 총리는 영국에 ‘30일 말미’를 주며 대안을 요구했다고 <가디언> 등이 전했다. 메르켈 총리는 “안전장치는 만일의 사태에 대한 대비책”이라며 “우린 2년내 해결책을 찾을 거라고 말해왔지만, 30일 안에도 찾을 수 있다, 왜 안되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에 존슨 총리는 “빡빡한 시간표를 줘서 매우 기쁘다”고 맞받은 뒤, 메르켈 총리의 선거 캠페인 구호를 인용해 독일어로 “우리는 해낼 것”이라고 말해 메르켈 총리와 취재진이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비슷한 시각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브렉시트 재협상은 옵션이 아니다”고 일축하고 “노딜 브렉시트는 영국 정부의 책임”이라고 못박았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프랑스 대통령실 당국자도 기자들에게 “이제 가장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는 ‘노딜’로 치닫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저녁 기자들에게 “22일 (영국의) 존슨 총리와 우호적이지만 솔직한 실무 오찬 회담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영국이 브렉시트를 둘러싸고 민주주의 위기에 빠져 있다며, 존슨 총리가 브렉시트 구상을 분명히 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영국 제1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21일, 의회 회기가 시작되기 전인 다음 주에 여야 모든 정당이 참여해 ‘노딜 브렉시트’를 피하기 위한 모든 전술을 논의하는 회담을 제안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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