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존슨 신임 영국 총리. 로이터 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신임 총리가 영국 자치정부인 북아일랜드를 처음 방문한 가운데 북아일랜드 일부 민족주의 정당이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할 경우 연합왕국에서 독립하기 위한 국민투표를 추진할 것”이라고 맞서 새로운 브렉시트 파장이 일고 있다. 영국과 아일랜드 사이의 ‘백스톱’(backstop·안전장치) 난관에 봉착해 있던 브렉시트 국면이 이제 북아일랜드 독립이라는 해묵은 정치 이슈까지 다시 끄집어내고 있다.
북아일랜드 민족주의 정당인 신페인당 메리 루 맥도널드 대표는 31일 북아일랜드를 방문한 존슨 총리를 만난 뒤에 “영국과 유럽연합(EU) 사이의 합의 없는 ‘하드 브렉시트’가 일어나면 북아일랜드가 영국연합에서 탈퇴하기 위한 국민투표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1일 보도했다. 이는 북아일랜드의 완전한 독립보다는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의 재통일을 말한 것으로, 영국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맥도널드는 또 “존슨 총리의 노딜 브렉시트는 아일랜드 재통일 움직임을 초래하고, 영국연합의 분열을 확률적으로 점점 높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비비시>(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노딜 브렉시트는 새롭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논쟁 지점, 즉 유럽(연합)인인가 아닌가를 촉발하게 된다”고 말했다.
역시 존슨과 만난 북아일랜드 사회민주노동당 대표 니컬라 맬런은 “존슨은 북아일랜드의 복잡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존슨에게) ‘하드 브렉시트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밝혔다. 특히 맬런은 “존슨은 과거 30년간의 분리독립 폭력사태를 끝낸 굿프라이데이협정(북아일랜드 내전 종식을 가져온 1998년 벨파스트평화협정)에 부끄럽지 않게 부응하고 행동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협정을 계기로 자치정부 지위를 얻은 북아일랜드는 민주연합당 등 영국에 잔류하기를 원하는 연방주의자 정당과, 아일랜드와의 재통일을 원하는 신페인당 등 민족주의자 정당이 공동의회 정부를 꾸려왔다. 또 다른 아일랜드 정당인 연합당 나오미 롱 대표는 “북아일랜드 정치가 2년6개월째 공동의회를 꾸리지 못해 위기 상태에 있는데 브렉시트가 혼돈을 더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반면에 지난 3년간 영국 보수당과 연합해온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 알린 포스터 대표는 “존슨은 북아일랜드 자치에는 중립적이지만 아일랜드 통일 문제에는 결코 중립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겠다고 나한테 약속했다”고 말했다. 노딜 브렉시트 이후 북아일랜드 민족주의 정당들이 아일랜드와의 재통일 국민투표를 추진할 경우 존슨은 결코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월스트리트 저널>도 30일, 존슨 총리 취임 이후 브렉시트 국면이 ‘(북아일랜드를 포함한) 아일랜드 정치 분열’이라는 새로운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리오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는 영국이 작년에 유럽연합과 맺은 이혼 딜을 존중해야 한다고 분명하게 밝히고 있는 반면, 존슨 총리는 재협상과 오는 10월31일 블록 탈퇴를 연일 공언하고 있다. 양국은 1973년 유럽연합 블록에 동시 가입하면서 두 나라 사이의 오랜 적대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다. 그러나 브렉시트가 이 관계를 뒤흔들어놓고 있는 셈이다. 유럽의 싱크탱크인 ‘유럽개혁센터’ 설립자 찰스 그랜트는 “브렉시트 후폭풍으로 아직까지 별로 논의되지 않았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아일랜드 민족주의의 발흥”이라며, 브렉시트가 영국뿐 아니라 (북)아일랜드까지 혼돈 국면으로 빠져들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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